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기업 84% 기후목표 공시했지만…58%는 배출 감축 실패 [환경] 글로벌 대기업들의 기후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주요 기업 대부분이 탄소 감축 목표를 대외적으로 선언했지만, 실제 배출량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고금리로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이 감축 목표 이행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4% 기업이 기후목표 세웠지만…스코프1·3 배출량은 정체·증가
미국 S&P500 기업의 84%가 기후변화대응 목표를 공시했으나, 59%의 기업들은 스코프 1배출을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ChatGPT 생성 이미지
지난 15일, 미국 싱크탱크 컨퍼런스 보드(The Conference Board)가 발표한 ‘미국 기업 기후목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S&P500 기업의 84%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큰 러셀3000 기업의 공시율은 34%에 그쳐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목표와 실제 성과 사이의 격차다. 기후목표를 설정한 S&P500 기업 가운데 58%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스코프1(Scope 1·직접배출)배출을 줄이지 못했다. 공급망과 제품 사용 단계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Scope 3·공급망 간접배출)도 상황은 비슷했다. 스코프3 감축 목표를 세운 기업 가운데 배출량이 정체되거나 증가한 기업의 비율은 62%에 달했다.
기업 내부의 평가도 낙관적이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 가운데 자사가 기후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다만 미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쉬운 스코프2(Scope 2·에너지 간접 배출)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S&P500 기업의 시장기준 스코프2 배출량 중앙값은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확대 등에 힘입어 2021년보다 약 59% 감소했다.
엔비디아와 티모바일 등 일부 IT기업들은 시장 기반 스코프2 배출량을 ‘0’으로 보고했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과 인증서를 활용해 전력 사용에 따른 배출량을 상쇄한 결과다.
AI 전력사용량 상승·고금리 이중 압박…기업 기후투자 후순위로
미국 기업들의 스코프3(Scope 3)배출량 중앙값 변동 추이/Conference Board 자료 기반 Chat GPT 생성 이미지
탄소 감축이 한계에 부딪힌 주요 원인으로는 AI 산업의 급성장과 경제적 제약이 꼽혔다.
실제 구글의 2025년 전력 수요는 AI 인프라 확충으로 전년보다 37% 늘었다. 아마존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증가하면서 스코프2 배출량이 34% 늘었다. 전력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기업의 배출량도 다시 증가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신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와 석탄 발전소 가동을 늘리면서 2025년 배출량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도 기업의 기후투자를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대상 기업의 임원 55%는 자본 배분과 비용, 투자수익률(ROI)을 기후목표의 수정이나 이행 지연을 검토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고금리 환경에서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AI 투자와 디지털 전환, 공급망 관리 등 다른 경영 과제와 투자 재원을 두고 경쟁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탄소 감축 데이터를 공시할 때 사업 성장에 따른 배출량 증가와 기술적 한계, 외부 환경 변화 등 불확실성 요인을 구분해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달성 가능성이 낮은 목표를 반복해 제시하기보다 감축 성과와 한계를 함께 공개하는 절제된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