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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육지가 된 섬, 대중교통은 더 불편해진 역설

육지가 된 섬, 대중교통은 더 불편해진 역설
[사회혁신]
MBC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여름방학 과제로 제출한 르포기사를 이봉수 교수(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의 첨삭을 거쳐 에 연재한다.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 두셋씩 짝을 지어 친구의 고향 도시를 방문해 익숙하거나 낯선 시선으로 사람들 삶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다리가 놓인 뒤 섬마을 생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한다. 모교 주변 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을 살펴보는가 하면 분당·일산 신도시 상가의 영고성쇠를 비교한다. 서울마음편의점에서 고립된 이웃에 시선을 돌리는가 하면 스스로 도심의 사찰에 머물며 청춘의 불안을 다스리기도 한다. (편집자)   신도평화대교. © 연합뉴스, 제작 조현경 신시모도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 7월 14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신시모도를 잇는 ‘신도평화대교’가 개통했다. 신도평화대교는 인천시 영종구 운서동과 옹진군 북도면 신도리를 연결하는 길이 3.26km 왕복 2차선 도로다. 이 다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영종도에서 신도를 거쳐 강화도, 나아가 개성∙해주까지 연결하는 평화도로의 첫 구간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반세기 가까이 배를 타야만 했던 섬에 다리가 놓였다는 것이다. 신도평화대교가 놓이기 전 신시모도에서 육지로 나가는 수단은 오로지 배였다. 안개가 끼거나 풍랑이 거세지면 뱃길부터 막혔다. 병원에 가려 해도 날씨부터 확인해야 했다. 이제 섬과 육지 사이에는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는 육로가 생겼다. 다리가 개통된 지 한 달. 신시모도의 일상은 실제로 달라졌을까? 지난 8월 13일 여행객이 되어 신시모도를 찾았다. 다리를 건너고, 버스를 타고, 스쿠터를 빌리며 반나절 섬 곳곳을 돌아다녔다. 연륙도가 된 신시모도에서 사람들의 이동은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 그날의 발걸음을 따라가 봤다. 다리로 바뀐 길, 기다림은 더 길어졌다 신시모도로 가는 배는 운항 안 해요. 다리로 가셔야 돼요.” 이른 오전, 인천 삼목선착장에 도착하자 안내소 직원이 말했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감도는 선착장 한쪽에는 신시모도로 향하는 배 대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선착장에 붙은 운항 종료 안내문. © 나지현 ‘신시모도 운항종료, 신도평화대교 이용 바람.’ 바다를 뒤로하고 선착장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버스는 하루 다섯 번뿐. 오전 7시 45분에 첫 차가 출발하고 5시 55분에 막차가 떠난다. 한 시간 간격으로 다니던 배편과 비교하면 선택할 수 있는 버스편이 크게 줄었다. 육지와 섬을 잇는 길은 달라졌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기다림은 오히려 길어졌다. 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40분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다음 버스를 타기까지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버스 한 대가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가 선착장을 떠나 신도평화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바다 위로 곧게 뻗은 도로였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길이 이제는 도로 위로 이어진다. 관광용 스쿠터가 ‘이동수단’이 된 이유   버스정류장에 버스 시간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지명주 섬에 도착한 뒤에도 이동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섬 안을 오가는 버스를 찾아야 한다. 삼목선착장에서 신시모도까지 들어올 때 탔던 버스와 달리, 섬 안에서는 마을과 관광지를 오가는 별도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정류장 한쪽에는 여러 정류장의 이름과 운행 시간이 빼곡하게 적힌 시간표가 붙어 있다. 주민에게는 익숙한 안내일지 몰라도 처음 섬을 찾은 외지인이 언제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남양주에서 온 조효주(24∙여)씨와 조윤주(17∙여) 씨도 같은 문제를 마주했다. 자매인 두 사람은 SNS 알고리즘을 통해 신시모도를 알게 되었다. 섬을 여행할 생각에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그들은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 스쿠터를 빌릴 계획이라고 했다. 차가 있으면 괜찮을 텐데, 없으니까 불편할 것 같더라고요.”   신시모도 스쿠터 렌탈샵. © 지명주 막상 섬에 들어오자 스쿠터는 단순한 관광 액티비티 이상의 구실을 했다. 두 사람에게는 자가용이 없었고,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이동에 제약이 있었다. 결국 관광을 위해 빌린 스쿠터는 섬 안을 이동하는 데 쓸모 있는 교통수단이 됐다. 다리가 생기면서 자동차를 가진 사람에게는 육지와 섬 사이를 오가는 편리한 길이 됐지만 차가 없는 사람은 섬에 들어온 뒤에도 또 다른 수단이 필요했다. 같은 섬, 같은 도로를 두고도 각자 누리는 이동의 자유에는 차이가 있다. 다리 따라 들어온 차량, 섬에도 생긴 교통체증   스쿠터 뒤를 따라 늘어선 차량들. © 지명주 자매를 따라 스쿠터를 빌려 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직접 타보니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위로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었다. 스쿠터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뒤따르던 차량들도 줄줄이 속도를 줄였다. 도로 폭이 좁아 앞지를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스쿠터 한 대 뒤로 여러 대 차량이 길게 늘어섰고, 스쿠터를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넘어가는 차도 있었다. 결국 몇 차례 스쿠터를 도로 한쪽에 세우고 뒤따르던 차량을 먼저 보냈다. 신도평화대교 개통 이후 신시모도로 들어오는 차량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섬 안 도로가 늘어난 차량을 받아낼 여유는 많지 않았다. 신도평화대교는 왕복 2차선이고, 섬 내부 도로 역시 대부분 왕복 2차선으로 폭이 넓지 않다. 특히 주말에는 관광객 차량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정체가 빚어진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섬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규모가 여객선 운항 횟수와 수송 능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배편에 구애받지 않고 차량이 언제든 섬을 오갈 수 있어 관광객의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반면 한꺼번에 늘어난 차량을 감당해야 하는 다리와 섬 내부 도로에는 새로운 부담도 생겼다. 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한층 자유로워졌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늘어난 차량은 섬 안에서 또 다른 불편을 만들고 있다. 고령 주민에게 남은 이동의 제약 섬 내부 이동은 관광객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이동은 더 직접적인 문제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섬에서는 병원에 가거나 장을 보는 일도 쉽지 않다. 원하는 시간에 움직이려면 가족이나 지인의 차를 얻어 타야 한다. 이런 불편은 고령 주민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북도면(신시모도)은 주민 열에 여섯은 60대 이상인 고령 지역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북도면의 평균연령은 60.1세. 북도면 주민 1,138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702명으로 전체의 61.7%를 차지한다.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65명과 62명으로, 두 연령대를 합쳐도 127명에 그친다. 고령 주민의 비중이 높은 섬에서는 이동의 제약이 곧 일상생활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료를 마친 뒤 북도보건지소 대기실에 앉아 있는 주민들. © 지명주 의료 현장에서도 이런 현실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북도보건지소를 찾았을 때 대기실에는 80대 안팎으로 보이는 어르신 두 분이 앉아 있었다. 한방 진료를 받기 위해 보건지소를 찾은 주민들이다. 취재진이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자 어르신들은 아는 사람이 태워다 줬지”라고 답했다. 버스 이야기를 꺼내자 한 시간에 한 번씩 오는 버스를 어떻게 타느냐는 듯 웃었다. 가까운 보건지소를 찾는 것부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셈이다. 북도보건지소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주말에는 진료가 없다. 보건지소가 문을 닫는 시간이나 주말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주민은 섬 밖으로 나가야 한다. 북도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내과 공중보건의 한동영(29∙남) 씨는 섬에서 이동할 수 있는지가 곧 의료 접근성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3년째 도서지역에서 근무 중인 그는 앞선 2년은 장봉도에서 보냈고, 올해 북도보건지소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도보건지소에는 월평균 140명이 찾아온다.   북도보건지소 공중보건의가 어르신을 진료하고 있다. © 조현경 섬 안에서 진료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그는 낡은 장비를 가리키며 저걸로는 볼 수 있는 게 많이 없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가 오더라도 정밀검사나 큰 병원의 진료가 필요하면 결국 영종도 등 육지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로 향하는 길은 가까워졌지만 차가 없는 주민에게는 여전히 넘어야 할 이동의 제약이 남아 있다.   북도보건지소 진료실 안 장비. © 조현경 연륙은 공중보건의 배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향후 북도면 지역의 공중보건의 배치가 줄어들 가능성을 걱정한다. 취재진이 다리가 있어도 이동이 어려운 주민은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는 북도가 섬의 규모가 작고 육로까지 연결된 점을 이야기했다. 연륙이 된 만큼 행정적으로는 육지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판단이 실제 주민들의 생활과는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보건지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진료는 육지로 나가야 한다. 공중보건의마저 줄어들면 육지 의료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자동차가 있다면 다리를 건너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지만, 앞서 만난 어르신들처럼 차가 없는 고령 주민에게는 섬 안의 보건지소도, 섬 밖의 병원도 찾아가기란 쉽지 하다. ‘연결된 것’에서 끝나지 않는 연륙   신시모도의 2차선 도로. © 지명주 연륙은 섬의 생활을 바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달라진 이동의 편리함을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누리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과 차량이 늘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동차를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과 방문객의 이동도 살펴야 한다. 연륙의 효과가 섬 전체의 생활 편의로 이어지려면 도로를 놓는 것뿐 아니라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체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신시모도보다 먼저 다리로 연결된 인천 무의도는 연륙 이후 달라진 섬의 모습을 보여 준다. 2019년 무의대교가 개통된 뒤 관광객은 배를 이용하던 때보다 평일 9.4배, 주말 3.8배 증가했다. 관광객 증가는 지역 상권에 활기를 가져왔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 혼잡도 뒤따랐다. 이후 버스와 주차공간을 늘리고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춘 교통 대책이 마련됐다. 다리가 놓인 지 한 달, 신시모도의 변화는 분명했다. 배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섬을 오갈 수 있게 된 한편, 섬 안에서는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마주했다. 자가용이 없는 여행객은 스쿠터를 빌렸고, 고령 주민은 지인의 차량을 얻어 탔다. 다리가 모두의 이동을 똑같이 자유롭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신시모도는 육지와 연결됐다. 그러나 섬의 삶은 아직 천천히 그 다리를 건너고 있다.  나지현·조현경·지명주 기자 hibongs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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