ESG도 반ESG도 ‘지배구조’로…美 주주제안 구조 재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주주제안에서 환경·사회(E&S) 안건은 감소한 반면, 지배구조 안건은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출처 = ISS-Corporate
미국 증권가에서 ESG 주주결의안이 빠르게 줄고 있다.
1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S-코퍼레이트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미국 주주 제안 건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중재 축소와 반ESG 정치 환경이 맞물리면서 주주 행동주의의 중심이 환경·사회에서 지배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SS-코퍼레이트는 기관투자자 전문 의결권 자문사 ISS의 기업 자문 부문이다.
주주 제안 17% 감소…환경, 사회 줄고 지배구조로 쏠렸다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미국 시가총액 상위 3000개사(Russell 3000)에 접수된 주주 제안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환경·사회(E&S) 관련 제안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다양성과 기후 공약을 둘러싼 정치적 반발이 커진 데다 SEC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해당 분야 제안이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주주 권리 확대 등 지배구조 관련 제안은 전년 대비 13% 증가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ISS-코퍼레이트의 바레리아노 사우세도 부소장은 주주들이 지지 가능성이 높은 안건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안건은 투자자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고 정치적 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SEC 중재 축소…제안은 줄었지만 표결은 늘었다
이 같은 제안 감소와는 별개로, SEC의 역할 축소는 주주 제안 처리 방식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SEC가 주주제안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줄이면서 기업이 제안 배제 여부를 직접 판단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SEC 판단을 근거로 상당수 주주 제안을 의결 안건에서 제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안을 배제할 경우 법적 분쟁과 투자자 압력, 평판 리스크를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제안을 제외하기보다 표결에 부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의결 안건에서 제외된 주주 제안 비율은 약 17%로 낮아졌다. 전년 같은 기간 약 27%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ISS-코퍼레이트의 사우세도 부소장은 기업들이 SEC 판단에 의존하기 어려워지면서 제안 배제에 신중해졌고, 더 많은 안건이 표결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 제안 대신 비공개 협상도 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단체 애즈유소우(As You Sow)의 앤드루 베하르 대표는 기업과 주주 모두 현재 여론이 적대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공개 논쟁 대신 조용한 협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안 건수는 줄었지만 협상은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ESG 진영도 전략 수정…지배구조로 수렴
주주 행동주의의 방향 변화는 반ESG 진영에서도 나타난다. 보수 성향 단체인 미국 국립법정책센터(NLPC)는 그동안 다양성이나 기후 공약을 직접 겨냥한 제안을 제출해왔지만, 올해는 셰브론(NYSE: CVX), 엑슨모빌(NYSE: XOM), 맥도날드(NYSE: MCD), 펩시코(NASDAQ: PEP), 스타벅스(NASDAQ: SBUX) 등을 상대로 이사회 의장 독립 선임 등 지배구조 안건에 집중했다.
기관투자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기후·다양성 이슈 대신, 투자자 합의가 비교적 쉬운 지배구조 안건으로 제안 전략을 조정한 것이다.
제안 방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단체 프록시임팩트(Proxy Impact)가 메타(NASDAQ: META)에 6년째 제출해온 아동 안전 결의안은 올해 경영진 보상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수정돼 표결에 올랐다. 프록시임팩트의 마이클 패소프 대표는 표결에 올라갈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SEC의 중재 축소는 제안자 측 협상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법무법인 시들리의 데릭 자바 파트너는 제안자들은 어느 기업이 제안을 배제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로 인해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