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의 대명사가 공천위원장…모독 당한 공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덕흠 카드 선택은, 지방선거의 패배를 넘어 정당 해체 수준의 혹독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정당의 공천은 그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을 국민에게 선보이는 가장 선명한 약속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헌정 파괴 사건 이후 치러지는 6·3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이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며, 헌법 수호의 의지를 갖췄는지를 묻는 준엄한 시험대다. 하지만 이번에 두 번째 공천위원장으로 박덕흠 의원을 내정했다는 소식은 보수의 재건을 바라는 지지자들에게 다시한번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박덕흠 의원이 누구인가.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 시절 가족 명의 건설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으로 ‘이해충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났다가 소리 소문 없이 복당했던 그가, 이제 당의 인재를 가려내는 ‘공정의 잣대’를 쥐겠다고 한다. 사적 이익과 공적 직무 사이에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비판을 받는 인사가 어떻게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심사하겠다는 것인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자, 공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모독이다.
더욱이 박 의원이 12·3 내란 사태 전후에 보여준 행보는 그를 공천 수장으로 세워서는 안 될 결정적 이유를 제공한다. 그는 불법 계엄으로 국헌이 문란해진 상황에도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대통령 수호’에만 열중했다. 두 차례의 탄핵 표결에 본회의장을 외면하며 헌법적 절차를 무력화하려 했던 인물이, 어떻게 지방자치라는 민주주의의 풀뿌리를 책임질 후보를 뽑을 수 있단 말인가. 내란 사태를 국정을 위한 결단”이라며 강변하던 그가 휘두르는 공천 칼날이 향할 곳은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오로지 친윤계와 당권파의 안위만을 살피는 ‘방탄 공천’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위기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염치가 없어서’ 오는 위기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친윤 절연 선언은 결국 빈말에 그쳤고, 도리어 흔들림 없는 친윤계의 입지만 재확인해 준 꼴이 되었다.
공천관리위원장은 당을 쇄신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설계자여야지, 특정 계파의 기득권을 위한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 의원 같은 인물을 공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계엄 심판 선거’로 자폭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조차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에 박덕흠 카드 선택은, 지방선거의 패배를 넘어 정당 해체 수준의 혹독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