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리협정 탈퇴 틈타… 中, 2028년 유엔 기후총회 유치 추진 [환경]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재차 발을 빼며 국제 기후변화 공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2028년 열리는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가) 중국 외교·환경 당국이 COP33 개최 문제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제 유치에 나서려면 중국 최고 지도부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OP33은 여느 기후총회와 성격이 다르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의 기후대응이 목표대로 가고 있는지를 5년마다 평가하는 두 번째 ‘글로벌 이행점검(Global Stocktake·GST)’이 이 회의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COP30 의장국도 두 번째 GST가 COP33에서 최종 결론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재차 발을 빼며 국제 기후변화 공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2028년 열리는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챗GPT 생성이미지
‘기후 거버넌스를 이끌겠다’…한 달 뒤 나온 COP33 카드
시점이 눈에 띈다. 중국 생태환경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18개 부처는 지난 7월 ‘국가 기후변화 대응 제15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 계획에서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넘어 이를 ‘건설적으로 이끌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생태환경부는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2026~2030년 국가 기후정책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COP33 개최 검토가 사실이라면 이 같은 전략을 실제 외교무대에서 실행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모듈, 배터리, 전기차, 풍력 등 청정기술 공급망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제 제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기후정책의 의제와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비운 자리…중국에는 기회
국제 기후외교의 구도도 중국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파리협정 탈퇴 절차를 밟았고, 탈퇴는 올해 1월 27일 공식 발효됐다. 현재 미국은 파리협정 당사국이 아니다.
당초 COP33의 유력 개최 후보였던 인도도 올해 4월 유치 의사를 철회했다. COP 개최지는 5개 지역그룹이 돌아가면서 맡는데, 2028년 COP33은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그룹 차례다. 인도의 철회로 한국에서도 여수를 중심으로 COP33 유치 움직임이 다시 살아났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국제 기후협력에서 후퇴하고 인도까지 개최 경쟁에서 빠진 시점에 아시아 최대 기후외교 무대를 가져갈 기회가 생긴 셈이다. 푸단대 미국학센터 소장이자 전 외교부 자문관인 우신보(Wu Xinbo) 교수는 미국이 기후 협력을 외면하는 시점에 중국이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국가임을 각인시키고자 할 것 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기후 리더’ 자격…세계 최대 배출국의 딜레마
다만 중국이 COP33을 개최할 경우 역설적으로 중국 자신의 기후정책도 더 강한 검증대에 오르게 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지난해 발표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줄이는 것이다.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풍력·태양광 설비를 2020년의 6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도 내놨다.
하지만 국제 기후협상에서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이 더 큰 감축과 기후재원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나 중국을 기후재원 공여국 범위에 포함시키는 문제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야오저(Yao Zhe) 그린피스 동아시아 글로벌 정책 고문은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글로벌 점검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막강한 외교적 역량을 지닌 개최국이 필요하다 며 중국의 개최 검토를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