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염 기후소송 확산…엑손모빌·셰브론 법정 선다 [환경]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사망 피해가 잇따르면서 미국에서 화석연료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는 기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 피해 소송 문턱 넘었다…엑손모빌·셰브론 재판대에
워싱턴 주 법원은 미국 주요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한 폭염 피해 소송 진행을 허가했다./ChatGPT생성 이미지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주 법원은 2021년 북서부 열돔 현상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족이 엑손모빌과 BP, 셰브론, 셸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업 측의 기각 신청을 거부했다.
당시 워싱턴주에서는 역사상 최고 수준인 화씨 100도(약 37.8도) 이상의 고온이 사흘간 이어졌다. 이에 피해자는 병원 진료를 받고 귀가하던 중 열사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원고 측은 미국의 기후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며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극단적인 수준의 폭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석연료 기업들은 온실가스배출이 연방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의 규제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법원이 소송을 관할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은 배출량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대중을 속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소송 절차 진행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기후 소송은 본격적인 증거개시 절차와 본안 재판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69명 숨진 폭염 책임 묻는다…500억달러 기후소송 제기
미국 사법부의 기류가 달라지면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기한 폭염 관련 기후소송은 30여건에 달한다.
일례로 오리건주의 멀트노마 카운티는 5년 전 69명의 사망자를 낸 폭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500억달러(73조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멀트노마 카운티 법률대리인단은 석유기업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수십 년 전부터 파악하고도 수익을 지키기 위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으며, 그 결과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카운티 측 법률대리인인 로저 워딩턴(Roger Worthington) 변호사는 과거 석면 소송이 수십 년에 걸친 공방 끝에 피해자의 승리로 귀결됐듯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기후소송도 이제 시작 단계”라고 강조했다. 잇따른 사망 사건, 대규모 산불 등 기후 피해가 실시간으로 입증되는 만큼 화석연료 업계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적 공방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