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中 ‘가짜 탄소크레딧’ 210만톤 취소…엑손모빌 등 감축실적 비상 [환경] 독일 정부가 부실·허위 의혹이 제기된 중국산 탄소크레딧 210만톤을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해당 크레딧을 매입해 배출 상쇄에 활용했던 엑손모빌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무효화된 분량만큼 감축 실적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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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프로젝트 30건·210만톤 취소…구매 기업에 감축실적 보충 명령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독일 환경청(UBA)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당국은 중국 소재 업스트림 배출감축(UER) 프로젝트 30건에서 발급된 탄소크레딧을 취소 처분했다. 이는 승용차 약 50만 대가 1년간 내뿜는 배출량에 맞먹는 규모다.
2024년 부실 인증 스캔들이 처음 터진 이후 독일 정부가 어떤 기업이 해당 크레딧을 매입했는지 기업명을 확인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ER(Upstream Emission Reduction)은 원유·천연가스 채굴 등 화석연료 생산(상류)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인 실적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유럽 내 정유·에너지 기업들은 법적으로 부과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채우기 위해 UER 크레딧을 사들여 상쇄에 활용해왔다.
취소 대상에는 엑손모빌 벨기에 법인의 탄소 9만6000톤 규모의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등록문서상 크레딧 가격인 톤당 44유로(약 7만원)를 적용하면 엑손모빌은 420만유로(약 67억원)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관세총국은 정유·에너지 기업들이 부실·조작 여부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선의’로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규정에 따라 무효화된 만큼의 감축 부족분을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라고 명령했다.
엑손모빌 대변인은 회사가 모든 법적 요건을 준수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며 진행 중인 정부 조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 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에 함께 거론된 글로벌 원자재 거래업체 비톨(Vitol)은 해당되는 프로젝트를 2024년 11월 철회해 실제 대금 지급이나 크레딧 취득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부·제3자 검증도 못 걸렀다…45개 프로젝트 ‘의심’ 판정
이번 사안이 주목되는 이유는 문제가 된 크레딧이 민간 자발적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하고 제3자 기관이 검증하는 시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독일 환경청은 중국 탄소 프로젝트 개발사인 베이징카본(Beijing Karbon)이 기만적인 수법으로 정상적인 프로젝트처럼 꾸몄다고 결론지었다. 환경청이 ‘의심’ 대상으로 지목한 45개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사가 베이징카본이었으며, 엑손모빌이 사들인 프로젝트도 여기에 포함됐다.
구조적 원인으로는 검증기관과 개발사 간의 유착과 이해상충이 지목됐다. 과거 검증 심사관으로 일했던 왕징은 독일 검증기관 베리코(Verico SCE)와 중국 개발사 베이징카본 양쪽에 동시에 몸담으며 인증 심사를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리코 측은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해 왔다 고 밝혔으며, 왕징은 현재 퇴사한 상태다.
블룸버그 자체 조사 결과 일부 프로젝트는 현장에 실체조차 없는 유령 프로젝트 였으며, 유사한 부실 크레딧이 독일뿐 아니라 최소 유럽 9개 국가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환경청은 취소된 30개 프로젝트 중 6건은 취소를 최종 확정했고, 조사가 진행 중인 24건은 세부 내용을 비공개 처리했다. 한때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탄소 감축 모델로 평가받던 UER 제도는 연쇄적인 부실·위조 스캔들 끝에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