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술자리 의혹 1년 5개월 만에 재판 업무 배제 [뉴스] 19일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이 공개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지인들이 룸살롱 안에서 찍은 사진. 2025.5.19. 민주당 제공
술접대 의혹 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다.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고발로 법관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술자리 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무려 1년 5개월 만에 재판 업무를 보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9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제야 징계에 상응할 만한 인사 처분을 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 지 부장판사를 2일부터 사법연구 법관으로 발령 냈다. 사법연구 발령기간은 내년 2월 21일까지다. 사법연구는 재판업무 대신 해외나 국내에서 사법분야 연구를 맡도록 하는 제도다. 법관이 기소돼 재판하기 어려운 경우 사법연구 발령을 받기도 한다.
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을 심리했다. 지난해 3월 구속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듣도 보도 못한 논리로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중 석방시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 3월 법왜곡죄로 이병철 변호사 등으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에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지난해 12월 지 부장판사의 구속취소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권영창 2차 종합특검팀도 지 부장판사를 기소하지 못했다.
지 부장판사는 올해 2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같은 달 정기인사에서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발령은 지 부장판사가 지난달 술접대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기소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쯤 변호사 두 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 술값을 결제하게 해 1회 136만원 상당 향응을 받았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지 부장판사 측은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해 나왔다 며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해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등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고 주장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돼 있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본인이 냈다고 주장하는 15만 5000원가량의 술값을 제외한 금액을 3명으로 나눠도 향응을 제공 받은 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한다고 판단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2026.2.29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수처는 특히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 부장판사의 택시 승차 기록 등을 토대로 해당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파악했다. 이대환 공수처 부장검사는 택시 호출 기록을 확인한 결과 택시 승차 시간은 주점에 들어간 뒤 4∼5시간 뒤로 확인됐다 고 밝혔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후배들의 제안으로 주점에 들러 사진만 찍고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 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점에서 장시간 술을 먹은 것 같지 않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일행들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이들이 같은 주점에서 모인 2차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 원 상당 술값을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1인당 향응액이 83만 원으로 100만 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로 밝힌 사례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또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도 수사했지만,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뇌물죄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일행이었던 변호사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지만, 접대 시점과 10년 정도 차이가 있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