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해고하고 벌금도 안내…외국공관 면책특권 악용 [뉴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그동안 이전 여부가 불확실했던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도 2031년까지 세종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로 모습. 2026.10.14. 연합뉴스
일부 주한 외국공관들이 한국인을 부당해고한 뒤 외교관 면책특권 을 내세우면서 노동법을 무시하고 이행강제금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이 외교부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노동위 구제신청이 32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1건이 인정됐다. 10년간 주한 외국공관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한 건도 징수되지 않아 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가 확인한 주한 외국공관 노동 관련 분쟁은 101건이었다.
2019년에는 주제주 일본국총영사관에서 2009년부터 일한 한국인 노동자 ㄱ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고 한 달 뒤 해고됐다.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 모두 일본영사관의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지만 ㄱ 씨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위는 복직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영사관에 1125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일본영사관은 비엔나협약에 근거한 면책특권 을 주장하는 외교 공문으로 대응했다. 결국 노동위는 이행강제금 부과 중지 처분을 내렸다.
2024년 주한 파나마대사관에서 13년간 일해온 한국인 노동자 ㄴ 씨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알렸다가 업무 권한을 박탈당하고 컴퓨터를 빼앗긴 데 이어, 지하주차장에 방치된 서류상자 수십 개를 정리하라는 보복성 조치를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언론에 알려지자 파나마대사관은 ㄴ 씨를 해고했다.
디에고 마누엘 비야누에바 마르티넬리 주한 파나마 대사 측은 적절한 징계였다고 주장했으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하고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노동위도 부당해고로 판단하고 복직과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파나마대사관은 이행강제금 1212만 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역시 22년 넘게 근무한 한국인 노동자 ㄷ 씨를 소명 기회 없이 해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지난 4월 부당해고로 판단하고 복직과 임금 지급을 명령했지만, 미 대사관은 한국 노동위원회는 심판 권한이 없다 고 주장했다. 미 대사관은 이행강제금 975만 원을 납부하지 않은 채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과태료 500만 원 부과받은 디에고 마누엘 비야누에바 마르티넬리 주대한민국 파나마 대사가 지난해 6월 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2026.10.27.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일부 외국공관이 노동분쟁에서 공통적으로 외교관의 형사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비엔나협약 을 들어 면책특권이나 주권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모든 행위에 국내 사법·행정 관할권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대법원은 외국 국가의 주권적 통치행위가 아닌 사법적·상업적 행위(현지 직원 근로계약 등)에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대한민국 법원과 행정기관의 관할권이 미친다 고 판시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판결 등 참조).
외교부는 주한 외국공관의 관할권 부정 시 대응 매뉴얼 에 대한 우 의원의 서면 질의에 비엔나협약 제41조에 따른 국내법령 준수 의무를 환기하며 근로기준법 부합을 강조해 오고 있다 고 답하면서도, 분쟁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동 분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고 답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지침상 별도 관련 규정이 없다 면서 근로감독 현장에 외국공관 대응 매뉴얼이 없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외국공관의 출석 거부 또는 주권면제 주장으로 인해 조사 중지·종결된 노동분쟁 사건은 별도 집계하고 있지 않다 며 관련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위는 외국공관의 이행강제금 미납 시 강제징수 절차 진행 내역 을 묻는 우 의원의 서면 질의에 외국공관의 이행강제금 미납에 대한 강제징수 진행 이력은 없었다 고 답변했다.
우 의원은 국내법과 비엔나협약 제41조에 따라 주한 외국공관 소속 한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이 명확히 인정됨에도, 우리 국민의 노동권이 무력화되고 있다 고 지적하며 외교부는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우리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한 외국공관과 적극적인 교섭에 임하고 노동부 등 유관부처와 보다 적극적인 공조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외교부 청사 전경. 연합뉴스
진보당도 일부 외국공관의 행태를 규탄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대표하면서 노동탄압을 하느냐 며 부끄럽지도 않느냐 고 외쳤다.
홍 대변인은 외국공관 곳곳이 노동법 사각지대 임이 거듭 확인됐다 면서 해당 외국공관들은 맹성하고 개선하라 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관의 면책특권 이 노동착취 권한 은 아니지 않느냐 며 개탄이 곧 분노로 바뀌기 전에, 해당 외국공관들의 맹성과 즉각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와 노동부 등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우리 국민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민국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현지 채용 외국인 직원 노동분쟁과 관련해 주재국 노동위에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경우는 없다 고 밝혔는데, 최근 10년간 대한민국 재외공관과 외국인 현지 채용 직원 사이에서 발생한 소송은 모두 13건으로 이 가운데 6건은 진행 중이고 3건은 대한민국 재외공관이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시민언론민들레와 통화에서 주재국에서 이행 강제금을 부과를 한다고 한들 어차피 집행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 적은 없다 면서 원칙론적으로 (노동분쟁) 재판을 받았다고 해도 집행 관할권은 국가 면제가 적용이 되는 부분 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노동분쟁에서) 패소를 했다 하더라도, (한국 외교부가) 수긍하기 어렵거나 불합리한 면이 있다면 집행을 안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외교 관계를 고려해서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며 상황마다 다르다 고 덧붙였다.김시몬 기자 simonn0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