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엔 시세 급등 뒤에 미국의 엔 매입 협조개입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달러 대비 엔 시세를 표시하고 있는 1일의 도쿄 시내 전광판.. 일본경제신문 8월 2일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 시세는 한때 1달러당 157.20엔에 거래되는 등 달러 대비 시세가 5월 중순 이후 최고치(환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달 30일에 이어 31일에도 단속적으로 엔을 사들이는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선 결과이며, 개입 전의 달러 대비 엔 시세는 162엔대 후반으로, 시장개입은 엔 시세를 달러당 약 5엔이나 일시에 끌어올렸다. 여기에는 미국 재무부가 달러를 팔고 엔을 매입하는 엔 시세 끌어올리기 ‘협조개입’에 나선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오른쪽)과 가타야마 사쓰키 이론 재무상. 일본경제신문 8월 1일
엔 시세 1달러=162엔대에서 157엔대로 급등
미국 50억~100억 달러 협조개입
일본경제신문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말 복수의 은행들에 대해 엔 매수 개입이 오늘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입에 앞서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개입 전단계 조치인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한 닛케이 1일 기사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국무회의 중에 ‘50억~100억 달러 규모의 엔 매입’이라 적힌 메모를 내보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뉴욕 연방은행이 지난 31일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 등의 대형 금융회사들을 통해 재무부를 대신해서 유로를 팔고 엔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런 엔 시장개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후쿠시마 원전사고 재난) 뒤 급속히 엔 강세, 달러 약세가 진행된 이후 처음이며, 엔 매입 개입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미국 재무부가 엔 매입 개입을 사전에 알리고 실제 개입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정부가 엔 약세, 달러 강세 흐름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의 달러 대비 엔 시세 변화 추이. 1월 말과 5월의 시장개입으로 잠시 반등하던 엔 시세는 계속 햐향 추세를 보이다 7월 말에 미일 시장 협죠개입 직후 급상승했다. 일본경제신문 8월 2일
일본정부 올해 164조 원규모의 엔 매입 시장개입
일본의 지난 30일 시장개입 규모는 6조~7조 엔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지난 4월 말과 5월 말 사이의 개입 규모 11.7조 엔을 합하면 총 18조 엔(약 16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엔 매입 연간 개입 규모로는 최대치였던 지난 2024년의 15.3조 엔(약 139조 원)에 이르는 개입 규모를 넘어선 대규모 개입이었다.
일본정부는 다음 주에도 엔 약세를 막기 위한 일련의 시장개입에 나설 방침임을 분명히하고 있으며, 미국정부의 엔 매입 협조개입을 무기로 일본정부의 엔 매입, 달러 매도 개입에는 자금상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부정하면서 엔 개입의 지속성을 높이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제까지 계속돼 온 엔 약세 일변도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미나토 은행 전략가 가리야 쇼고)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지난 5월의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방일 이후 외환시장을 둘러싼 미국-일본간의 제휴자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오카산 증권의 전략가 다케베 리카이)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희망적인 관측이 실현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순 없다.
주요국들의 미국 국채보유 줄이기 추이. 단위:억 달러, 회색 막대는 올해 4월, 짙은 막대는 5월 상황. 왼쪽부터 일본, 영국, 중국, 캐나다, 프랑스, 대만, 스위스 순. 출처:미국 재무부. 일본경제신문 8월 1일
미국, ‘일본 팔기’가 ‘미국 국채 팔기’로 이어질까 걱정
이국 재무부는 지난 1월 하순에 엔 시세가 급락했을 때도 달러 대 엔 환율 ‘레이트 체크’를 실시하는 등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IMF사태’) 이후 처음으로 시장개입 태세를 취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일본 지원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 대해 동맹국의 안정을 위해 미국은 언제나 자체 경제력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미 당국자는 설명했다.(닛케이 8월 1일)
닛케이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유럽이나 캐나다와 달리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에 특히 강한 보호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거기에는 일본의 통화(엔)와 채권 약세가 미국채권 팔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티그룹은 지난 1월의 엔 금리인상 때 그것이 최대 1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채권 최대 보유국인 일본의 지난 5월 보유액은 1조 1143억 달러로, 그 전달보다 667억 달러 줄어, 국가별로는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국정부가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는 이처럼 그것을 사들이는 메커니즘(안정적인 국채 소화)에 늘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 국채 보유고를 국가별로 보면 영국이 약 9400억 달러로 일본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10년간에 걸쳐 보유 미국국채를 계속 줄여 지금은 약 7300억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엔 매입 ‘협조개입’은 미국 국채 팔기 연쇄반응 막기
‘일본 팔기’(일본경제 부진에 따른 엔, 채권, 글리 약세)가 ‘미국 국채 팔기’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는 과도한 엔 약세를 막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10년물 국채 이자가 4.7%까지 올라갔다. 30년물 국채는 5.2%대로 10년만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채무(부채)는 약 40조 달러로, 이자 지불액만 연간 1조 달러나 된다.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경우 이자지불이 불어나고 미국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엔 매입 시장개입만으로 ‘일본 팔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가 개입을 사전통고한 지난 31일 아침 베선트 장관은 8월 말의 주요 20개국・지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다”는 글을 X(예전 트위터)에 올렸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늦추고 있는 것이 엔 약세의 주요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초 1%까지 올린 정책금리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결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 당국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2022년의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처럼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뜻을 일본 쪽에 전달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G20 재무좡관회의 때 미국은 엔 매입 협조개입 대가로 다카이치 정권의 금리인상 지체와 감세 및 적극재정 정책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게 될까?
엔 매입 ‘협조개입’은 다카이치의 트러스화 막기?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재원 확보도 없이 적극재정 정책을 펴면서 대규모 감세 조치까지 취해 금리ᄀᆞ 급등하는 등 ‘트러스 쇼크(충격)’를 일으킨 끝애 집권 49일만에 퇴진했다.
미국은 적극재정을 통한 성장정책을 표방한 채 금리 인상을 피하면서 소비세 인하 등의 감세 조치를 취하고 있는 다카이치 정권이 이미 세계최대의 정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을 리즈 트거스의 당시 영국과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팔기’가 본격화하고 일본이 보유 미국 국채를 팔아 결손을 메우려 할 경우 미국은 재정적자를 메울 자국 국채 소비처를 찾기 어려워지고 국채 금리가 뛰면서 이자 부담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런 연쇄반응을 막아 미국 달러 시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과도한 엔 약세를 시장개입을 통해서라도 막으려 하고 있으나,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미국 패권의 기둥인 달러 기축체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
닛케이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소로스 펀드’에 몸담고 있을 때인 2013년에 엔 팔기(엔 매도) 시장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챙겼다. 그가 엔 매도에 나선 것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의 무역수자가 적자로 돌아서고, 아베노믹스의 무제한 금융완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엔의 구조적인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 중의 한 사람이다.
일본 금융관계자는 베선트 씨는 일본에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융자를 조기에 실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친일’로 알려진 베선트 장관의 일본 지원사격(엔 매입 시장 협조개입)이 대가없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일본과 거의 동일한 경로(관세협상 타결)를 통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융자를 약속해야 했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빨리 실행에 옮기라며 압박하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얘기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