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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부산에서 날아간 가짜 영웅 , 동네엔 진짜 현장 없더라

부산에서 날아간 가짜 영웅 , 동네엔 진짜 현장 없더라
[사람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29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정이한 후보는 이틀 전 시민이 던진 음료수를 피하려다 다쳤다며 석고 붕대를 목에 두르고 있다. 2026.4.29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의 한 교차로. 유세 중이던 후보에게 흰색 승용차 안에서 던진 음료 캔이 날아들었다. 후보는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고, 정치권에선 곧장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테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뒤 목에 석고 붕대를 두른 채 나타난 그는 가해자를 위한 선처 탄원서를 냈다. 참으로 눈물겨운, 성인 군자 나셨다 할 만한 관용이었다. ​하지만 두 달 뒤 경찰이 내놓은 진실은 꽤나 희극적이다. 음료를 던진 이는 후보와 친분이 있는 헬스 트레이너였고, 사건 직전 통화 기록까지 남아 있었다. 선거판에 온갖 일이 있다 한들, 이토록 노골적이고도 황당한 자작극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전말이 드러나자 그는 쫓기듯 탈당했고, 결국 소속 개혁신당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난 8일, 그는 법원 앞에서 죄송하다”면서도 법정에서 밝히겠다”는 묘한 말을 남겼다. ​정치가 마음을 얻는 법은 본래 단순하다. 약속하고 지키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여주기’가 ‘설명하기’를 가볍게 즈려밟는다. 위기에 처한 영웅, 핍박 받는 피해자 코스프레, 감성 짙은 손편지. 이런 값싼 이미지가 건조한 정책 공약보다 유권자의 말초신경을 훨씬 빨리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자작극이 남긴 입맛이 유독 쓴 이유는,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한국 선거 문화가 탐닉해 온 ‘쇼’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까발렸기 때문이다. ​최근 3선에 성공한 서울시 자치구 구청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1일. 아침엔 빗물펌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했고, 오후에는 관내 문화재단(아트홀)에서 3선 축하 인사를 나눴다. ‘현장 행정’을 부르짖는 구청장다운, 흠잡을 데 없는 동선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한 달의 개보수를 마치고 야심 차게 문을 연 지역 청소년센터가 바로 다음 날 새벽 전 층 누수로 물바다가 됐다. 잔뜩 기대를 품고 찾아간 구민들에게 돌아온 건 보수 완료 시까지 이용 불가”라는 무심한 문자 한 통뿐. 민선 9기 시작에 맞춰 성급한 일정 맞추기였을까? 재개관 후 단 하루 만에 문을 닫는 이 기막힌 코미디 앞에서도, 젖어버린 그 현장에는 구청장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구를 책임진다는 기초의원(구의원)이나 광역의원(시의원) 그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태를 지켜본 한 주민이 구청에 제기한 민원은 우리 행정의 민낯을 뼈아프게 짚어낸다. 첫째, 한 달의 공사가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내린 부실한 검증 시스템. 둘째, 이사장 퇴임 후 무려 9개월째 표류 중인 시설관리공단의 무책임한 직무대행 체제. 셋째,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구청 홈페이지나 SNS 어디에도 경위 설명 한 줄 올리지 않는 오만한 불통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구청이 아닌 공단 홈페이지에는 올라왔지만 실제 구청이 청소년센터 감독기관이며, 9일자로 재오픈과 함께 공단 홈페이지에는 기존에 올라왔던 안내 팝업까지 내려진 상태로 실제 이용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모르는 상황) ​취임식 꽃다발을 내려놓자마자 그들이 곧바로 달려가 챙겨야 했던 ‘현장’은 어디였을까. 축하 인사가 오가는 번듯한 행사장이 아니라, 9개월간 방치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저 청소년센터 물바다여야 했다. ​카메라 셔터가 터지는 곳, 환호성이 쏟아지는 곳에만 존재하는 현장은 가짜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 바닥에 엎드려 넙죽 큰절을 올리고, 아이들과 어르신 사이에 섞여 사람 좋은 웃음으로 찍어대는 사진 한 장이 정치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교하게 연출된 쇼가 아니라, 주민을 향한 진정한 섬김이다. 화려한 무대 뒤에 가려진 행정의 구멍을 메우고, 아무도 보지 않는 물바다 된 현장에서 묵묵히 젖은 바닥을 닦아낼 수 있는 투박한 진심 하나. 쇼는 찰나의 박수로 끝나지만, 진정한 정치는 카메라가 꺼진 축축한 바닥에서 비로소 시작된다.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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