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글로벌 주요 인권 리스크 분석】④ 집회의 자유 [채용] 최근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EU에서는 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이 가까스로 통과하면서, 기업 인권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임팩트온은 주요 인권 이슈 10개를 선정해 이슈별 주요 사건사고와 리스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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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인권 이슈는 유엔글로벌콤팩트와 주요 글로벌 기업의 인권보고서에 기재된 중대인권이슈(Salient Human Rights Issues)를 참조하여 선정하였습니다.
‘집회의 자유’는 노동자들이 불이익이나 탄압없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이나 연대를 구성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합니다. 집회의 자유가 전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집회가 구성된 후에도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없는 대우, 표현의 자유, 노동자 대표 선출의 자유, 사측과의 협상 자유, 파업 등 집단 행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집회의 자유는 노동자 권리의 근간으로 공급망 인권 리스크 항목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슈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노동조합, 노동인권단체 등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주목도가 높으며, 10대 주요 인권 이슈 중 산업안전보건 다음으로 국내 언론보도 빈도가 높은 이슈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집회의 자유를 노동자의 기본 권리로 규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안 이행과 실질적 규제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집회의 자유가 노사관계라는 특수한 사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특히 정치적 상황에 따라 리스크의 변화가 큰 이슈입니다.
법적 규제 강화 움직임…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국제적으로는 플랫폼 노동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대두와 함께 노동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하도급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법적 책임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청기업과 같이 근로계약관계 없는 제3자도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인정되고, 간접고용 사업장에서 원청의 교섭의무가 보다 광범위해지는 추세로,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공동 사용자 판단 기준에 대한 시행령을 공포했습니다. 하청 노동자 노동조건을 간접적으로라도 지배할 권한이 있는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국내에서도 사용자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CJ대한통운이 간접고용 상태인 택배기사들과 단체교섭에 나설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였고, 2024년 1월 2심에서도 인정되었습니다. 재추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노란봉투법’에서도 노조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제한와 함께 노동자의 사용자 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EU공급망 실사법(CSDDD)은 집회의 자유를 실사 범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CSDDD는 결사의 자유, 집회 및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대한 권리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LO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등에 따라 해석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EU공급망 실사법이 15일 EU 이사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공급망에서 국제규약에 걸맞은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실사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역별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인권 리스크 크게 차이나
국가별 집회의 자유 인덱스 / OECD
국가별로 노동조합 법의 수준, 노동자 탄압 여부, 현지 노동 관행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인권 리스크가 크게 차이납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의 노동 환경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입니다.
인권 리스크가 높은 지역의 경우, 기본적으로 노동자 집단행동에 대한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제3자 기관의 감사에 의존할 경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글로벌 의류업체 인디텍스(Inditex)는 국제노동기구(ILO)와 비영리단체 베터 워크 (BetterWork)의 감사 프로그램에 의존해 캄보디아의 노동자 인권관리를 수행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협력사 중 하나인 SYSG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해당 감사에서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을 통해 해당업체가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노조원들을 부당해고한 사실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인민당이 설립한 캄보디아 노조연합만 적법한 노조로 인정되며, 독립적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정부차원의 탄압과 집단행동에 대한 사실 은폐가 발생합니다.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조직적으로 반인권적인 환경을 조성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현장감사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옥스팜과 같은 인권단체는 현지 비영리단체나 노동조합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수립해 집회의자유가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 발생시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을 권고합니다. 인디텍스 또한 집회의 자유 침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지 노동단체와 연락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직접 노사단체교섭을 주도해 조속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집회의 자유가 높게 평가된 지역에서도 노동자집단행동에 대한 법적 규제나 관행에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노동자 집단행동에 대한 권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일례로, 연대 파업이 금지되어 있는 미국과 달리 북유럽 국가에서는 합법적으로 연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스웨덴의 경우, 법적으로 노사관계 및 노동자 집단행동을 규정하기보다는 노사측의 단체협약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이에, 스웨덴 노동자의 약 90%가 단체 교섭으로 인한 노동조건에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현지 노동자의 단체교섭요구를 거절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이에 2023년 10월 스웨덴 금속 노조 IF Metall은 테슬라에 단체협약을 요구하며 파업을 돌입했는데, 테슬라와 이해관계가 없는 스웨덴과 북유럽의 노조들도 이번 파업을 지지하며 연대 행동을 가담했습니다.
연기금, 주주제안 등 투자자 활동을 통해 집회의 자유 지지
글로벌 투자은행 RBC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ESG주주행동 캠페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인적 자원 및 노동자’에 대한 이슈로 이는 기후변화보다도 높은 숫자입니다. 이에 글로벌 연기금은 투자철회, 주주제안 등의 투자자 활동을 통해 집회의 자유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주요 연기금인 펜션 덴마크(Pension Danmark)는 2023년 12월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응해 7000만 달러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매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펜션 덴마크는 성명을 통해 "테슬라가 어느 나라에서도 노동조합과의 협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현재 투자자로서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주 공동퇴직기금(NYSCRF)과 뉴욕시 은퇴시스템(NYCRS)은 2023년 주주총회에서 스타벅스, 월마트,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집회의 자유와 단체 교섭을 포함한 노동자 권리에 대한 제3자 감사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기했습니다. 그 중 NYCRS가 주축이 된 스타벅스 투자자 연합의 주주제안은 52%의 지지율로 통과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