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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월드컵 규칙도 내 맘대로… 트럼프의 오만

월드컵 규칙도 내 맘대로… 트럼프의 오만
[뉴스]
제국은 외부의 공격으로 무너지기보다 스스로 만든 오만에 균열이 생길 때 먼저 흔들린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돈과 군사력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다. 미국은 오랫동안 두 가지를 모두 가진 나라였다. 그래서 세계는 미국의 힘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스스로 그 신뢰를 허물고 있다. 관세는 협상이 아니라 협박의 수단이 되었고, 국제질서는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동맹은 함께 가야 할 파트너가 아니라 미국의 계산서를 대신 내줄 고객처럼 취급됐다. 중동에서는 전쟁을 벌여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요동쳤고, 세계 경제는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널뛰기를 반복했다. 그걸로도 부족했던 것일까. 이제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마저 트럼프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있다. 미국 선수의 퇴장 징계를 둘러싸고 트럼프가 FIFA에 직접 재검토를 요청했고, 이후 징계 집행이 유예되면서 규칙보다 강한 것은 미국 대통령의 전화 한 통인가 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FIFA는 독립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만이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신뢰다. 그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승패 이전에 대회 자체의 권위가 상처를 입는다. 역사는 스포츠가 권력의 무대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미 한 차례 목격한 바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아돌프 히틀러는 스포츠를 평화의 축제가 아니라 나치 독일의 국력과 우월성을 선전하는 거대한 무대로 활용하려 했다. 경기장은 운동선수들의 경쟁뿐 아니라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정치의 무대가 되었고, 올림픽은 권력이 세계를 향해 자신을 연출하는 거대한 쇼가 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상황을 당시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스포츠를 국가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려는 발상만큼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유혹이라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가 국제기구를 대하는 태도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국제기구를 무능하고 편향됐다고 몰아세우고,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필요할 때는 그 국제기구의 권위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제질서는 원칙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도구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향한 집착 역시 비슷한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자신이 평화를 위해 기여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외교적 성과를 스스로 노벨평화상과 연결하며 국제사회에 인정받고자 하는 모습은, 평화를 조용히 쌓아 올리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기보다 상을 통해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받고 싶어 하는 정치인의 욕심으로 비쳤다. 평화는 스스로 선언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자연스럽게 인정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얻는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가 목격하는 것은 위대함이라기보다 무엇이든 밀어붙일 수 있다는 착각에 가까운 모습이다. 힘이 있으면 규칙도 바꿀 수 있고, 영향력이 있으면 국제기구도 움직일 수 있으며, 국제적 명예도 스스로 요구할 수 있다는 인식은 강대국의 자신감이 아니라 패권국의 오만이다.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했다. 제국은 가장 강할 때 무너질 씨앗을 품는다. 외부의 적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오만이 제국을 갉아먹는다. 힘을 과시하는 순간보다 힘을 절제하는 순간에 리더십은 완성된다. 미국의 진짜 자산은 항공모함도, 달러도 아니었다. 미국은 적어도 규칙은 지킨다 는 국제사회의 믿음이었다.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미국의 영향력도 함께 흔들린다. 힘은 상대를 침묵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존중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을 지키겠다고 외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정치가 오래 지속될수록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가 경계하는 대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패권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힘이다. 그 힘을 잃기 시작한 제국은 이미 쇠퇴의 길목에 들어선 것이다. 미국의 가장 큰 위기는 중국이 아니다. 패권을 힘의 과시와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제국은 외부의 공격으로 무너지기보다 스스로 만든 오만에 균열이 생길 때 먼저 흔들린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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