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변압기 최대 45대 호주 공급…AI 전력난에 전력기기 ‘생산 슬롯’ 경쟁 [환경]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전력망 투자가 늘면서 전력기기 조달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주요 장비의 납기가 장기화되자 전력회사들은 필요한 시점에 주문하던 기존 방식 대신 제조사의 생산 능력(슬롯)을 수년 전 미리 확보하는 장기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에너지 네트워크 기업 아스넷(AusNet)은 지난 3일 효성중공업과 향후 5년간 최대 45대의 대형 전력용 변압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3억호주달러(약 3100억원)다. 아스넷은 전력기기 공급 부족에 대응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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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변압기 필요한 시점보다 5년 먼저 물량 확보
아스넷이 효성중공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배경은 글로벌 전력기기 공급망의 병목 현상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로 대형 전력용 변압기의 인도 기간은 최대 4년으로, 2021년보다 거의 두 배 길어졌다. 전력용 변압기 가격은 2019년 이후 약 75% 상승했다.
대형 변압기는 발전소 생산 전력의 전압을 높여 장거리 송전을 가능하게 하거나, 전압을 낮춰 수요처에 연결하는 전력망의 핵심 설비다. 발주처별 맞춤형 제작 특성상 표준 양산이 어렵다. 여기에 방향성 전기강판, 구리 권선 등 특수 원자재 부족과 숙련 인력 부족이 겹치며 제조사의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메일스 아스넷 최고경영자는 세계 에너지기업들이 제한된 장비 물량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며 조기에 대응하고 효성중공업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와 협력하면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면서 비용 압력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변압기 넘어 배전반·차단기까지 수요 확대
글로벌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는 미국 시장의 수요 급증이 지목된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망 현대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반의 제조업 공장 증설이 겹치며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용 변압기 수요는 2019년 이후 116%, 발전기 승압용 변압기 수요는 274% 증가했다.
현재 미국은 전력용 변압기 공급량의 약 8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회사들은 해외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생산 슬롯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압기 가격과 납기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변압기 외에도 전기를 차단·분배하는 배전반과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차단기 등 다양한 전력기기가 필요하다. 장비 하나라도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전체의 가동 일정이 늦어질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변압기뿐 아니라 송·배전 설비 전반의 발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없어서 못 파는’ 전력기기…국내 기업 실적으로 연결
생산 슬롯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수주 실적과 재무 지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북미와 호주 등 주요 해외 시장의 발주가 지속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로 이어지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올해 2분기 합산 매출 전망치는 4조3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동기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7198억원으로 49.3% 급증할 것으로 집계됐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호주 계약으로 향후 5년간 호주 전력망 시장에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초고압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생산법인 증설을 추진하며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용 배전기기와 관제시스템, 배전반, 고압·중압 변압기를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대상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