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62엔대까지 하락…엔화 39년만에 최저치 [뉴스] 6월 30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외환거래회사 가이타메닷컴의 거래실에서 한 직원이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모니터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26.6.30.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 시세가 30일 1달러=162엔대까지 떨어져, 1986년 12월 이후 39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올해 안 금리 인상 전망을 배경으로 달러 매입, 엔 매도 추세가 강해진 데다 미국 경기 호조, 중동정세를 배경으로 한 물가 상승 등의 영향도 있어서 엔 시세는 앞으로도 계속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제통화연구소 관계자는 39년 전은 일본경제가 강한 시대였고, 세계적으로 엔의 실력은 상승세였다. 지금은 장기 하락 트렌드(추세)”라고 말했다.(아사히신문)
2022년 이후 4년 반 동안 달러 대비 30% 하락
최근 엔 약세의 큰 흐름은 2022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후 4년 반 동안 달러 대비 엔 시세는 30% 가까이 내려갔다. 그리고 2025년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 출범 이후 적극재정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이 금융 완화를 지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엔 매도 움직임이 강해졌다. 올해 3월 이후는 미국의 이란 침공에 따른 중동정세를 배경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달러 매입 흐름이 이어졌다.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FRB가 1~2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엔 약세를 부추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더 커질 듯
일본은행은 약 10년간 계속된 파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아베노믹스)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고, 지난 16일에는 정책금리를 0.25%p 올려 1%로 인상했으나, 물가상승 영향을 뺀 실질금리가 일본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엔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수준은 여전히 구미 쪽보다 낮다.
시장에서는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언제 엔 매입 달러 매도 시장개입에 나설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엔 시세가 1달러=160엔대 후반을 기록한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몇 차례에 걸쳐 총 11조7349억 엔(약 111조 원) 규모의 시장개입에 나서 일시적으로 1달러=155엔대까지 엔 시세를 끌어올렸으나 효과는 한정적이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이처럼 시장개입에 나서고 미일 양국 재무부가 시장개입 경고를 날리지 않았다면 엔 시세는 1달러=165엔대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미 FOMC 참석자들 다수가 금리인하파에서 인상파로 변신
최근의 급속한 달러 강세 배경에는 FRB가 금리인하 지향적이었던 종래의 자세를 금리인상 쪽으로 바꾼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에 대한 전망은 미국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석자들의 예상을 종합해서 만들어지는데, 지난 3월 FOMC 때는 연말의 정책금리 수준을 3.4%(중앙치)로 전망하면서 0.25%p 폭으로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6월 FOMC 전망에서는 그것이 3.8%로 올라가면서, 거꾸로 1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5월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4.2%로 상승해 약 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FOMC 참석자들의 ‘방침 변경’이었다. 3월 FOMC 때는 참석자들 중 12명이 금리인하파였으나 6월에는 한 사람으로 줄고, 3월에는 한 사람도 없었던 금리인상파가 6월에는 일거에 9명으로 늘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FRB에 금리인하를 계속 요구해 온 이상 FRB도 쉽사리 금리인상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미 금융회사 머넥스(Monex)USA의 후안 페레스는 이번 금리 전망에서 FRB에겐 인플레 대응이 최우선 사항임이 분명해진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FRB가 금리인하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FRB가 올해 안에 몇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은 달러 매입을 추동하고, 엔 등 다른 주요 통화들은 매도세가 강해진다.
일본 엔 약세의 진원지는 미국인 셈이다.
미 빅테크들에 내는 막대한 ‘디지털 적자’도 한몫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 외에 엔의 구조적 취약성도 엔 약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구글과 애플 등 미국의 IT 대기업(빅테크)들의 디지털 서비스가 널리 보급돼 막대한 사용료 등에 따른 이른바 ‘디지털 적자’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를 최종적으로 달러로 결제하는데, 그 때문에 엔 매도 달러 매입 압력이 늘 걸려 있다는 것이다.
종전 합의에 따른 중동정세 완화도 엔 약세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한다. 긴장완화는 통상적으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매입 움직임을 약화시키지만, 미국 주가를 상승시켜 이것이 일본 엔으로 달러를 매입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