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김태효…또 빠져나갈 수 있을까 [사회혁신] 이번 수사의 본질은 국가안보 조직이 진정 헌법을 수호했는지, 아니면 권력을 지키는 도구로 전락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드디어 2차종합특검이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내란 영장 전담 부동식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0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번에도 김 전 차장이 내란 사태의 책임을 묻는 특검의 칼날을 비켜갈 수 있을까.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단순히 한 전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법 절차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 계엄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한 혐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단순한 외교적 설명을 넘어 헌정 질서 파괴를 국제사회에 합리화하려 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김태효라는 인물의 위치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탄핵에 이르기까지 국가안보실의 중심을 지켜온 핵심 참모였다. 외교·안보 정책의 연속성을 책임졌던 인물이자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측근인 만큼, 그가 계엄 이후의 사후 대응만 담당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여러 의문이 남는다.
비상계엄은 갑작스럽게 종이 한 장으로 실행되는 조치가 아니다. 군과 정보기관, 외교 라인, 대통령실이 복합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가능한 국가 주도적 행위다. 특히 미국의 반응은 계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따라서 안보실이 단순히 계엄 선포 후의 설명 창구 역할에 그쳤는지, 아니면 사전에 외교적 파장과 국제사회의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논의 전반에 관여했는지는 반드시 규명해야 할 쟁점이다.
물론 현재 공개된 사실만으로 김 전 차장이 계엄 계획 수립에 직접 참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직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특검 수사가 단순히 사후 메시지 전달 혐의에만 머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계엄 전후 안보실이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회의에 참석했으며, 누구와 정보를 공유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의사결정 구조의 비정상성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식 보고체계와 별개로 김건희 비선라인이 각종 국정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아직은 의혹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만약 비상계엄과 관련된 주요 판단이나 대응 과정에 공식 라인이 아닌 다른 경로의 지시나 협의가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권한 남용을 넘어 국가 의사결정 체계 자체가 왜곡되었다는 심각한 결함으로 연결된다. 이 가능성 또한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국가안보실은 국가의 생존을 수호하는 기관이지 특정 정권을 지키는 조직이 아니다. 그렇기에 안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권력보다 헌법에 충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 본질은 김태효 한 사람의 구속 여부에 있지 않다. 국가안보 조직이 진정 헌법을 수호했는지, 아니면 권력을 지키는 도구로 전락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국가안보실은 특정 정권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오직 국가를 위한 조직이어야 한다.
결국 특검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은 누가 계엄을 옹호했는가 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넘어, 누가 계엄을 기획하고 정당화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국가안보실과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진실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