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이슬람 침투 반대 의결… 중도우파·극우 결탁 [뉴스] 처참한 공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프랑스 고교생들의 시위가 격화되던 지난 8일 유럽의회가 조용히 결의안 하나를 통과시켰다. 그 제목은 이슬람 침투주의(Islamist entryism)와 무슬림형제단 네트워크 영향력에 맞설 유럽연합(EU)의 대응 전략 필요 였다.
유럽의회 공보국에 따르면, 이 결의안은 유럽의회의 최대 정치 그룹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이 제출했으며, 1회 독을 거친 뒤 찬성 381표, 반대 167표, 기권 15표로 압도적으로 채택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EPP 출신이다. 극우 성향의 유럽을위한애국자들(PfE)과 주권국가들의유럽(ESN), 그리고 자유주의 성향의 리뉴유럽(RE), 유럽보수와개혁(ECR) 등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에 사회민주당(SD) 그룹과 좌파(TL) 그룹, 녹색당 그룹은 대체로 반대했지만, 결의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첨부파일 : 유럽의회 결의안.pdf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 인상과 연료 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린 후, 진압 복장을 한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는 가운데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6. 10. 18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의회 이슬람 침투주의 반대 결의 채택
최대 정치세력인 중도우파 EPP, 극우와 결탁
이 결의안은 종교로서의 이슬람 과 정치적 이슬람 을 구분한 뒤, 종교로서의 이슬람 은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만, 정치적 이슬람 은 EU에 거주하면서도 공통의 EU 법률 위에 이슬람 공동체의 집단적 규범을 놓고 충성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EU 안에 병행 공동체들 이 나타나고 민주주의 원리, EU의 가치들과 맞지 않는 관행을 낳고, 그럼으로써 (EU의) 사회적 결속과 공공 생활에 온전히 동참할 능력을 해치게 된다 고 설명했다.
유럽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종교적, 특히 이슬람 침투주의 전략들 은 민주주의 제도, 법치주의, 공공기관의 중립성 약화를 겨냥한 은밀하고 악의적인 개입으로 용납할 수 없다 고 규탄했다. 그리고 무슬림형제단을 공식 멤버십보단 협회와 재단, 그리고 문화·교육·종교·자선·사회단체 등을 통해 작동 하는 초국가적 이슬람 네트워크의 한 사례로 지목했다.
유럽의회는 또한 유럽에서 반유대주의 확산을 개탄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반유대주의적 서사를 부추기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하는 데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하고, 몇몇 회원국에서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되거나 그 영향을 받은 네트워크들이 영향력,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조직을 재건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에 우려 를 표명했다.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연례 EU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 09. 16 [로이터=연합뉴스]
사민당, 좌파, 녹색당이 반대했지만 역부족
무슬림형제단 과 연계된 단체들 배제 요구
의원들은 9월 21일 좌파그룹과 녹색당 의원들이 유럽의회에 유럽무슬림청년학생단체포럼(FEMYSO)을 초청한 일을 개탄했다. 이 포럼을 포함해 유럽무슬림협의회와 연계된 단체들에 대한 EU 기관 출입을 거부하고 이들의 참여가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걸로 의심되는 침투주의 전략을 정당화할 수 있는 EU 기관의 행사와 회의에서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단체와 개인을 EU 테러단체 명단에 넣고 제재를 가하는 한편, EU 차원에서 증오를 선동하는 설교자들의 국가별 명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의안을 통해 유럽의회는 EU 집행위원회에 6개 항의 조치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 반유대주의나 기독교인 혐오를 조장하는 이슬람 이념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행위와 관련해 공적 자금 지원, 사회복지 혜택 등에 대한 접근 제한과 제재 ▲ EU 테러단체 명단에 포함된 네트워크와 연계된 단체, 협력 기관, 계약업체, 하도급업체, 실소유자, 최종 수익자 또는 수령자에 대한 EU 자금의 직·간접적 전달이나 이익 제공 금지 ▲ 조기탐지·배제시스템(EDES)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슬람 침투주의, 급진화, 반유대주의, 테러리즘, 차별·혐오·폭력 선동 또는 EU 가치에 맞지 않는 기타 활동을 조장하는 개인과 단체를 자금 수혜 대상에서 배제 등이 포함됐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7일 이슬람통합평의회(MWM) 소속 시아파 무슬림들이 반 이스라엘 시위 도중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5. 06. 17 [AFP=연합뉴스]
유럽 주류 정치권에 이슬람 혐오 의제 전면화
법적 구속력 없지만, 무슬림에 부정적 영향 커
이 결의안을 두고 미국 조지타운대 브리지 이니셔티브 선임연구원이자 아일랜드 리머릭대 사회학과 조교수인 파리드 하페즈는 위기에 처한 유럽, 무슬림을 비난하다 란 21일 자 알자지라 기고에서 유럽이 직면한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원인을 이슬람과 무슬림으로 돌리는 주장은 이제 유럽 정치 지형의 극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며 최근 유럽의회 결의안은 유럽 주류 정치권이 이슬람 혐오 의제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 경고했다.
하페즈 조교수는 결의안은 이슬람 침투주의 전략 을 영향력 행사, 점진적 조직화, 제도적 침투, 이념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정치 전략으로 규정한다 면서 이슬람주의 영향력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단체들을 통해 작동 중이라는 게 결의안의 주장으로 봤다. 그는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무슬림형제단 운동이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폭력 을 포기한 만큼 EU 회원국들이 무슬림형제단과 그와 연계된 개인·단체를 테러단체 명단에 올릴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부정적 영향은 클 걸로 내다봤다.
하페즈는 이 결의안은 여전히 무슬림 공동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이념적 틀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결의안은 국가로부터 독립해 활동하는 무슬림 기관과 단체를 의심의 대상으로 만들고, 무슬림 시민사회의 공적 활동 참여를 침투 행위로 제시한다 면서 무슬림형제단 네트워크 라는 모호한 개념은 사실상 누구에게든 연좌제식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고 우려했다.
18일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높은 생활고 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열린 다음 날, 비허가 시위가 발생한 후 주민들이 레퓌블리크 광장 인근 오베르캄프(Oberkampf) 지하철역 근처에서 불타는 쓰레기에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2026. 10. 18 [AFP=연합뉴스]
유럽의 반무슬림 우파 세력에 중대한 승리
두려움 대상은 시민적 자유 지키는 무슬림
하페즈는 상징적으로 이 결의안은 유럽의 반무슬림 우파 세력에 중대한 승리를 안겨줬다. 중도우파가 극우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가운데 유럽의회가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방화벽을 허물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EPP는 극우의 의제를 거의 전면적으로 흡수하면서도 국가안보라는 언어로 이를 포장하려는 듯하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의안은 유럽에서 이슬람 혐오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제 두려움의 대상은 통합 에 실패한 낯선 이주자가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내고 시민적 자유를 지키는 무슬림이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 확산하는 이슬람 좌파주의 개념과 관련해 그는 좌파와 무슬림을 동시에 공격하는 이러한 양상은 서구 문명을 파괴하려는 공산주의 확산의 배후에 유대인이 있다는 주장을 폈던 과거의 유대-볼셰비즘 음모론을 떠올리게 한다 며 오늘날 이슬람 좌파주의 는 보수파와 자유주의 세력, 극우 세력 모두에게 희생양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960년대 이후 서구 사회가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룬 제한적인 진전을 되돌리려는 반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구상은 무슬림이 배제된 요새 유럽 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하페즈는 공포를 부추기는 세력은 계속해서 사회문제와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정당한 시위의 책임을 이슬람에 돌릴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통치 실패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무슬림 공동체를 향해 대중의 분노를 유도할 것이다 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2024년 12월 7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바라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월 24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2024.12.7. AP 연합뉴스
트럼프 무슬림 탓 에 마크롱 어리석다
극우, 폭력 사태 책임 이슬람 청년에 돌려
지난 17일 프랑스 고교생 시위에 노동자와 서민이 가세하고 일부 시위대에 의해 약탈, 방화 사태까지 벌어지자, 프랑스의 강성 극우 세력은 폭력 사태의 책임을 급진 이슬람 청년들과 극좌 세력에 돌렸다. 또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트루스 소셜을 통해 통제 불능의 이민자들과 무슬림 탓 으로 돌리고, 18일에 또다시 프랑스가 불타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마음에 증오를 품은 사람들의 이민이 한때 위대했던 나라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 고 주장했으며,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선 이건 학교 문제가 아니라 이민 문제 라고 주장했다. 그리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프랑스에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파리는 매우 곧 무슬림 도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며 국경 폐쇄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는 27일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20일 i24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극단주의 이슬람의 침략을 당했다 고 주장했다. 이에 중동 순방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21일 우리가 이주민과 이슬람주의자 무리들에 침략당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순전한 거짓 이라면서 많은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용납할 수 없고 어리석은 언급으로 이어졌다 고 비판했다. 토요일인 오는 24일로 예고된 대규모 시위에 마크롱 대통령은 무질서를 퍼뜨리려는 사람들은 차단될 것 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