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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민주당, 정체성과 진로를 잃은 것 아닌가

민주당, 정체성과 진로를 잃은 것 아닌가
[뉴스]
민주당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한 정당의 내부 불협화음에 대한 호기심만이 아니다. 그것은 촛불 이후 한국 사회가 다다라야 했던 개혁의 이정표가 과연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그리고 그 길을 잃게 만든 원죄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는 서슬 푸른 탄핵(彈劾)이다. 집권 여당의 정체성과 진로를 둘러싼 진통이 비참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평산책방 부스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유시민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6.25 연합뉴스 오랫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서사와 이론적 정당성을 뒷받침해 온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정치권 전반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두고 흔한 진영 내부의 잡음이나 한 지식인의 노여움 정도로 치부하려는 여당의 태도는 기만적이다 못해 절망적이다. 유시민의 일갈은 정권의 핵심을 향해 찌르는 가장 정확한 칼날이자, 지금 민주당이 서 있는 퇴행의 자리가 어디이며 그들이 자초하고 있는 종말의 풍경이 무엇인지를 짚어내는 근본적이고도 치명적인 경고장이다. 권력 집중과 정당 민주주의의 붕괴 유시민의 비판이 겨냥하는 지점은 너무나 명확하여 단 한 자의 변명도 허용하지 않는다. 집권 1년을 맞이한 권력의 중심부, 즉 대통령실이 당과 국회를 국정 운영의 대등한 동반자가 아닌 전위대이자 하부 집행 조직으로 길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당의 자율성은 말살되었고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특정 계파의 수장이자 절대 권력자로서 행세하고 있으며, 당직 선출과 국회 상임위 배치, 나아가 차기 공천을 둘러싼 모든 혈맥에 이른바 ‘명픽’(Myung-pick)이라는 영향력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것은 민주당이 그토록 비판해 마지않았던 과거 보수 권력의 사당화 과정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판박이다. 이러한 사당화의 구조 속에서 정당은 대통령의 하명만을 바라보는 수동적 기구로 전락하며, 내부의 다채로운 이견과 치열한 정책 토론은 불충 과 트레이더 라는 프레임에 갇혀 완전히 도륙당한다. 정당의 생명력이자 존재 이유인 자율성과 다양성이 무너지는 순간, 그것은 개혁의 완성이나 정권의 안정이 아니라 정당이라는 유기체의 실질적 해체를 의미한다. 유시민이 던진 이 경고는 정권의 종말을 미리 알려주는 불길한 묵시록이다. 포용의 유산을 버린 권력 재편 더 나아가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당정 재편과 인적 쇄신의 실상은 팽창을 위한 ‘증축’이 아니라, 기존의 기반을 싹 쓸어버리고 단일한 성벽을 쌓는 악의적인 ‘재건축’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쌓아 올린 포용의 유산, 민주당이 품어왔던 세대와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정통적 정당 정치의 방식은 철저히 부정되고 있다. 오직 단 하나의 권력축을 중심으로 진영을 재단하고, 다른 소리를 내는 인후(咽喉)를 잘라내는 퇴행적 정리가 개혁 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감행된다. 이러한 단선적이고 독주하는 권력 구조는 정당이 가져야 할 내구성과 외연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외쳤던 검찰개혁이나 법치주의 수호 같은 핵심 국정 과제조차 이 괴물 같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이자 명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을 다지는 데 국가적 개혁 과제를 소모품으로 쓰는 지금의 흐름은 성공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거대한 폭망을 향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있는 거친 질주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 대표 경쟁이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후보(기호순) 3파전으로 압축됐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후보가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23 연합뉴스 비판을 적으로 돌리는 집단의 몰락 그러나 이 비참한 경고를 대하는 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집단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들은 격앙과 당혹 속에서 유시민의 발언을 근거 없는 억측 이자 진영을 해치는 내부 총질 로 규정하며 야만적인 집단지성을 동원해 그를 매장하려 든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저 비열한 보수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는 상투적인 논리는, 정권이 몰락할 때마다 내뱉던 전형적인 망빌이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자성하기는커녕 방어 기제에 사로잡혀 다른 목소리를 악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려는 기류는, 민주당 내의 민주주의가 이미 사망 단계에 이르렀음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비판을 품어내고 스스로를 고쳐 쓰는 능력이야말로 건강한 정당의 유일한 지표다. 당내 비판자들을 향해 수박 이니 배신자 니 하는 낙인을 찍어 입을 막는 순간, 정당은 정치적 신교(Cult)로 전락하고 만다. 이 사태를 단순히 한 지식인의 거친 설전이나 정치적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유시민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온 분노의 이면에 이 정권을 탄생시켰던 수많은 시민들의 깊은 불안과 냉소, 그리고 근본적인 회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당의 본분은 대통령의 국정 과제를 지원하는 충실한 조력자인 동시에, 권력이 독선으로 흐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견제하는 서늘한 감시자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무소불위의 대권 중심 구조에 완전히 당착되어, 모든 구성원에게 무조건적인 단일대오와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대통령의 기분과 어조가 곧 당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이에 반하는 한마디의 소신은 정치적 사형 선고로 이어지는 야만적 구조 속에서, 우리가 피 흘려 지켜온 민주적 정당의 본질은 완벽하게 짓밟혔다. 이것은 한국 정치의 비극적 유산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악질적인 변종이다. 집권 초기의 강력한 국정 추진력과 당을 움켜쥐는 카리스마는 당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법안을 밀어붙이는 데 있어 매혹적인 무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골간을 뿌리째 흔드는 권력은 결국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이기려는 권력의 오만함에 대한 대가는 정권 말기에 처참하게 찾아온다. 권력이 한곳으로 쏠릴수록 그에 따른 책임의 중량 역시 온전히 그 한 사람과 그를 맹종했던 무리에게 폭탄처럼 떨어진다. 유시민의 메시지는 이 뻔히 보이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권력의 폭주를 향한 절규다. 권력이 일망타진되기 전에 그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원리로 되돌아가라는 마지막 경고다. 민주당의 생존 조건과 마지막 경고 나는 칠순을 넘긴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가급적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정치의 산물이라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이재명 정부를 만들었고, 당정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사력을 다해 지지표를 끌어 모아 압도적인 의석을 안겨준 것도 바로 국민이었다. 그러나 지금 가슴을 짓눌러오는 이 참담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과연 이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가, 아니면 권력의 단맛에 취해 그들만의 자폐적 권력 놀음에 빠져 있는가. 집권 초기의 장밋빛 기대와 달리,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삶과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다는 이 절망적인 실감은 결코 일부 비판자들의 환각이 아니다. 국민은 제 할 일을 다하며 고통을 견디고 있는데, 권력은 국민의 뜻과 전혀 다른 오만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괴리감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권력이 국민이 아닌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비판의 전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대한 간절함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진짜 진보와 개혁의 가치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독선과 배제의 국정 운영이 계속된다면 그 끝은 성공이 아니라 비참한 고립이다. 권력의 강호는 안정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우군을 잃고 홀로 고립되는 지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고립의 결과는 단순히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개인의 실패나 민주당이라는 한 정당의 집권 연장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진보·개혁 진영 전체의 괴멸이자 궤멸로 귀결될 것이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설 유시민 작가가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집 30권 출판기념회 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8.13.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욱 끔찍하고 두려운 것은 그 뒤에 찾아올 정치적 폐허다. 만약 민주당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바로 세우지 못한 채 오만과 무능의 길로 붕괴해 버린다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은 철저히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보수 기득권 진영의 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개혁적이고 퇴행적인 정치 세력이 민주당의 자멸에 힘입어 다시 권력을 집어삼키는 비극적인 반작용,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재앙이다. 그렇기에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체성의 위기는 단순히 한 정당의 파벌 싸움이 아니다. 한국 정치 전체의 운명과 이 땅의 민주주의가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분기점이다. 민주당이 살 수 있는 길, 그리고 이 정권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너무나 명확하게 열려 있다. 정권 내부의 서슬 푸른 비판을 힘으로 억눌러 침묵시킬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통령 일인에게 집중된 기형적인 권력을 당과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로 과감하게 분산시키는 것이다. 단일한 목소리만을 강요하는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상이한 의견과 비판을 포용하는 넓은 품을 회복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사이에 건강한 긴장감과 상호 견제의 관계를 복원하고, 당내에서 당당하게 이견을 말할 수 있는 민주적 토론의 장을 다시 열어야 한다. 정당의 진정한 힘은 수장의 눈빛 하나에 납작 엎드리는 충성심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오만을 깨닫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비판적 자정 능력에서 나온다. 지금 민주당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길이 집권 세력으로서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위대한 길인지, 아니면 특정 인물과 파벌을 향한 맹목적 충성으로 내닫는 폐쇄적인 신교 집단의 길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유시민의 날선 비판은 아프고 뼈를 때린다. 그러나 그 아픔과 불편함 속에 우리가 외면해 온 진실이 담겨 있다면, 그 진실을 거부하는 순간 민주당을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정치적 사형 선고다. 지금 이 순간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비판자들을 향한 치졸한 방어가 아니라, 피를 토하는 심정의 자성이다. 스스로를 태워 쇄신하는 성찰이 없다면, 민주당의 내일은 확장이 아니라 수축이며, 승리가 아니라 완벽한 참패로 끝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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