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물가 흔들기 시작했다…식품·전력·보험 동시 상승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후 충격으로 식료품 공급이 흔들리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 출처 = Unsplash
기후가 물가를 직접 흔드는 변수로 올라섰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기후변화가 식료품·에너지·보험료 등 실물 가격을 직접 밀어올리는 ‘기후 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구조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들도 이를 거시경제 리스크로 공식 분석 대상에 포함하면서, 기후는 단순 환경 이슈를 넘어 물가와 기업 원가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유럽이 처음 증명했다…식품·전력·보험료 동반 상승
기후 인플레이션은 2022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수치로 확인됐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 연구진이 공동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측정됐다. 그해 여름 스페인은 기온이 46도까지 치솟으며 올리브 산지가 타격을 입었고, 영국에서는 폭염으로 닭 도축량이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북이탈리아는 70년 만의 가뭄으로 리조또용 쌀 수확이 크게 줄었다.
생산 차질로 식품 공급이 감소하자, 이는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기온 상승이 유럽 식품 물가를 연간 0.7%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를 0.3%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이나 공급망 요인과 별개로, 기후 자체가 물가 변수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영향은 식품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은 전력 수요를 자극해 전기요금을 밀어올리고, 고온으로 인한 도로·철로 손상은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후 재해가 반복되면서 보험료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25도를 넘으면 작황이 무너진다…공급 붕괴에서 시작되는 가격 상승
이 같은 인플레이션은 개별 현상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흔들리는 데서 출발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작물은 생육 임계 온도에 가까워질수록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밀, 옥수수, 콩은 평균 기온이 약 25도 안팎을 넘는 구간에서 생산성이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감소는 곧바로 가격으로 전이된다. 가뭄은 사료 생산 감소와 가축 폐사를 동시에 유발해 육류 가격을 끌어올리고, 폭풍과 해양 이상 고온은 콩류와 수산물 공급을 줄인다. 공급이 축소된 상태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공급발 인플레이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영향은 신흥국에서 더 빠르게 물가로 반영된다. 기온이 평년보다 1도 상승할 경우 약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약 1%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식품 비중이 높은 소비 구조와 취약한 공급망이 가격 전이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충격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 충격이 누적될 경우 물가 상승 기대를 자극해 임금 협상과 가격 결정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공급 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면서 물가 상승은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 물가 변수로 편입…기업 원가 구조 재편 압박
주요 중앙은행들은 기후 인플레이션을 정책 변수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다수 국가 데이터를 분석해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가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2035년까지 기후 요인만으로 소비자물가가 연간 최대 1.2%, 식품 가격은 세계 평균 3%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업에는 물가 상승보다 원가 구조 변화가 더 직접적인 문제다. 기후는 비용 증가를 넘어 원가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물류 경로 차질은 우회 비용을 발생시키고, 기후 위험 지역의 재산·사업중단보험료는 두 자릿수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 노출 자산은 장기 손실 리스크까지 반영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날씨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일시적 요인을 넘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