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ETS 연계 협상 난항…무상배출권·배출총량 충돌 [환경] EU와 영국의 탄소시장 연계 협상이 무상배출권과 배출총량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유럽연합(EU)과 영국의 탄소시장 연계 협상이 핵심 쟁점에서 부딪혔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각) 양측이 배출권거래제(ETS) 연계 협상에서 무료배출권과 배출총량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소시장 연계는 영국 기업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이번 협상 결과는 양측 교역과 탄소시장에 모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 같은 규칙 써야 한다 …영국은 제도 자율성 요구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무상배출권 지급 기준이다.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은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무상배출권 제도에서 EU 규정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EU는 회원국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정부도 2028년부터 EU와 같은 무상배출권 산정 기준을 도입하고, 자국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적용되는 업종의 무상배출권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은 제도 전환 과정에서 자국 산업 여건을 반영할 수 있는 재량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정부도 최근 무상배출권 개편안을 발표하며 EU와의 탄소시장 연계 협상 결과에 따라 관련 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EU는 이 같은 예외를 허용하면 동일한 시장 안에서 기업별 적용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탄소시장을 연결하려면 탄소가격뿐 아니라 제도 운영 방식도 같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히 무상배출권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양측이 탄소시장을 연결하면서도 각자의 정책 자율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첫 번째 충돌인 셈이다.
EU 배출총량도 함께 묶자 …영국은 정책 재량 줄어든다
무상배출권에 이어 배출총량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총량과 감축 속도를 탄소시장 연계 협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배출총량을 EU 배출총량의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방식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비율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EU가 이 같은 조건을 내건 이유는 연계 이후에도 양측의 탄소감축 수준을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쪽이 배출권 총량을 더 많이 설정하거나 감축 속도를 늦추면 시장이 왜곡되고 배출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배출총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도의 첫 번째 운영 기간은 2030년 종료되며, 이후 감축 경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EU는 배출총량을 매년 줄이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으며, 2030년 이후 감축 속도도 이번 ETS 개편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협정에 감축 원칙을 담아 영국이 향후 정책을 완화하는 상황까지 막겠다는 입장이다.
배출권 시장을 연결하기 위해 양측의 장기적인 탄소감축 정책까지 협상 대상에 오른 셈이다.
시장은 연결해도 결정은 EU…영국 논의에는 참여해야
마지막 쟁점은 탄소시장 운영 과정에서 영국의 역할이다.
EU와 영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양측 배출권거래제(ETS)를 연계하기로 합의했고, 현재 세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탄소시장이 연결되면 영국산 철강·시멘트 등에 대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시장 유동성이 커지고 영국 기업의 탄소비용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영국은 EU 회원국이 아닌 만큼 ETS 개편 과정에서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은 대신 제도 운영과 관련한 일부 회의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일부 사안에 한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회원국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시장을 연결하면 한쪽의 제도 변화가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영국은 주요 논의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EU는 비회원국에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회 조사처(EPRS)는 EU와 영국의 ETS 연계가 비용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누출 위험 감소, 시장 유동성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