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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후 공시 의무화, 그 다음은? TISFD로 보는 사회 공시의 미래
[칼럼]
국내 기후공시 의무화 로드맵이 확정됐다.  정부의 최종 로드맵에 따르면 2027년 사업연도부터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발간하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법정 공시체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의 기후공시 체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요한 출발점에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가 있다. TCFD는 기후 시나리오를 토대로 폭염·홍수와 같은 물리적 위험과 탄소가격·규제·기술 변화에 따른 전환위험을 식별하도록 했다. 나아가 이러한 위험이 기업의 매출과 비용, 자산가치 등 재무적 요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기후정보와 재무제표를 연결하는 핵심 프레임워크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제 ESG 논의의 무게중심은 환경(E)에서 사회(S) 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중요한 ESG 이슈로 환경을 선택한 비율은 82%에 달했다. 사회를 선택한 비율은 9%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MZ세대가 기업에 기대하는 역할로 일자리 창출을 선택한 비율은 28.9%로, 환경보호를 선택한 비율 13.2%의 두 배를 넘었다. 기업문화와 근로자 복지 개선이 기업의 핵심 경영 목표가 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61.1%에 달했다. 기업의 ESG 대응은 여전히 환경에 집중돼 있지만,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책임은 노동과 고용, 소비자 안전 등 사회 부문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회공시에서 기업이 설명해야 할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최근 공개된 불평등·사회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ISFD) 프레임워크 초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단순 수치를 넘어 원인 분석으로…이직률 10%보다 ‘왜 떠났는가’를 묻는다 TISFD가 말하는 기업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 및 의존 경로/TISFD자료 기반 ChatGPT생성 이미지 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는 수많은 사회 지표가 실린다. 이직률, 산업재해율, 여성 관리자 비율, 안전교육 이수자 숫자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숫자만으로는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직률이 높아졌다고 가정해보자. 원인이 낮은 임금인지, 장시간 노동인지, 승진 기회 부족이나 조직문화 때문인지는 이직률이라는 숫자에 나타나지 않는다. 산업재해율도 마찬가지다. 인력 부족과 납기 압박, 설비 노후화, 복잡한 하청 구조 가운데 어떤 요인이 사고 위험을 높였는지 알기 어렵다. 때문에 TISFD는 정량적 지표에서 출발하되, 그 결과가 만들어진 경로까지 추적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기업 활동과 사업 관계에 내재한 구조적 요인이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새벽배송이나 3교대 근무와 같은 운영 방식은 근로자의 건강과 복지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촉박한 납기 구조와 복잡한 하청 관계도 마찬가지다. TISFD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식별한 뒤 임직원과 공급망 근로자, 소비자, 지역사회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추적하도록 한다. 나아가 그 영향이 건강과 안전, 인권 등 사회적 성과와 위험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이러한 추적 과정을 ‘영향 경로(Impact Pathway)’라고 부른다. 공시의 초점이 ‘이직률이 10%다’라는 숫자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경영활동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이직률을 높였는가’라는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TISFD는 기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업 활동이 사람과 사회에 어떻게 의존하는지도 살핀다. 이를 ‘의존 경로(Dependency Pathway)’라고 한다. 숙련된 근로자가 빠져나가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채용 비용이 늘어난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해지면 시장 수요가 감소한다. 지역사회의 신뢰를 잃으면 사업장 운영이나 인허가 절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사람과 사회의 변화가 기업 운영과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해 설명하는 것이 의존 경로의 핵심이다.   ‘평균값의’의 함정…TISFD, 집단별 격차도 같이 본다 불평등·사회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ISFD)의 사회 공시 프레임워크 초안 표지/TISFD TISFD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불평등’이다. 전체 임직원의 평균 임금이 5%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인상분이 소수 관리자에게 집중되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면, 평균 수치와 근로자가 체감하는 결과는 전혀 다르다. 때문에 TISFD는 평균값보다 결과가 어떻게 분포되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본다. 성별과 장애 여부, 인종, 이주 여부, 지역에 따른 집단 간 격차를 ‘수평적 불평등’으로 구분한다. 소득과 자산, 건강 수준 등에 따른 분포상의 격차는 ‘수직적 불평등’으로 본다. 교육과 고용, 서비스 접근, 의사결정 참여에서 나타나는 ‘기회의 불평등’과 임금·안전·건강·고용 안정성에서 발생하는 ‘결과의 불평등’도 구분한다. 공시 관점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본사와 협력사,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수도권과 지방 등 집단별 성과를 나눠 살펴봐야 한다. 사회 지표가 개선됐다는 사실만 제시하는 데서 벗어나, 그 혜택이 특정 집단에 편중되거나 일부 집단이 배제되지는 않았는지까지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AI 실업·생활비 상승 가정한다…사회공시에도 시나리오 분석 등장할까 TISFD가 제시하는 사회 시스템 위협 요인/TISFD TISFD가 제시하는 개념 가운데 가장 어렵고 생소한 부분은 시스템 위험이다. 개별 기업이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면 단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같은 선택을 반복하면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줄어든다. 불평등과 사회적 불만이 누적되면 파업과 시위, 정치적 양극화, 급격한 규제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당장 중요하지 않아 보였던 문제가 쌓이면서 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흔드는 것이다. TISFD는 이를 사회 안정성 위험, 거시경제 위험, 금융 안정성 위험, 기후 및 생태계 안정성 위험으로 구분한다.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필수 서비스 접근성 저하와 같은 사회 문제가 지속되면 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논리다. TISFD는 기업이 이러한 시스템 위험도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기준 초안에는 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장기적으로 ‘사회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공시에서 시나리오 분석은 서로 다른 온도·정책·기술 변화 경로를 가정하고 기업 전략의 회복력을 점검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사회공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접근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I와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재교육과 일자리 전환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생활비 상승과 임금 정체가 장기간 이어지거나, 탄소중립 비용이 저소득층과 특정 산업 지역에 집중되는 상황도 하나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노동력과 소비 수요, 지역사회 갈등, 규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그 속에서 기업의 사업모델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노동·인권도 재무위험으로…TISFD, 사회공시 제도화 시동 TISFD는 아직 의무규제도, 완성된 공시기준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을 둘러싼 사회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AI와 자동화는 직무와 고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 생활비 상승과 임금 정체는 근로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력과 기업의 시장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TCFD도 처음부터 의무공시 기준은 아니었다. 기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재무정보와 연결하는 방식을 먼저 제시했다. 이후 그 구조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 S2와 KSSB 기준에 반영되면서 의무공시 체계로 이어졌다. TISFD가 TCFD와 같은 제도화 경로를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노동과 인권, 불평등을 기업의 운영 지표나 사회공헌 성과로만 다루지 않고, 측정하고 비교하며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할 위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팩트온 송선우 리서치센터장 임팩트온 송선우 리서치센터장은 분석 기사를 통해 ESG 공시, 프레임워크, 트렌드 등 글로벌 ESG 주요 현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네이버의 ‘E커머스 ESG전략 사내 세미나’, SK경영경제연구소의 ‘탄소중립 사례연구’, 현대모비스의 해외법인 ESG 교육커리큘럼 등 ESG 관련 리서치와 국제 표준 분석 등의 연구작업도 함께 참여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지속가능경영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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