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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합법성과 절제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합법성과 절제
[뉴스]
2026년 10월 20일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공소청 차장,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무회의에 함께 배석했다. 이튿날 대통령은 배석 불가론을 위헌적 억지라고 반박하면서 구체적 사건의 수사 지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는 국무회의에 앉아서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냐고 공격했다. 배석이 위법한지와, 위법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한지는 다른 질문이다. 두 질문을 섞으면 논쟁이 겉돈다. 앞의 질문은 비교적 간단하다. 국무회의 규정 제8조는 상시 배석자를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국무조정실장, 인사혁신처장, 법제처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통상교섭본부장, 서울특별시장으로 열거하면서,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둔다. 같은 조 제2항은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을 소관 사무와 관련해 출석해 발언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배석의 법적 근거는 있다. 전례가 아주 없지는 않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03년 이후 국무회의록 1,265건을 전수 확인한 보도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나 경찰청장은 7회 배석했다. 2003년에 두 차례, 2004년과 2006년, 2016년, 2020년, 2023년에 각각 한 차례다. 23년에 7회라면 관행이라 부를 수 없다. 특정 안건이 있을 때 불려 들어간 예외였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지금처럼 경찰청장을 상시 배석자 명단에 올리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른 조치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왼쪽부터)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수사기관장 회의 참석 관련 발언에 미소를 짓고 있다. 2026.10.27 연합뉴스 권한이 있다는 말은 행사가 적절하다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의 논리에는 맞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모든 부처와 외청에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산림청장과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이 국무회의에 들어오는데 수사기소기관장만 안 된다고 할 법적 근거는 없다. 국무회의에서 다루는 안건 가운데 경찰력이나 수사, 기소가 필요한 사항에 업무의 우선순위를 두라는 요구는 일반적 정책지휘권에 포섭된다. 개별 사건을 지시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붙였다면 형식논리로는 흠잡을 데가 적다. 문제는 권한의 존재가 행사의 적정성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통령은 사면권을 가지지만 아무 때나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국회는 법률로 거의 모든 것을 정할 수 있지만 소급입법을 자제한다. 헌정은 금지 조항의 목록을 넘어 금지되지 않은 권한을 어디까지 쓸 것인가에 대한 축적된 자제의 총합으로 유지된다. 합법성 논증은 절제의 필요를 없애지 못한다. 오히려 법이 막지 않는 영역일수록 절제가 유일한 제약이 된다. 수사재량의 구조를 보면 왜 절제가 필요한지 드러난다. 수사는 하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인지의 시점, 압수수색의 범위와 시기, 참고인에서 피의자로의 전환, 영장 청구 여부, 구속의 선택, 기소 범위와 적용 죄명, 처분 시점이 모두 재량이다. 이 재량의 행사에는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단일한 정답이 없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신뢰는 결과의 적법성만으로 서지 않고, 결정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끼어들 수 없다는 구조적 보증에 의존한다. 기소도 마찬가지다. 수사와 기소 업무는 준사법적 성격을 갖고 있어서 판단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이 생명이다. 국무회의 배석은 수사기소기관장의 정부와 일체감을 조성한다. 일체감은 지시 없이도 작동한다. 매주 같은 탁자에 앉아 국정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같은 성과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팀이라는 감각이 생긴다. 그 감각이 생긴 뒤에 정권에 악영향을 미칠 행정부 정무직이나 여당 중요인사의 범죄혐의나 정권의 책임을 묻는 중대사건을 다루게 되면, 수사기관장이나 기소기관장은 두 역할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누구도 노골적으로 압력을 넣지 않아도 재량은 기운다. 지시가 없다는 사실이 영향이 없다는 증명이 되지 못한다. 주무장관의 개별사건 지휘권, 어떻게 규정돼 있나 국무회의 배석 여부를 다투는 동안 더 무거운 조항들이 논의 밖에 있었다. 공소청법 제9조는 법무부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청법의 해당 조항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2026년 3월 국회를 통과해 10월 2일 시행된 수사·기소 분리 입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은 폐지되었으나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은 그대로 남았다. 기소 여부와 기소 범위, 공소 취소에 대한 장관의 지휘가 법률상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소청의 장의 공식 명칭이 여전히 검찰총장인 것도 헌법이 그 직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범죄수사청도 같은 구조다.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일반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행정안전부장관은 중수청에 대해 개별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법률로 가진다. 입법 과정에서는 이 권한을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등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행사한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법문에는 어떤 명문의 제한도 없다. 설명은 법문이 아니다. 경찰은 다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이 없다. 제12조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만 적어 조직상 소속 관계를 정한다. 그러므로 행정안전부장관이 경찰청장에게 개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법률상 근거는 없다. 2022년 행정안전부가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논란이 된 것도 법률의 공백을 행정규칙으로 메우려 했기 때문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세부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2026.10.13. 연합뉴스 경찰 쪽 조항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같은 법 제14조 제6항은 경찰청장이 수사에 관한 사무의 경우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예외가 없진 않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에서 경찰의 자원을 대규모로 동원해 통합적으로 현장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지휘를 시작하면 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사유가 해소되면 중단해야 하며, 국가수사본부장이 중단을 건의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승인해야 한다. 실은 이 비교가 드러내는 역설이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입법에서 우리 국회는 경찰청장의 개별 사건 수사 지휘를 원칙으로 금지하고 예외를 좁게 설계하며 절차적 통제를 붙이는 모범을 이미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2026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새로 만든 중수청에는 그 모범을 쓰지 않고 검찰청법의 낡은 조항을 옮겨 놓았다. 수사기관을 새로 설계하면서 통제 장치는 뒷걸음질한 것이다. 국무회의 배석보다 이 조항이 먼저 쟁점이 되어야 했다. 임기는 있고 해임 제한은 없다 임기 보장과 연임 금지는 이미 법에 있다. 공소청법 제11조 제3항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정한다. 중수청법 제7조도 중수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중임을 금지한다. 경찰법 제14조 제4항의 경찰청장도 같다. 임명 절차에도 완충이 있다. 검찰총장은 9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을 추천한 중에서 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중수청장도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행정안전부장관이 제청하며, 둘 다 국회 인사청문을 거친다. 공백은 다른 데 있다. 임기 중 해임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 법정 사유도 없고 청문 절차도 없고 사유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그래서 임기 규정은 보장이라기보다 상한으로만 작동한다. 검찰총장의 2년 임기가 역대 정부에서 사퇴 압박으로 반복해 깨져 온 역사가 그 증거다. 지금 검찰총장 직위는 2025년 7월 전임자가 퇴임한 뒤 1년이 넘도록 공석이고 공소청 차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임기는 종이에 있고 실질은 인사권자의 뜻에 달려 있다. 연임 금지가 있으니 재임용을 바라는 유인은 없다. 그래도 남는 유인이 있다. 퇴임 후의 보직과 임명, 재임 중의 평판, 소속 조직의 예산과 정원, 그리고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느냐다. 해임 제한이 없는 임기는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억제하지 못한다. 임기 보장의 핵심은 2년이라는 길이가 아니라 임기 중에 쫓겨나지 않는다는 보증이다. 입구에는 추천위원회와 인사청문이 있고 출구에는 아무것도 없는 구조에서 피임명자가 누구를 보고 일할지는 분명하다. 준사법기관이라는 말의 뜻 수사와 기소는 행정이면서 사법이다. 준사법기관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판단이 법의 적용이고 그 결과가 사람의 자유를 뺏기 때문이다. 판사에게 신분 보장과 독립을 주는 근거가 판단의 그런 성질에 있다면, 같은 성질의 판단을 하는 수사와 기소에도 그에 비례하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우리 법은 그 성질을 인정해 임기와 추천위원회와 정치관여죄를 두었다. 공소청법 제59조와 중수청법 제51조는 정치 관여를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한다. 법이 중립성을 형벌로 요구하면서 그 중립성을 지킬 조건은 마련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민주적 통제를 끊으라는 뜻이 아니다. 정책에는 통제가 필요하다. 어떤 범죄에 수사 자원을 더 쓸 것인가, 피해자 보호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수사 관행의 인권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선거로 책임지는 사람이 정해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수사기소권력은 정권에 종속된 수사기소권력과 다른 방식으로 위험하다. 한쪽의 위험을 들어 다른 쪽의 위험을 정당화하는 논법이 우리 논쟁을 20년 동안 맴돌게 했다. 경계선은 정책과 사건 사이에 그어야 한다. 장관의 정책제시권과 일반적 감독권은 인정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지시는 금지하는 것이다. 그 경계선을 법에 적어 두지 않으면 지휘권은 늘 사건으로 흘러내린다. 일반적 지휘라는 이름으로 특정 사건군을 겨누는 지침이 내려가고, 인사로 그 방향이 재확인되고, 그러고도 개별 사건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말은 형식적으로 참이 된다. 법무부장관이나 행안부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이 지금처럼 법으로 보장되는 순간 수사기관장이나 기소기관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그 발동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관행을 깨는 쪽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관행을 법보다 가벼운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헌정의 실제 작동에서는 성문 조항이 정하는 몫보다 축적된 관행이 정하는 몫이 더 클 때가 많다. 검찰청장이나 경찰청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았던 우리의 오랜 헌법 관행도 그런 종류의 축적이었다. 명문 금지가 없었는데도 역대 정부가 자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자제에 이유가 있었음을 말한다. 법이 막지 않는 일을 권력자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헌정 관행이다. 관행은 한 번 깨지면 다음 정부에게는 선례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7. 연합뉴스 외관의 문제를 가볍게 볼 수도 없다. 더욱이 요즘은 국무회의가 실시간 생중계된다. 수사기관장이나 기소기관장이 대통령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 기관이 대통령의 지시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다. 수사와 기소에 대한 신뢰는 사후에 쌓이는 평판이 아니라 수사 받거나 기소되는 사람과 지켜보는 시민이 미리 갖는 기대다. 그 기대가 무너지면 정당한 수사도 정치수사로 읽히고, 정권 관련 사건의 불기소는 봐주기로, 야권 관련 사건의 기소는 하명으로 읽힌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가장 잃기 쉬운 자산이 이것이고, 한 번 잃으면 어느 정부도 되돌리지 못한다. 지휘계통이 짧아진다는 점이 특히 무겁다. 중수청과 공소청에 대해 법률은 행정안전부장관과 법무부장관에게 각각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주면서 그 통로를 중수청장이나 공소청장 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통로를 좁혀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설계다. 그런데 대통령이 중수청장과 공수청장을 매주 직접 마주 앉히면 그 좁은 통로를 건너뛰는 셈이 된다. 주무장관을 거치지 않는 소통이 정례화되는 순간, 법이 장관에게 맡긴 책임도 함께 희석된다. 배석을 반대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가 정치적 중립성보다 먼저 여기에 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수사기소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법치적 통제를 강화하되 인사권과는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거리두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제의 종류를 구별해서 정책 방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유지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지시는 봉쇄하는 이원 구조가 바람직하다. 법으로 규율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상당 부분은 이미 우리 법 안에 반쪽씩 들어와 있다. 개별 사건 지시권의 폐지가 첫째다. 공소청법 제9조 단서와 중수청법 제6조 단서를 삭제하고 경찰법 제14조 제6항의 설계로 통일한다. 개별 사건 지휘를 원칙으로 금지하고, 예외는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 확인된 경우로 법문에 한정하고, 지휘는 서면으로 이유를 붙여 하고, 소관 위원회에 보고하고, 사유가 해소되면 중단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한다. 구두 지시에는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금지 규정 없이 절제만 요구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논쟁이 되풀이된다. 임기 중 해임의 제한이 둘째다. 임기와 연임 금지는 이미 있으니 해임 사유를 법에 한정하고 절차를 붙이면 된다. 직무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과 심신상의 장애 같은 사유로 한정하고, 해임에는 청문과 이유의 서면 통지, 국회 통고를 요구한다. 사퇴 압박으로 임기를 깨는 관행을 막으려면 사직서 제출의 경위를 공개하게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출구에 절차를 두지 않으면 입구의 추천위원회와 인사청문은 장식이 된다. 시민통제의 비대칭을 없애는 것이 셋째다. 공소청법 제21조는 각 광역공소청에 사건심의위원회를 두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공정성이 우려되는 사건의 구속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상소 여부를 심의하게 한다. 50명에서 200명의 위원 가운데 회의마다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하고, 검사는 그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이 기소 판단을 심의하는 장치가 이미 법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수청법 제44조의 수사심의위원회는 둘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의무화하고, 심의의견을 따르지 않을 때는 이유를 문서로 남겨 공개하게 해야 한다. 사법적 통제의 강화가 넷째다. 영장 심사의 실질화, 수사기록의 보존과 사후 열람, 불기소 처분에 대한 사법적 재심사의 확대, 위법수집증거의 엄격한 배제가 그 수단이다. 인사권자에게서 멀어진 만큼 법치적 통제가 촘촘해져야 한다. 인사권에서 멀어지기만 하면 자율권력이 되고 통제만 촘촘해지면 업무가 마비된다. 둘을 함께 설계해야 한쪽의 위험이 다른 쪽의 명분이 되는 순환이 끊어진다. 국무회의 배석은 그 다음 문제다. 지금 규정에 있는 대로, 상시 배석자 명단과 안건별 출석을 구별하면 된다. 국무회의 규정 제8조 제2항이 이미 소관 사무와 관련하여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을 출석해 발언하게 하는 방식을 두고 있다. 치안정책과 범죄대응 기조를 조율할 필요가 있으면 안건을 올려 출석시키고 끝나면 나가게 하면 된다. 매주 같은 탁자에 앉는 것과 필요할 때 들어와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관계를 만든다. 담론의 수준이 드러난 논쟁 이번 논쟁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 다루어진 것보다 중요하다. 국무회의 배석이 위법한지만 다투는 동안, 법률에 적힌 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과 해임 제한의 공백은 아무도 쟁점으로 삼지 않았다. 야당은 배석을 공격하면서 집권시절 음으로 수시로 써먹었던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폐지하자고는 하지 않는다. 여당은 지휘권이 법에 있다는 사실로 배석을 정당화하면서 그 지휘권을 내려놓겠다고는 하지 않는다. 양쪽 모두 제도가 아니라 지금의 유불리를 말하고 있다. 수사기소기관의 정치중립성은 누가 수사기소기관장을 임명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임명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없느냐의 문제다. 앞의 것은 선거로 바뀌고 뒤의 것은 법으로만 바뀐다. 앞의 것만 다투는 동안 뒤의 것은 그대로 남아 있고, 정권이 바뀌면 같은 논쟁이 역할을 맞바꿔 되풀이된다. 지난 20년의 검찰 논쟁이 그렇게 흘러왔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수술을 하면서도 개별 사건 지시권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그 담론 수준의 결과다. 대통령이 개별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지휘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당연하다. 진심일 것이다. 그러나 약속으로 지켜지는 것은 제도가 아니다. 제도는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장치다. 임기 중 해임을 막는 조항도 없고 장관의 개별 사건 지휘권은 법에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인사권자와 피임명자가 매주 한 번 같은 탁자에 앉는다면 지시가 없어도 관계가 생기고 관계가 생기면 재량이 기운다. 다음 대통령이 같은 약속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지금 당장은 대통령의 절제다. 법이 금지하지 않더라도 수사기소기관장의 상시 배석은 스스로 접어야 할 지시다. 이어서 그 절제가 정권의 선의에 매달리지 않도록, 개별 사건 지시권의 폐지와 해임 사유의 법정화, 시민심의기구의 의무화를 지금 법제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사기소기관이 누구의 손에도 장악되지 않도록 필요한 규칙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kwaknh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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