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언론인 해직 보상액 너무 낮다 재산정 판결 [뉴스] 전두환 신군부 내란 세력에 의해 1980년 강제해직된 언론인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보상지급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 등 헌법과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재산정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이하 80년해언협)는 핵심 쟁점 5가지 중 하나만 승소한 이번 판결과 관련해 19일 입장문을 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생활지원금 산정의 위법성을 인정해 보상결정을 취소하고 재산정하도록 한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지만 다른 쟁점들을 기각한 것은 유감 이라고 밝혔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13일 80년해언협 회원 22명이 제기한 행정소송 결심 공판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생활지원금 산정은 위헌, 위법 이라며 기왕의 생활지원금 보상결정을 취소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재산정하라”고 판결했다.
80년해언협이 2025년부터 4차에 걸쳐 제기한 행정소송 재판의 핵심 쟁점은 1.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생활지원금 산정의 위법성 2.동종·유사직종에 근무한 기간 제외의 위법성 3.연간 가구당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생활지원금 미지급의 위법성 4.해직, 연행구금의 경우 이중공제의 위법성 5.재직기간 1년 미만의 경우 미지급결의 위법성 등이다. 재판부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생활지원금 산정의 위법성을 인정해 재산정하라고 판결했으나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20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80년 언론인 강제해직의 역사재판 국민대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오른쪽 넷째부터 조경태 의원, 조정식 국회의장, 김재홍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정근식 서울교육감, 전진숙 의원, 정진욱 의원.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영기 변호사는 물가상승률 미반영의 위법성을 재판부가 인정해 재산정하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고, 80년 강제해직 언론인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미반영 위법성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각한 것은 80년 언론인 강제해직의 역사성을 간과한 것이어서 아쉽다 고 평가했다.
80년해언협은 입장문에서 재판부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생활지원금 산정의 위법성을 인정해 보상결정을 취소하고 재산정하도록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다른 쟁점들을 기각한 것은 유감 이라고 밝혔다.
80년해언협은 ”일부 승소, 나머지 쟁점 기각 판결이 나온 것은 2022년 8차 5.18보상법 개정으로 80년 강제해직 언론인들이 5.18 관련자로 포함되어 보상 대상이 되었으나 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입법 미비에 기인한다 고 지적했다.
입법 미비로 인해 광주시 5.18보상심의위원회는 2007년에 만든 민주화보상법의 생활지원금 지급 규정을 편법으로 끌어와 보상금 대신 생활지원금으로 보상지급결정액을 산정해 통보했다. 이는 그동안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채 18년(2025년 행정소송 제기 당시 기준) 전 지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매우 낮은 보상액을 책정하는가 하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상당수 해직자들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 반발을 샀다.
강제해직 언론인 생활지원금 지급에서 재직기간 1년 미만은 제외되었고 배우자의 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거나 1인가구, 2인가구, 4인가구 등의 연간 소득이 일정 금액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보상 지급결정액이 0원으로 통보된 경우가 상당수다.
광주시 5.18보상심의위가 민주화보상법을 원용해 미지급으로 결정한 것을 이번 소송 재판부는 기계적으로 받아들여 기각 판결한 것이다. 동종 유사업종 근무기간, 해직 후 언론사가 없어져 다른 언론사에 취업한 경우 해직기간을 줄여 산정하기도 했다.
80년해언협은 생활지원금 수령을 거부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물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강제해직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재판절차를 거치도록 할 게 아니라 행정소송 판결 정신을 존중해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생활지원금을 일괄적으로 다시 산정해 소급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소송을 제기했다가 ‘1년 소멸시효 규정’에 묶여 부득이 보상금을 수령한 원고들에 대해서도 ”이런 사태는 재판지연에 따라 발생한 결과이며 귀책 사유가 재판부의 늑장 판결에 있으므로 소급 적용이 마땅하다 고 주장했다.
80년해언협은 ”생활지원금 지급에 있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한 이번 판결의 취지를 살려 정부와 국회, 민주당은 강제해직 언론인뿐만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관련 법규와 규정을 신속히 손질하고, 5.18보상지원위원회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광주5.18보상심의위는 재판부 판결에 따른 후속조처를 조속히 마련할 것 을 촉구했다.
80년해언협은 보상금 지급과정과 행정소송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보상 규정을 명확하게 적시하는 9차 보상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한편 시행령에 존재하는 동종, 유사직종 재직기간을 해직기간에서 제외하는 독소조항 삭제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종범 80년해언협 상임대표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꽉 막혀 있던 국가 폭력 피해자, 민주투쟁 인사들에 대한 보상에 약간이나마 숨통을 터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면서 그러나 근본적인 쇄신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보상은 요원하다 고 말했다. 관련 행정당국이 비합리적이고 행정편의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사법당국이 이를 기계적으로 인용, 판결하는 한 적절한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상임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국가 폭력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에 맞춰 정부와 민주당, 국회 등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적극 나설 것 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종범 상임대표 등 과거 국가 폭력 피해자 7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가 폭력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하면서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시효 문제 등 법적 걸림돌을 제거하겠다 고 말한 바 있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