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개운하지 않을 때 떠올릴 말, ‘타분하다’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먹거리를 먹고 나서 입안이 개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맛이 깔끔하게 가시지 않고 뭔가 남아 있는 듯하거나, 오래 둔 음식에서 신선하지 못한 맛과 냄새가 느껴질 때도 있지요. 이럴 때 우리는 흔히 ‘개운하지 않다’, ‘신선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한 낱말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토박이말, ‘타분하다’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타분하다
입맛과 먹거리의 맛을 나타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은 ‘타분하다’를 세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첫째, 입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제 술을 마셔 입안이 텁텁하고 개운하지 않을 때 타분한데 뭐 개운한 것 없을까?”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둘째, 먹거리의 맛이나 냄새가 신선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 둔 지 오래된 생선으로 만든 음식에서 산뜻하지 못한 맛과 냄새가 느껴진다면 음식 맛이 타분하다”고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타분하다’는 입안에 남는 개운하지 않은 느낌뿐 아니라 음식 자체의 맛과 냄새가 신선하지 못한 상태까지 나타냅니다. 단순히 맛이 없다는 말보다 어떤 느낌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전해 줍니다.
날씨와 기분까지 답답할 때
‘타분하다’는 먹거리에만 쓰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날씨나 기분 따위가 시원하지 못하고 답답하다는 뜻도 실려 있습니다.
날이 흐리고 후텁지근해 상쾌하지 않을 때, 마음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입맛에서 시작해 날씨와 마음의 느낌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것은 시원스럽고 개운하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고리타분하다’와 ‘하리타분하다’
‘타분하다’가 들어간 익숙한 말로 ‘고리타분하다’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냄새가 신선하지 못하고 역겹게 고린 상태, 또는 하는 짓이나 성미, 분위기 따위가 새롭지 못하고 답답한 상태로 풀이합니다.
오래된 냄새가 뒤섞여 불쾌할 때도, 생각이나 태도가 낡고 융통성이 없어 답답할 때도 ‘고리타분하다’고 하지요. 다만 ‘타분하다’와 ‘고리타분하다’는 쓰임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고리타분하다’에는 고린 냄새나 낡고 답답한 태도를 나타내는 뜻이 따로 있습니다.
앞서 ‘흐리터분하다’를 알려드리면서 그 작은 말인 ‘하리타분하다’도 함께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 ‘타분하다’를 만나니 그때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비슷한 소리가 들어간 말들을 하나씩 이어 살펴보면, 낱말마다 지닌 느낌과 쓰임의 차이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타분하다’보다 큰말이 ‘터분하다’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작은말과 큰말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 두면, 비슷한 느낌을 나타내는 우리말의 여러 갈래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개운하지 않은 느낌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입맛이 개운하지 않으면 ‘텁텁하다’고 하기도 하고, 음식의 맛이나 냄새가 좋지 않으면 ‘신선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타분하다’는 이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입맛의 개운하지 않음과 음식의 맛·냄새, 날씨와 기분의 답답함까지 나타내는 말입니다.
낱말 하나를 알아 두면 늘 겪던 느낌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먹거리 맛이 어딘가 산뜻하지 않거나 입안이 개운하지 않을 때, ‘타분하다’는 말이 알맞을지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입안이 개운하지 않거나 먹거리의 맛과 냄새가 신선하지 못할 때 어떤 말로 표현하시나요? 앞서 살펴본 ‘흐리터분하다’와 ‘하리타분하다’를 기억하시거나, ‘타분하다’를 다른 상황에서 써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한 줄 생각]
비슷한 말들을 하나씩 이어 만나면, 우리말에 담긴 느낌의 차이도 한층 또렷해집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타분하다
뜻: 입맛이 개운하지 않다.
음식의 맛이나 냄새가 신선하지 못하다.
날씨나 기분 따위가 시원하지 못하고 답답하다.
보기: 오래 둔 생선으로 끓인 국에서 타분한 냄새가 났다.
오늘 한마디: 아침부터 입맛이 타분하니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겠어요.
[토박이말 길잡이]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