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 두 달 미루고 29일 전합 첫 기일 침대 대법원 [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대법관들과 참석해 있다. 2026.3.19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대법관 임명제청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만이 아니다. 대법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고 발표해놓고 신속하게 합의기일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도 내란을 방조한 이들을 거들고 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데 아흐레 밖에 걸리지 않았던 점에 견줘봐도 느려도 너무 느리다. 침대 사법부 란 비아냥이 나온다.
대법원이 오는 29일 김건희 씨의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한다고 한겨레신문이 22일 단독 보도했다. 통상 전합기일은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다만 속행 기일은 언제든지 잡아 진행할 수는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을 적어도 합의기일 10일 전까지 지정해야 하는데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바로 지정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에 해당할 경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당초 대법원은 7월 16일 김건희씨 3대 의혹 사건 상고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1심 선고가 나온 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같은 달 24일로 선고를 미룬 상태였다. 그런데 선고 기일 전날에 갑자기 대법 전원합의체 회부를 발표하고 선고기일을 재차 미뤘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첫 전원합의기일이 잡힌 것이다.
또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내란 가담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달 5일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며, 피고인들이 공범 관계여서 함께 심리될 필요가 있다 며 각 소부 요청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소부 선고기일을 며칠 앞두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전합 회부 사실을 공표한 지 50일 가까이가 흘러 이제야 첫 전원합의기일을 잡았다.
이 대통령 사건은 지난해 4월 23일 소부에 배당한 지 2시간 만에 조 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아흐레 만인 5월 1일에 신속하게 파기환송 결론이 내려졌는데 왜 세 사람 사건에 대해서는 두 달 가까이나 시간을 흘려 보내야 했는지 대법원은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니 사법부에 대해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에 대해 내란 선고 지연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 결정이 내란에 대한 단죄를 지연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50여일이 지나서야 느긋하게 첫 합의기일을 잡았다.
윤석열(왼쪽부터)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 명태균씨
대법원은 김건희 씨의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여론조사의 실시 또는 결과의 제공이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단을 받자 이를 따져보기로 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씨는 2021년 6월∼2022년 3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모두 2억 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각각 재판받았다.김씨는 해당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 활동 또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13일 여론조사 14회 무상수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의 순차적·암묵적 의사의 합치 를 인정하고, 김씨에 대해서도 공동정범이 성립함을 전제로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단을 내렸다.
김씨는 2심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 일부와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고가 매수·허수 매수·통정매매 등으로 8억 1144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또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청탁받고 영국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합계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단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선 1·2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한덕수(왼쪽)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총리와 이상민 전 장관과 관련해선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해석과 범위 를 쟁점으로 따져본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하고,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허위로 작성한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다른 장관들의 서명을 받으려 한 뒤 이를 폐기하도록 요청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 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적절한 조치를 취해라 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을 받았다.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해 수사기관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위증한 의혹도 있다.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불법·위헌적인 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않고 가담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받았고, 이 전 장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선 징역 9년으로 형량이 늘었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