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브릭스 11개국 한목소리 … 발언권 더 달라 [국제]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13일 이틀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정상회의는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을 넘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미국-중국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폭력적 관세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다극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열려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을 끌었다.
브릭스는 서방 선진국 그룹인 주요 7개국(G7)에 대비되는 비서방 신흥경제국 그룹으로 2006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창설했고,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했다. 그리고 2024∼25년에는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했다. 브릭스가 세계 인구의 절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세계 무역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서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둘째 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2026. 09. 13 인도 공보부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브릭스, 140개 항 뉴델리 선언 만장일치 채택
이란 공격·가자 폭력‧일방 제재·미 관세 비판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성과는 140개 항으로 이뤄진 뉴델리 선언’이란 공동 성명 채택이다. 브릭스 11개 회원국과 8개 파트너국이 함께 했다. 처음엔 공동 성명의 만장일치 채택은 힘들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 구성 자체를 보면, 지리적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고 정치 체제도 민주주의와 독재 체제, 왕정 등 서로 이질적이고, 원유 수출국과 소비국, 친미 국가와 반미 국가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다.
뉴델리 선언 채택을 두고 호주의 남아시아 전문 언론인인 아르티 베티게리는 14일 자 기고에서 인도가 정상회의 초점을 협력과 합의 분야로 맞춘 게 성공했다는 증거 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이는 브릭스의 최고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바로 서로 의견이 다른 국가들이 계속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마당’이 되는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7년 만에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양자 회담을 했고, 서로 적대적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칼리드 칼리드 빈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가 만났다. 이란전 발발이후 첫 최고위급 접촉이었다.
최대 국제 현안인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는 공동 성명 제28항에 담았다. 먼저 우리는 중동/서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지속해서 고조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각국의 입장을 되새기면서 최대의 자제를 발휘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할 행위를 피할 것을 촉구한다 고 밝혔다.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나아가 관련 걸프국들을 염두에 둔 것임은 물론이다. 이란과 UAE 모두 수용할 수 최대의 자제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폭격 피해가 발생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2026.3.4. 로이터 연합뉴스
에너지 물류 정상화도 촉구, 호르무즈 겨냥?
일방적인 경제 제재와 2차 제재 부과 반대
뒤이어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을 포함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의 전체 및 상호연계에 따라 민간인과 민간 기반 시설 보호를 보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고 했다. 이란 핵시설을 선제 타격한 미‧이스라엘의 행위와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와 결혼식장 등 민간 시설에 대한 미군의 공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와 안정 방안 모색을 강조한 뒤, 우리는 적용 가능한 국제법에 따라 글로벌 무역, 공급망 및 에너지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 말해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와 미군의 해상 봉쇄로 위협받는 에너지·물류의 정상화를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2026년 3월 7일, 이란 나탄즈 핵 시설의 위성 사진. 시설이나 터널에서 새로운 손상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2026.3.7. AP 연합뉴스
제29항에선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안전조치 하에 있는 민간 기반 시설 및 평화적 원자력 시설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이 국제법과 관련 IAEA 결의를 위반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핵 안전조치, 안전과 안보는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 충돌 때를 포함해 항상 준수돼야 한다 고 써서 이란에 IAEA 사찰 수용을 촉구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한 대러시아 제재와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경제 왕따 작전’과 제3국에 대한 2차 제재 등도 비판했다. 제22항에서 브릭스는 우리는 국제법에 반하는 일방적 강압 조치의 부과를 규탄하며, 특히 일방적 경제 제재와 2차 제재 형태의 그런 조치는 대상국 일반 주민의 발전권, 건강권, 식량 안보권을 포함한 인권에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훼손하는 이러한 불법적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안보리 승인 없는 제재를 포함해 국제법 및 유엔 헌장에 반하는 일방적 강제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다 고 강조했다.
9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후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6. 09. 09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에 5개 항 할애, 이스라엘 비판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단호히 반대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제30항에서 34항까지 무려 5개 항을 할애했다.
제30항에선 작년 11월 17일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803호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는 전후 과도 가자지구 통치기구인 평화이사회 (BoP)의 설립과 임시국제안정화군 (ISF) 창설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승인하는 내용이다. 브릭스는 우리는 2025년 10월 휴전 협정에도, 가자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고 밝혔다.
제31항에선 자결권과 귀환권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인민의 정당한 권리 실현, 가자와 서안지구를 포함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1967년 경계 내에서 주권적이고 독립적이며 자립이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을 포함하는 두 국가 해법 과 팔레스타인 국가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지지 재확인을 담았다. 제32항에선 우리는 어떠한 구실로든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로부터 팔레스타인 주민을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강제로 이주시키는 것과 가자 영토에 대한 어떠한 지리적, 인구학적 변화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고 강조했다. 제34항에선 우리는 점령된 예루살렘의 법적, 역사적 지위를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인 조치도 거부한다. 우리는 도시 내 모든 성지와 방해 없이 종교의식에 접근하고 준수할 수 있는 모든 이의 권리와 성역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촉구한다 고 덧붙였다.
제35항에선 레바논에서의 휴전을 환영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 정부와 합의한 조건을 존중하고, 점령군이 남아 있는 모든 레바논 영토에서 점령군을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 고 밝혔다.
(왼쪽부터)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브릭스 플러스/아웃리치 세션에 앞서 다른 대표단 대표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 09. 13 크렘린 풀 사진 [EPA=SPUTNIK=연합뉴스]
국제기구 개혁, 글로벌 사우스 발언권 확대 촉구
모디 피라미드 정점에 권력과 의사 결정권 집중
공동 성명은 이 밖에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 즉각 복원(20항), 무역을 왜곡하고 WTO 규칙에 위반하는 일방적 관세‧비관세 조치에 대한 심각한 우려(21항)를 담았고, 국제 무역에서 자국 통화 사용 확대를 언급하고 유엔과 안보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브릭스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마약 생산‧밀매, 젊은 세대의 극단화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우주 연구가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티게리는 뉴델리 선언 140개 항을 관통하는 핵심은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도국과 저소득국을 통칭)가 국제 시스템의 작동 방식, 국제기구의 운영 방식, 그리고 자국을 대우하는 방식에서 더 큰 발언권을 원한다는 점이다 라고 지적했다.
3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핵 관련 안보리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6. 04. 30 [출처. 유엔 공보국] 시민언론 민들레.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2일 개회식 연설을 통해 현재 글로벌 협력 체계 구조는 피라미드와 같다. 정점에는 권력과 의사 결정권이 집중돼 있고, 밑바닥에는 이런 결정의 영향을 받지만 이를 좌우할 수 없는 국가들이 있다 며 국제기구 내 신흥국의 비중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다 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포함해 안보리 확대를 촉구했고, 유엔 안보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규칙은 각국이 공동으로 써야 하며 강권이 곧 정의 라는 논리는 통하지 않고 이미 오래전에 버려졌어야 한다 고 대미 견제 메시지를 내놨다.
제19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내년 의장국인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