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출 변경안 위헌 소지 있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강호동(왼쪽) 농협중앙회 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전국의 단위 농협 조합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운데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6.4.21 연합뉴스
농협 개혁의 역사는 오래 됐을 뿐만 아니라 너무 잦았다. 농협법만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개정이 빈번했던 사례는 찾아 보기 어렵다. 농협법은 1957년 처음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약 69년 동안 도합 70여 차례나 제·개정됐다. 불과 한 달 전인 3월 10일에도 법 개정(법률 제21434호)이 있었다.
다른 법률 개정에 의한 개정을 제외하더라도 평균적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아 한 차례씩 개정된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년 동안에는 거의 매년 농협법 개정이 이뤄졌는데, 상당수가 농협 개혁이란 이름으로 이뤄진 법 개정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농협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도대체 농협법을 몇 번이나 더 개정해야 개혁이 완결되는 것일까?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법 개정은 수십 번 더 이뤄져도 상관 없다. 문제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농협법 개정 방향이 과연 합리성을 갖는지 여부다.
지난 1일 당정협의 결과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이번 농협법 개정 추진은 심각한 법리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농협개혁방안 중 특히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1110명인 조합장 전체가 선출하는 방식을 약 187만 명인 전체 조합원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방안에 대해 이미 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여러 문제들, 선거 관리가 복잡해지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서 필자는 법리 문제, 헌법 위반 여지에 대해서만 지적하고자 한다.
농협중앙회라는 연합단체의 구성원은 엄연히 ‘회원(지역조합, 품목조합, 품목조합연합회)’이다(농협법 제113조, 제115조 제1항 참조). 그런데, 중앙회의 회원(구성원)이 아닌 ‘조합원’에게 중앙회장 선출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단법인의 법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법 위반’의 소지를 지닌다고 본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란 다수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그 자유의사에 따라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하는 자유”를 말한다. 결사의 자유는 적극적 측면과 소극적 측면을 아울러 갖는다. 적극적 측면으로는 단체결성의 자유, 단체존속의 자유, 단체활동의 자유, 결사에의 가입·잔류의 자유 등을 들 수 있다. 소극적 측면으로는 단체로부터 탈퇴할 자유와 결사에 가입하지 않을 자유를 들 수 있다.
이 중 단체활동의 자유는 단체 스스로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자체적 의사결정을 거쳐 각종 활동(임원 선출, 정관 변경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물론 공법인(公法人)은 기본권(결사의 자유 등)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협동조합)중앙회는 공법인성(公法人性)과 사법인성(私法人性)을 겸유한 특수한 법인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2000.6.1. 99헌마553 전원재판부). 그렇다면, 농협중앙회는 ‘기본권의 주체’ 특히 ‘결사의 자유 주체’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당연히 단체활동의 자유(임원 선출, 정관 변경 등)를 갖게 된다.
그런데, 당정은 중앙회의 구성원인 ‘회원(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중앙회장 선출권을 박탈해서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자연인)’에게 부여하고자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농협중앙회의 결사의 자유, 특히 단체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 헌법 제123조 제5항은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지난 9~10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71명 중 96.1%가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 도입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의 자율적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 규정을 무시하고, 대다수 농협조합장들이 반대하고 있는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를 당정이 일방적 입법으로 추진한다면 이 또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본다.
바라건대, 당정은 제발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에 대해 법적 검토를 원점에서 했으면 한다. 농협법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를 당정이 밀어붙여 농협법을 개정한다면 아마도 조합장들은 헌법재판소에 농협중앙회와 조합장들의 결사(단체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농협법 개정은 무효가 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사회적, 국가적으로 얼마나 혼란스럽게 될 것이며 이를 추진한 정부와 의회는 얼마나 창피하게 될 것인가.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런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당정이 합리적으로 다시 숙고하기를 원해서다. 위헌이란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고 본다.
필자가 이런 견해를 강하게 제시하는 것은 농협개혁을 반대하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법리에 어긋나지 않게 ‘올바른 개혁’을 하도록 당정에 건의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올바른 개혁’을 통해 농협이 농업인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자조단체로 거듭 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