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GDP 폭등에 가계부채 비율 저절로 급락 [뉴스] 올해 2분기 말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해 정부 목표치 조기 달성을 눈앞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명목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급락한 까닭은 반도체 메가 특수 덕에 명목 GDP가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메가 특수의 직접 수혜를 입는 일부 가계를 제외하면 원리금 상환 능력이나 부담이 완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급락했다고 호들갑 떨 일이 전혀 아니다.
1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급락한 가계부채비율
1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3%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은 자금순환 통계 등을 기초로 작성된 BIS 1분기 가계·비영리단체 부채 잔액에 한은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을 적용하고, 이를 최근 4개 분기 명목 GDP 합계로 나눈 결과다.
아직 공표되지 않은 2분기 가계부채가 이미 공표된 비슷한 통계인 2분기 가계신용과 같은 비율로 늘었다고 가정한 자체 추정치다.
이 추정치가 실제 수치로 확인되면 BIS의 과거 통계와 비교해 2016년 2분기(80.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올해 2분기 말 추정치와 목표 수준의 차이는 약 1.3%포인트(p)로, 목표 시한을 4년여 앞두고 격차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반도체 덕에 비현실적으로 상승한 명목GDP
출발점은 BIS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제시한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가계·비영리단체 부채 잔액 2374조 1000억원이다.
여기에 한은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잔액(2019조 8000억원)의 전 분기 대비 증가율(1.3%)을 적용하면, 2분기 말 부채는 약 2404조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작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명목 GDP 합계는 2958조 6000억원이며, 추정 부채를 이 금액으로 나누면 81.3%라는 비율이 나온다.
최근 4개 분기 명목 GDP 합계는 1분기 말 기준보다 약 6.2% 증가했다. 추정에 활용한 부채 증가율(1.3%)을 크게 웃돌면서 비율 하락을 이끌었다.
한은의 2분기 국민소득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목 GDP는 1년 전보다 26.4% 늘었다. 1979년 3분기(27.7%) 이후 4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이와 관련,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 때 명목 GDP가 상당히 높게 나올 것”이라며 모든 부채 비율을 계산할 때 명목 GDP를 분모로 두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나 건전성 지표들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내총생산(GDP)추이, 자료 : 한국은행
BIS공식 통계로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 하락세는 완연해
BIS 공식 통계로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 하락세가 확인됐다.
BIS가 발표한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1%였다. 작년 말(88.1%)보다 3.0%p 뚝 떨어졌다.
이미 2018년 1분기(85.1%)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이 비율은 2021년 3분기 말(99.1%)을 정점으로 대체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한은의 2분기 자금순환 통계는 10월 7일, BIS의 2분기 부채 통계는 12월 7일 각각 공개된다.
최근 5년간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프, 자료 : BIS
반도체 관련 수혜 가계를 제외한 나머지 가계는 여전히 부채의 늪에서 허덕여
명목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급락했다고 환호할 일은 전혀 아니다. 반도체 메가 특수에 힘입어 명목GDP가 믿을 수 없는 성장을 한 탓에 가계부채비율이 극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반도체 메가 특수의 수혜를 입는 가계는 소득이 크게 늘어나 원리금 상환 능력이나 부담이 크게 좋아졌지만, 그 외의 가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한은도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겠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주택 매입 수요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관건은 반도체 메가 특수를 누리는 가계 이외의 가계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느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