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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깊어가는 가을의 빛깔, 감빛

깊어가는 가을의 빛깔, 감빛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지난 이레, 시골집에 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맛있게 익은 감을 따 먹고 왔답니다. 나무에 달린 감도 곱지만, 잘 익어 말랑말랑해진 감을 한입 베어 물면 달큰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깊어 가는 가을에 맛보는 반가운 열매지요. 그런데 익은 감을 보시면 어떤 빛깔이 떠오르시나요? 흔히 ‘주황색 감’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말에는 잘 익은 감의 빛깔을 그대로 담아낸 말이 있습니다. 바로 ‘감빛’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감빛 감에서 찾은 빛깔 이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감빛’을 ‘잘 익은 감 같은 붉은 빛깔’이라고 풀이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잘 익은 감의 빛깔과 같은 붉은빛 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감빛 은 그저 붉은색이라고만 하기에는 조금 더 특별한 빛깔입니다. 잘 익은 감에서 느껴지는 붉은 기운과 따뜻한 느낌이 함께 담겨 있지요. 감이 익어 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 말이 가리키는 빛깔도 한결 쉽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빛깔을 말할 때 빨강, 노랑, 파랑처럼 익숙한 이름을 자주 씁니다. 하지만 노을빛 , 흙빛 , 쪽빛 과 같이 자연과 우리 삶에서 빛깔을 찾아 이름 붙인 말도 있습니다. 감빛 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떤 빛깔인지 길게 풀이하지 않아도 감이 잘 익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 느낌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주황색’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말 잘 익은 감을 두고 ‘주황색 감’이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다만 감의 빛깔을 나타내는 우리말 ‘감빛’도 있다는 것을 알면, 같은 모습을 조금 다르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감을 바라보며 감이 주황색으로 익었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감이 감빛으로 곱게 익었네”라고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해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보며 하늘이 감빛으로 물들었네”라고 말해도 좋겠지요. ‘감빛’은 감의 빛깔을 가리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바람빛(풍경)이나 물건의 빛깔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어머니의 감빛 치마가 오늘따라 유난히 곱게 보인다”, 해질녘이 되자 하늘은 차차 감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와 같은 보기가 실려 있습니다. 감에서 찾은 빛깔을 옷이나 하늘의 모습에까지 펼쳐 쓴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자연과 삶 속에서 길어 올린 빛깔 이름이 있습니다. 그 말을 알고 나면 눈앞의 바람빛(풍경)을 나타내는하는 길도 넓어집니다. 가을이 감빛으로 물들 때 가을이 깊어지면 감나무에 열매가 익고, 저녁 하늘에도 붉은빛이 번집니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그 빛깔을 ‘감빛’이라는 말로 함께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빛은 열매 하나의 빛깔을 넘어 가을을 나타내는 말로도 참 잘 어울립니다.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붉은빛이 감빛인 것은 아닙니다. 감빛은 잘 익은 감에서 떠올릴 수 있는 붉은빛을 가리키므로, 그 말에 어울리는 빛깔인지 살펴 쓰면 더욱 알맞습니다. 빛깔을 나타내는 말은 비슷해 보여도 저마다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다르니까요. 어린이들에게 빛깔을 알려 줄 때도 ‘주황색’이라는 이름과 함께 ‘감빛’을 들려주면 더 좋겠습니다. 익은 감을 보여 주며 이런 빛깔을 감빛이라고도 한단다”라고 말해 주면, 아이들은 눈으로 본 모습과 말의 뜻을 함께 익힐 수 있습니다. 말은 책 속에서 뜻을 외울 때보다 삶 속 일몬(사물)과 함께 만날 때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빛깔을 나타내는 우리말을 하나 더 ‘주황색’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주황색은 널리 쓰이는 빛깔 이름이고, 감빛은 그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잘 익은 감의 모습을 담아내는 말입니다. 두 말을 함께 알고 됨새(상황)에 맞게 쓰면 말맛, 글맛이 더 넉넉해집니다. 말을 배우는 때부터 ‘감빛’이라는 이름을 함께 알려 준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잘 익은 감을 보며 자연스럽게 감빛을 떠올리고, 붉게 물든 하늘이나 곱게 물든 옷을 보면서도 이 말을 부려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은 알아야 쓸 수 있고, 써야 우리 삶과 가까워집니다. 우리 곁에 이미 있는 좋은 말을 알고 입에 올리는 일부터 비롯해 보면 좋겠습니다. 올가을에는 잘 익은 감을 맛보며 그 빛깔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한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잘 익은 감의 빛깔을 보면 ‘주황색’과 ‘감빛’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느끼시나요? 감나무나 저녁 하늘에서 감빛을 발견한다면, 그 모습을 어떤 말로 담아내고 싶으신가요? [한 줄 생각] 잘 익은 감에서 빛깔 이름 하나를 찾아내면, 깊어 가는 가을도 우리말로 한결 곱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감빛 뜻: 잘 익은 감 같은 붉은 빛깔. 보기:  해 질 무렵 하늘이 감빛으로 물들어 무척 고왔다.” 오늘 한마디:  감이 감빛으로 곱게 익었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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