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산업 가속화법’ 초안 공개…전기차 부품 70% EU 생산 기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U 집행위원회가 청정기술 산업에 ‘유럽산 우선 조달’ 기준을 도입하는 산업 가속화법(IAA) 초안을 공개했다. 공공조달 전기차는 부품의 70%를 EU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요건이 포함됐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유럽연합(EU)이 전기차·태양광·풍력 등 청정기술 산업에 ‘유럽산 우선 조달’ 기준을 도입하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한다. 공공조달을 통해 역내 생산을 확대하고 공급망을 유럽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로이터는 4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가 ‘산업 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IAA)’ 초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청정기술 프로젝트에 ‘메이드 인 유럽(Made-in-EU)’ 기준과 저탄소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전기차 부품, 태양광 장비, 풍력 터빈 등 전략 기술의 조달 기준에 유럽 생산 요건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청정기술 제조를 역내로 끌어들이고 제조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EU는 2012년 산업 정책에서 제조업의 GDP 비중을 2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산업 정책 가운데 하나다.
전기차 부품 70% EU 생산…공공조달 기준 대폭 강화
이번 법안의 핵심은 공공조달을 활용해 청정기술 공급망을 유럽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배터리, 태양광, 풍력, 수소 전해조, 원전 기술, 전기차 등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조달 기준에 생산지 요건과 저탄소 기준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분야는 전기차다. 공공조달 대상 전기차는 법 시행 6개월 뒤부터 차량을 EU에서 조립해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주요 부품의 70%를 유럽에서 생산해야 한다.
태양광 공급망 역시 유럽 생산 기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법 시행 후 3년 안에 인버터와 셀 등 핵심 부품을 역내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해 태양광 공급망을 유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소재 산업에는 생산지 기준 대신 탄소 기준이 도입된다. 공공조달 알루미늄의 최소 25%는 유럽 생산 저탄소 제품으로 조달해야 하며, 철강 역시 일정 비율 이상 저탄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U가 공공조달을 정책 수단으로 선택한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EU 회원국의 공공조달 규모는 연간 약 2조유로(약 3400조원)로 EU 경제의 약 14%에 해당한다. EU는 이 거대한 공공 수요를 활용해 청정기술 제품의 초기 시장을 만들고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IRA 이후 산업정책 경쟁…공공조달로 ‘리드 마켓’ 만든다
EU의 정책 변화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확산된 산업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RA는 청정에너지 제조에 대한 대규모 세액 공제와 현지 생산 요건을 결합해 글로벌 기업 투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였다. 미국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청정기술 제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EU 역시 청정기술 산업을 역내로 유치하기 위해 공공조달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어 산업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기업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이른바 ‘리드 마켓(Lead Market)’ 전략이다.
중국 공급망 견제…EU 내부에서도 논쟁
EU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국 중심의 청정기술 공급망 구조가 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부품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EU는 산업 가속화법을 통해 청정기술 제조의 역내 생산을 확대하고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법안에는 외국 투자에 대한 조건도 포함됐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전략 산업에서 1억유로(약 1698억원) 이상 투자가 이뤄질 경우 투자자가 세계 생산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에 속해 있으면 추가 조건이 적용된다. 이 경우 EU 기업 지분 구조나 고용 기준, 기술 이전 등에 관한 요구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정책을 둘러싼 의견은 EU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프랑스는 비EU 국가 참여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는 입장이다. 반면 스웨덴과 체코는 규제가 투자 위축과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독일 역시 유럽 우선 조달 규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안은 앞으로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예상 시행은 2027년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