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모습, ‘소담하다’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소담하다
요즘 먹는 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서 만나고 있습니다. 여럿이 돈을 나누어 음식을 마련해 먹는 ‘도리기’, 음식을 먹는 태도나 분량을 나타내는 ‘먹새’,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먹는 ‘맛맛으로’를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소개해 드렸던 ‘안다미로’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안다미로’는 먹거리를 담을 때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담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릇에 안다미로 담은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을 다 먹어 치웠다.” 이렇게 쓸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많이 담긴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담긴 모습이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것을 나타내는 말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바로 ‘소담하다’입니다.
‘소담하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소담하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첫째는 생김새가 탐스럽다는 뜻이고, 둘째는 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소담하다’는 음식에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꽃이나 열매처럼 생김새가 보기 좋고 탐스러운 것에도 쓸 수 있고, 음식이 넉넉하게 차려져 먹음직스러운 모습에도 쓸 수 있습니다. 참 쓰임이 넓고 느낌도 좋은 말입니다.
소담한 밥상을 받아 보면
한번 이런 모습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누군가 정성껏 밥상을 차려 주었습니다. 밥이 넉넉하게 담겨 있고, 국도 따뜻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갖가지 나물이며 반찬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과일도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그 밥상을 마주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요? 참 맛있겠다.” 저절로 군침이 돌 것 같습니다.
이처럼 먹거리가 넉넉하게 담겨 있어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소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일이 소담하게 담겨 있다.”, 소담한 밥상이 차려졌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히 먹을 게 많다는 것만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먹거리가 넉넉하면서도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운 모습까지 함께 느껴집니다.
‘안다미로’와 함께 생각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앞서 만났던 ‘안다미로’와 오늘의 ‘소담하다’를 함께 놓아 보면 두 말의 차이가 더욱 잘 보입니다. 안다미로 는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담는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소담하다 는 음식이 넉넉하면서도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보기를 들어 밥을 그릇 가득 넘치도록 담았다면 밥을 안다미로 담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밥과 반찬이 보기 좋게 차려져 먹음직스럽다면 밥상이 참 소담하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말을 함께 알고 있으면 먹거리를 바라보는 모습도 조금 더 자세해집니다. 그저 ‘많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담겼는지, 어떤 모습으로 담겼는지, 보기에는 어떠한지까지 나타낼 수 있으니까요.
먹거리만 소담한 것이 아닙니다
‘소담하다’의 또 다른 뜻을 생각해 보면 이 말이 더 재미있어집니다. 생김새가 탐스럽다 . 그러니 꽃이나 열매에도 잘 어울립니다. 봄이나 여름에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소담한 꽃송이가 곱게 피었습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을에 포도알이 알알이 잘 여문 모습을 보면서는 포도송이가 참 소담하네요.”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꽃과 열매와 먹거리가 모두 ‘소담하다’는 말로 이어집니다. 탐스럽게 핀 꽃도 소담하고, 알알이 잘 여문 열매도 소담하고,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먹거리도 소담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좋고, 마음이 끌리는 모습을 ‘소담하다’라는 말 하나로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말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다’와 ‘소담하다’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먹거리를 보고 흔히 많다”, 푸짐하다”라고 합니다. 물론 ‘소담하다’와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소담하다’에는 그저 양이 많다는 것만이 아니라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느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먹거리가 아무리 많아도 뒤죽박죽 담겨 있어 먹음직스럽지 않다면 ‘소담하다’는 말이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먹거리의 양이 아주 많지는 않더라도 정갈하고 탐스럽게 담겨 있다면 ‘소담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말 하나가 사물의 양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길까지 담아내는 셈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말의 맛이지 싶습니다.
가을 열매가 익어 가는 때라 더 반가운 말입니다
요즘은 가을 열매들이 나날이 익어 가고 있습니다. 사과도 탐스럽게 익고, 배도 통통하게 살이 오릅니다. 포도알은 송이마다 알차게 여물고, 감도 빛깔을 더해 갑니다. 밤은 가시투성이 밤송이 속에서 단단하게 익어 갑니다.
이런 열매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소담하다’라는 말이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소담한 포도송이네.”, 사과를 참 소담하게 담았구나.” 이렇게 말해 보는 거죠.
무엇보다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가위 밥상을 생각해 봅시다. 여러 가지 먹거리가 한 상에 차려지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만큼 넉넉합니다. 그럴 때 ‘안다미로’와 ‘소담하다’를 함께 떠올려 보면 재미있겠습니다. 안다미로 담아 소담하게 차린 한가위 밥상. 말만 들어도 풍성한 밥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지 않으신가요?
‘소담하다’는 말도 한번 담아 두세요
‘소담하다’는 그렇게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자주 만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알고 있지 않으면 ‘탐스럽다’, ‘먹음직스럽다’, ‘풍족하다’ 같은 말만 골라 쓰게 됩니다.
이제는 이런 모습을 만났을 때 ‘소담하다’라는 말도 한번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말과 글의 맛이 다르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잘 익은 열매를 보면서 참 소담하게 익었네.”, 탐스럽게 핀 꽃을 보면서 꽃이 소담하게 피었네.”, 정성껏 차린 밥상을 보면서 참 소담한 밥상이네.” 이렇게 말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다 보면 ‘소담하다’라는 말이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둘레에서 소담 이 들어가 있는 밥집 이름이 눈에 들어 오실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이 보시기에 ‘소담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탐스럽게 핀 꽃인가요, 잘 익은 열매인가요, 아니면 정성껏 차린 밥상인가요? 올가을에는 소담하게 익은 열매나 소담하게 차려진 먹거리를 만나거든 이 말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한 줄 생각]
많이 담긴 것보다 더 반가운 것은, 정성껏 담겨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소담하다
뜻: ① 생김새가 탐스럽다.
② 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
보기: ①가을 햇살을 받은 포도송이가 소담하게 익어 갑니다.
②여러 가지 음식이 소담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았습니다.
오늘 한마디: 올가을에는 소담하게 담은 그 무엇을 찾아보세요.”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