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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2년째 수감 아랍 기자, 죄목도 모르고 재판도 못받아

2년째 수감 아랍 기자, 죄목도 모르고 재판도 못받아
[사회혁신]
2024년 2월 5일 한 이스라엘 병사가 발가벗긴 수감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장면은 그 병사가 ‘전리품’으로 챙긴 기념사진에 담긴 것. 수감자는 고문을 받아 피를 흘리고 있다. Ⓒ작가 미상(이스라엘 군인이 SNS에 올렸다가 내린 사진) 지난 주 글에서 ‘이스라엘의 아부 그라이브’라는 악명을 얻은 스데 테이만 군사기지 안 수감시설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21세기 전범국가 이스라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스데 테이만은 쿠바 관타나모나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못지않은 인권 사각지대였음을 확인했다. 특히 2024년 7월 말 집단성고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스데 테이만을 폐쇄하라”라는 이스라엘 안팎의 목소리는 성고문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곳곳에서 들렸다. 2024년 5월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시민권협회, 인권의사협회, 고문반대공공위원회, 하모케드HaMoked, 기샤Gisha 등 5개 단체)이 함께 손잡고 이스라엘 대법원에 폐쇄 청원 소송을 걸었다. 두 달 뒤 일어난 집단 성고문 사건으로 그 청원은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그해 9월 대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문제의 집단 성고문사건 재판도 열리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늘 그래 왔듯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응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2026년 3월 기소는 취하되고 따라서 재판도 없었다. 영창도 아닌,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가해자 5명은 끝내 자유의 몸이 됐다. 아마도 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었을 것이다. 거봐 내가 뭐랬어? 별일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그들에겐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2026년 4월 이스라엘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는 가해자들을 예비군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승인했다. 이 조치는 가해자들이 다시 스데 테이만에서 예비군으로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병영국가인 이스라엘에선 일반 병사는 40세, 장교는 45세까지 예비군 복무를 해야 그에 따른 이런저런 이익을 챙길 수 있다(현금보상, 소득보전, 고용보호, 각종 지원 등) 24시간 복부에 인공장기 두른 고문 희생자 ‘정상인’으로 돌아간 가해자들과는 반대로, 집단 성고문 피해자는 지금도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막대기로 항문을 마구 쑤셔댄 고문 탓에 직장(항문 바로 안쪽의 대장 끝부분)이 심하게 손상돼 배설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다. 대변이 다른 쪽으로 나오도록 장루(stoma, 인공배설기) 주머니를 24시간 복부에 붙여놓고 지낸다. 장루가 불편하다고 떼면 대변이 상처 부위를 지나면서 세균 감염이나 추가 손상이 생기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 피해자의 이름을 X라 하자. 집단 성고문 가해자들이 24시간 장루를 차고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는 X의 모습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인간적으로 내가 좀 심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까. 아랍인을 깔보는 유대인 선민의식(인종차별주의), 또는 팔레스타인 땅이 그들의 신 야훼로부터 하사받았기에 아랍인(사실은 선주민)으로부터 되찾아야 한다는 극단적 시온주의(zionism)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런 인간적인 연민은 좀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똥주머니를 차고 있다고? 그것 참 보기 좋을 것 같네” 하며 비아냥거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2025년 12월 풀려나 가자지구로 돌아간 X는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다. 그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보다는 그저 잊고 싶을 것이다. 이스라엘 쪽에서 돌아가 함부로 혀를 놀리면 더 큰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도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X가 하마스 정예대원을 가리키는 ‘누크바(Nukhba)’ 출신이라는 이스라엘 언론 보도가 있긴 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반 민간인인 X는 2023년 10월부터 가자지구를 휩쓴 마구잡이 체포 광풍에 떠밀려 들어갔고, 잘못된 장소(스데 테이만)에서 못된 인간들을 만나 크나큰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여기서 X가 당한 피해와 고통을 단지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지적했듯이, 이스라엘 감옥은 항문 성폭행을 포함한 고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X는 숱한 고문 희생자의 한 사람일 뿐이다. 2025년 3월에 발표된 유엔 팔레스타인조사위(COI) 보고서는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성폭력이 ‘체계적으로 저질러졌다’고 지적했다. 2026년 5월 말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안보리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분쟁 관련 성폭력 의심 당사자 명단, 이른바 성폭력 블랙리스트에 러시아군과 이스라엘군을 추가했다. 여러 인권단체들, 이를테면 휴먼라이츠워치(HRW),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이스라엘 인권 단체 베첼렘(B Tselem), 팔레스타인 인권위원회(PCHR) 등은 이스라엘군, 특히 수감시설 안의 경비원과 관리자들 사이에서 성폭력 관행이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했다. 성고문이 조직화·체계화된 폭력으로 자리 잡은 이스라엘 감옥에선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오싹하지만 사실이다.   카타르의 민영방송사 알 아라비 TV 기자 무함마드 아랍. 오른쪽은 2026년 8월 대법원 심리 때 촬영된 영상 이미지. 2년 넘게 옥살이를 하면서 변호사도 못 알아볼 만큼 얼굴이 헬쓱해졌다.Ⓒ알 아라비 TV 8개월 동안 아무도 변호사 못 만나 문제의 집단 성고문 사건 뒤로도 스데 테이만을 비롯한 이스라엘 수감시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생지옥 집단 무덤’이라는 현실은 그대로다. 한때 검토한다고 알려졌던 스데 테이만 수감시설 폐쇄 소문도 어느새 사그라졌다. 다만 그곳 수감자들을 일반 교도소로 많이 옮겨 놓아 현재 수감자 숫자는 100명 안팎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23년 10월 전쟁 초기처럼 가자지구에서 마구잡이로 붙잡아 온 ‘하마스 용의자’ 숫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풀려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스데 테이만 수감시설에 근무하는 제100부대 병사들과 504정보부대, 그리고 신베트(Shin Bet, ISA)의 고문 악행은 ‘집단 성고문 사건’ 홍역을 치르고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변호사 접견이나 가족들의 면회도 매우 어렵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수감자들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을 오롯이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스라엘 시민권을 지닌 아랍계 변호사 칼레드 마하즈네(Khaled Mahajneh)는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 갇힌 수감자와의 만남을 허락받은 첫 번째 변호사다. 그가 2024년 6월 19일에 그곳을 방문했으니,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뒤 8개월 넘게 그곳으로 끌려간 수감자들 가운데 그 누구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마하즈네 변호사에게 일을 맡긴 쪽은 알 아라비 TV였다. 카타르의 민영 방송사인 알 아라비 TV의 무함마드 아랍(Muhammad Arab, 1982년생) 기자가 행방불명이었기 때문이다. 아랍 기자는 2024년 3월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복합단지인 알-시파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취재하던 중 붙잡혀 갔다. 변호사는 먼저 이스라엘 군 통제센터에 연락해서 아랍의 기자 신분증과 사진, 그리고 변호사 위임장을 제출했다. 그랬더니 얼마 뒤 아랍은 스데 테이만에 갇혀 있고 면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경우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이라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붙잡아 온 수감자들을 ‘불법 전투원(unlawful combatant)’으로 낙인찍고 ‘변호사 접견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6개월마다 수감 기간을 거듭 연장해 왔다. 심지어 일부 수감자들은 ‘행방불명’(다른 용어를 쓴다면 ‘강제 실종’) 상태로 지내곤 한다. 인권단체 변호사들이 이스라엘 법원에다 끈질지게 청원을 해도, 접견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변호사 만난 수감자  여기가 어디죠?” 마하즈네는 곧장 스데 테이만 기지로 차를 몰고 갔다.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군용 짚차로 갈아타고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10분쯤 달리던 차는 어느 대형 창고 같은 건물 앞에 멈추었다. 그곳 경비원들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진보적 성향의 독립 언론으로 분류되는 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수감자를 만났을 때의 상황을 묘사한 부분을 보자. [군인들이 팔다리가 묶인 채 억류된 기자 모하마드 아랍을 끌어내 오는 동안, 마하즈네 변호사는 바리케이드 뒤에 남아 있었다. 군인들이 아랍의 눈가리개를 벗기자, 그는 밝은 빛에 익숙하지 않아 5분 동안 눈을 비볐다. 그가 변호사에게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은 여기가 어디죠? 였다. 스데 테이만에 있는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조차 몰랐다. 전쟁이 시작된 뒤 (접견 시점인 2024년 6월까지) 적어도 35명의 수감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숨을 거두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스데 테이만을 그저 ‘죽음의 수용소’라고 불렀다.] (https://www.972mag.com/sde-teiman-prisoners-lawyer-mahajneh/) 마하즈네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100일 동안 스데 테이만에 갇혀 있던 무함마드 아랍 기자의 모습이 (사진의 모습과는 딴판으로)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고 했다. 얼굴도 야위었고 머리카락이나 피부색이 바뀌었고, 온몸은 흙과 비둘기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다. 거의 두 달 동안 옷을 갈아입지 못해 입고 있던 옷이 거의 누더기가 된 상태라 했다.   2024년 5월 27일, 예루살렘 국가안보부에서 새로 임명된 교정청장 코비 야코비(왼쪽)가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 그비르로부터 축하박수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감옥을 생지옥으로 만든 주역들이다. ⒸChaim Goldberg/Flash90 벤 그비르, 피부병 옴을 형벌 수단으로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 하나. 국가안보부 장관으로서 이스라엘 감옥을 장악한 극우 성향의 정치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의 악랄한 조치에 대해서다. 그의 감옥 행정을 한마디로 줄이면, ‘수감자에게 예전에 주어졌던 최소한의 보건과 위생마저 철회하여 질병과 고통을 일으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벤 그비르는 불결한 위생과 옴과 같은 피부질환을 수감자의 고통을 더 하는 형벌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뒤 벤 그비르는 샴푸나 비누 반입을 막았다, 샤워 시설 이용도 극도로 제한했고, 세탁 시설은 아예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벤 그비르는 자신의 감옥 행정을 ‘보복’에 맞추었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인권단체와 언론에서 옴 전염과 비위생적 환경을 비판하자, 벤 그비르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X 등)에 이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수감 조건이 크게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장관으로 있는 한, 그들이 감옥에서 누리던 특혜와 편의는 모두 박탈당할 것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조건과 고통은 내가 추진한 정책의 결과이며, 나는 이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다” 벤 그비르는 적십자사, 변호사, 가족 방문을 금지하면서 바깥에서 깨끗한 옷, 침대 시트, 수건을 들여오는 길도 막았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더러워진 비위생적 감방에 갇힌 사람들은 옴이나 진드기 감염으로 엄청난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2024년 9월 11일 팔레스타인 독립국제 조사위원회가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A/79/232)의 내용을 보자. [피부 발진, 종기, 농양 등 열악한 위생 상태와 관련된 질병들이 악화되었다. 의료 서비스는 부족하고 질이 낮았다. 열악한 위생 환경은 수감자들이 기도나 세정 등의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을 제한했고, 건강 위험을 증가시켰으며, 수감자들을 더욱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대하게 만들었다. 한 수감자는 화장실을 자주 이용할 수 없어 옷에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수감자는 자신들이 인간성을 박탈당하고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수감자들은 씻지 않아 악취가 났고, 바지는 누렇게 변색되었다”고 덧붙였다.] (https://documents.un.org/doc/undoc/gen/n24/262/79/pdf/n2426279.pdf) 이스라엘이 옴 질병을 일부러 퍼뜨렸다” 옴은 심한 가려움증과 발진을 일으키며, 특히 밤에 증상이 악화되고 여름철 날이 더우면 더욱 심한 고통을 안긴다. 옴과 관련된 끔찍한 증언을 들어보자. 2023년 5월, 나블루스 출신의 모하메드 알-바즈(38)는 아무런 체포 이유도 모른 채 크치오트 교도소에 갇혔다. 그해 10월 7일 전쟁이 터지기 5개월 전이다. 그는 17세부터 16년 넘게 이스라엘 감옥에서 지냈었다. 그동안 감옥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스런 기억은 10월 7일 이후부터 부딪친 지옥 같은 상황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특히 불결한 위생 상태에서 번지는 옴이 문제였다. 다행히 이렇다 할 혐의가 없어 20024년 5월에 풀려난 알-바즈는 와의 인터뷰에서 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수감자가 옴 증상을 보였을 때 감옥 관리자들은 환자를 따로 격리하는 등으로 수감자들 사이에서 옴이 퍼지는 것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옴에 감염된 수감자를 건강한 수감자들이 있는 다른 감방으로 옮겨 모두가 감염되도록 만들었다 고 폭로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옴은) 정말 끔찍한 병이다. 내가 본 것 중 최악이다. 작은 피부 발진으로 시작해서 온몸으로 번지고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 생긴다. 계속 긁어서 온몸에서 피가 났다. 교도소 진료소에 가고 싶다고 하면 최루탄을 뿌리거나 밖으로 끌어내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매질을 해댄다. 8개월 동안 햇볕과 바람이 내 피부에 닿지 않았다. 시트나 베개도 없이 같은 매트리스에서 잤고, 샴푸나 수건도 없이 찬물로 샤워했으며, 겨울에도 여름에도 젖은 몸에 더러운 옷을 다시 입어야 했다. 이는 열악한 위생 상태를 통해 수감자들 사이에 질병을 퍼뜨리려는 이스라엘의 조직적인 의도를 보여준다.”(https://www.972mag.com/israel-prisons-scabies/) 수감자 접견한 변호사  아부 그라이브보다 더 끔찍” 포로교환 등으로 풀려난 사람들을 비춘 동영상을 보면, 가족과의 벅찬 포옹을 망설이는 모습이 보인다. 다름 아닌 피부병을 옮길까 두려워서다. 무함마드 아랍 기자의 경우도 변호사가 방문한 그날 처음으로 바지만 갈아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변호사에게 했던 말을 줄여 옮기자면 이렇다. 수갑은 일주일에 단 1분 동안만 아주 짧게 샤워할 때 풀린다. 그 1분을 넘기면 폭염이나 폭우 속에서 몇 시간씩 밖에 서 있어야 하는 가혹한 징벌이 따른다. 감옥 스트레스 탓에 많은 이들이 심각한 변비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수감자는 100명이 넘는데도 하루에 화장지 한 롤만 지급될 뿐이다. 우리는 손이 묶인 채 하루 종일 눈가리개를 하고 바닥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고개를 들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어요. 변호사님이 올 때까지 세상이 내가 살아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고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두려웠어요.” 아랍 기자의 말에 따르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창고 같은 공간에 갇혀 있는데, 그중에는 노인과 미성년자도 있다. 수감자들은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침구도 없이 바닥에 웅크리고 자도록 강요당한다. 먹거리도 너무 형편없기에 건강 상태는 갈수록 나빠진다. 접견 중에 성고문 얘기도 나왔다. [아랍 기자는 변호사에게 이스라엘 경비병들이 수감자 6명을 다른 수감자들이 보는 앞에서 막대기로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마하즈네는 그가 강간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믿어지지 않았기에) 당신은 기자잖아요, 정말 이게 확실한가요? 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아랍은 자신이 직접 눈으로 봤고, 변호사에게 말한 것은 그곳에서 일어난 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https://www.972mag.com/sde-teiman-prisoners-lawyer-mahajneh/) 위에서 하루 종일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아랍은 (기자의 직업 본성상) 눈가리개를 살짝 밀어내고 성폭행 장면을 훔쳐봤을 걸로 짐작된다. 마하즈네는 여러 해 동안 변호사 자격으로 팔레스타인 정치범과 안보 관련 수감자들을 만나러 이스라엘 감옥을 드나들었기에 그곳 분위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스데 테이만은 그가 지금까지 가 보았던 어떤 수감시설과도 다르다고 느꼈다. 그는 와의 인터뷰에서 그곳의 상황은 우리가 아부 그라이브와 관타나모에 대해 들었던 어떤 것보다 더 끔찍해 보였다”고 말했다. 수감자가 변호사 접견 꺼리는 이유 아랍 기자는 스데 테이만의 지옥 같은 실상이 변호사를 통해 바깥세상에 알려지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폭로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경비원들은 그에게 보복성 가혹행위를 했다. 마하즈네 변호사의 2차 접견 기록(2024년 7월)을 보자. [1차 접견 때 수용소 내부 폭행과 성폭력 실태를 변호사에게 폭로했다는 이유로, 아랍 기자는 변호인 접견이 끝난 직후 군인들에게 끌려가 처벌성 폭행과 징계 구금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변호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수감자들에게는 목숨을 건 위험이 되고 있다.] 수감자가 변호사를 만나 감옥 안의 ‘어두운 비밀’을 고발하는 것을 감옥 관리자들이 못 들은 체 하고 그냥 넘어갈 리 없다. 폭력적으로 보복하기 마련이다. 2026년 6월9일 알자지라 방송이 이스라엘 수감시설에서의 성고문을 고발한 다큐 ‘방대한 증거(Bodies of Evidence)’에도 이와 똑같은 얘기가 나온다(연재 13 참조). 부제목이 ‘이스라엘의 가장 어두운 무기(Israel’s Darkest Weapon)’인 알자지라 다큐를 보면, 이스라엘 변호사 벤 마르마렐리(Ben Marmarelli)가 감옥 수감자들과 만난 일에 대한 증언이 나온다. 텔아비브에서 형사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마르마렐리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겪는 조직적인 학대와 열악한 환경을 비판해온 인권 변호사다. (동영상 ⇒ https://www.aljazeera.com/video/2026/6/11/israels-darkest-weapon-al-jazeera-originals) 다큐 속 마르마렐리 변호사는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어렵사리 접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감자가 그와의 접견을 꺼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변호사를 만나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털어놓은 수감자는 어김없이 그곳 경비원들로부터 엄청난 폭력에 시달렸다. 마르마렐리는 이스라엘 당국이 감옥의 잔혹상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그런 식으로 막으려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2024년 7월 24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붙잡혀 수갑이 채워진 팔레스타인 수감자. 그를 기다리는 것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감옥이다. (Oren Cohen/ Flash90) 대법원에 항소, 공개 못하는 ‘보안 정보’ 무함마드 아랍 기자의 경우도 딱 그랬다. 변호사 접견 뒤 경비원들의 폭력이 뒤따랐다. 지금은 아예 변호사를 만날 수조차 없다. 접견권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반인권적인 이스라엘의 법률인 ‘불법전투원법’에 따라 정식 기소나 재판 없이 6개월 단위로 구금기간이 늘어났고, 2년 넘게 감옥살이를 했다. 그 동안 스데 테이만과 같은 네게브 사막에 자리잡은 크치오트 교도소로 옮겨졌다. 크치오트(아랍어로는 나카브Naqab)도 스데 테이만 못지않은 인권 사각지대로 악명이 높다. 마하즈네 변호사는 굽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대법원에 불법전투원 법에 따라 2년 반 가까이 갇혀 있는 아랍 기자를 풀어달라”며 항소했다. 이 항소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고, 2026년 8월 16일 아랍 기자는 이스라엘 대법원 심리에 출석했다. 직접 간 것이 아니고 감옥 안에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였다. 마하즈네 변호사는 화면에 비친 아랍 기자의 얼굴이 그 전보다 크게 달라 보여 놀랐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하얘지고 눈에 띄게 야위었다. 마하즈네 변호사는 아랍 기자가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취재활동을 하던 중 붙잡혔고. 하마스와 아무런 연계관계도 없으니 2년 반 동안 기소도 재판도 없이 가둬두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쪽에선 신베트와 군이 갖고 있는 ‘보안 정보’로는 아랍 기자를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도 그 ‘보안 정보’라는 게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종 결정이 며칠 안으로 내려진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아랍 기자와 샤피아 원장의 동병상련 이스라엘 대법원 심리과정에서 밝혀졌듯이, 무함마드 아랍 기자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못하다. 감방 음식이 워낙 형편없는 데다 양도 적어 체중이 크게 줄었다. 왼쪽 눈의 시력이 아주 나빠졌고, 허리 디스크와 치질로 고생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 맞서 아랍 기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이 글을 쓰다 잠시 멈추고 단식 중 아랍 기자가 느꼈을 고독과 한계상황 속 절망의 깊이를 곰곰 헤아려 본다). 아랍 기자처럼 개인 수감자가 (소속 회사의 지원 아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법원에 항소해 심리가 이뤄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23년 10월 이후 대법원 심리를 거친 경우는 인권단체들이 불법전투원법의 위법성을 다투거나, 스데 테이만 구금시설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폐쇄 여부를 다투는 공익적·집단적 성격의 심리였다. 눈치 빠른 대법원 판사들은 이스라엘 정부쪽 손을 들어주었다. 뻔한 결말이었다. 아랍 기자와 마찬가지로 ‘불법전투원’으로 찍혀 스데 테이만에 갇혔던 사람들 가운데는 후삼 아부 샤피아(Hussam Abu Safiya, 가자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장, 소아과 전문의)를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12월에 붙잡혀 간 샤피아 원장은 거듭된 가혹행위와 고문을 받아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의 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스데 테이만 경비원들은 그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손을 꽉 묶어 고통을 주면서 5시간 동안 날카로운 자갈 위에 앉혀 놓았고, 곤봉과 전기충격봉으로 특히 가슴을 되풀이해서 때렸다고 한다. 그 뒤로 오페르-나프하-크치오트 등으로 이감을 거듭하면서 건강상태는 아주 나빠졌다. 위에서 살펴본 피부질환도 그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국제사회에서 샤피아 원장을 풀어주라”는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샤피아 원장은 위의 아랍 기자보다 2개월 먼저인 2026년 6월 10일 대법원 심리에 (직접 출석이 아닌 영상 연결로) 참여했지만, 기각됐다. 아랍 기자와 마찬가지로, 샤피아 원장이 ‘하마스 관련자’라고 주장하는 ‘보안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에 굴라크(gulag, 집단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은 (누명을 썼더라도) 최소한 자신에게 씌워진 죄목을 알고 시베리아행 열차에 올라탔다. 피의자나 변호사도 모르는 구속 사유로 재판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현실이라니...입만 열었다 하면 ‘중동의 유일 민주국가’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민낯이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지금껏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숨진 사람은 적어도 103명(기자 2명과 의사 3명 포함)이다. 알려진 숫자만 꼽자면 그렇다. 인권단체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여긴다. 드러나지 않은 사망자 속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스라엘군에 잡혀 갔고 목격자도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생사를 모르는 이른바 ‘강제실종 피해자’들이다(이스라엘 교도소청은 우린 그런 사람 몰라. 감옥에 없어” 하다가 한참 뒤에 ‘사망자’로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 주엔 최근 2년 반 사이에 이스라엘 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언론인들과 의료진들을 상대로 저지른 전쟁범죄의 어두운 실상을 좀 더 살펴보려 한다.(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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