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후테크 투자, 상용화 전 단계부터 들어갔다 [start-up] 대기업 기후테크 자본이 감축 난제 해결보다 ‘검증된 기술’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팩트온이 자체 구축한 글로벌 기후테크 DB 856개사를 분석한 결과, 기업·전략적 투자 비중은 전력이 24.1%로 산업 탈탄소화 3.1%의 7.8배였다. 기술 검증이 빠른 분야에는 민간자본이 먼저 들어갔지만, 생산공정을 바꿔야 하는 분야는 정부·공공자금 의존도가 높았다.
다만 투자 주체를 나눠 보면 흐름이 갈렸다. SK·HD현대·포스코 등 자체 공정 전환이 필요한 기업들은 상용화 전 단계부터 지분투자와 공동개발에 나섰다.
대기업 투자 전력 24.1%…산업 탈탄소화는 3.1%
기후테크 10개 분야의 기술성숙도와 기업·전략적 투자 비중을 비교한 결과, 전력은 TRL 9 기업 비중 94.8%, 기업·전략적 투자 비중 24.1%로 모두 가장 높았다. 반면 산업 탈탄소화는 TRL 9 비중 34.4%, 기업·전략적 투자 비중 3.1%에 그쳤다. 정부·공공자금이 확인된 기업 비율은 에너지 전환 54.5%, 산업 탈탄소화 46.9%로 전력(8.6%)보다 높았다. / 자료=임팩트온 기후테크 DB
대기업 자본은 기술성숙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됐다.
전력 분야 116개사 가운데 기업·전략적 투자 비중은 24.1%였다. 기술성숙도(TRL) 9 기업 비중도 94.8%로 10개 섹터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임팩트온 기후테크 DB는 전력과 에너지 전환, 산업 탈탄소화, 모빌리티, 건물, 탄소관리, 순환경제, 농식품, 자연기반해법, 물·기후적응 등 10개 섹터로 구성됐다.
임팩트온은 정부 R&D와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술성숙도(TRL) 1~9단계 체계를 바탕으로 기업별 핵심 기술의 검증 수준을 매핑했다. 투자유치나 MOU, 생산계획만으로는 단계를 높이지 않고 실제 고객 현장 실증과 인증, 반복 판매·양산 여부를 중심으로 판정했다.
산업 탈탄소화는 전력과 차이가 컸다. 96개사 가운데 기업·전략적 투자 비중은 3.1%에 그쳤고 TRL 9 비중도 34.4%였다. 기술 검증과 기업 자본 유입이 모두 전력보다 낮았다.
반대로 기술 개발이 덜 끝난 분야에서는 정부·공공자금 참여가 두드러졌다. 정부·공공자금이 확인된 기업 비율은 에너지 전환이 54.5%, 산업 탈탄소화가 46.9%였다. 전력은 8.6%에 그쳤다.
저탄소 철강·차세대 원전 30곳, TRL 9은 ‘0’
저탄소 철강 10개사와 차세대 원전 20개사 등 30개사의 기술성숙도(TRL)를 분석한 결과, TRL 9에 도달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23개사는 TRL 6 이하에 머물렀고 TRL 8은 2개사에 그쳤다. / 자료=임팩트온 기후테크 DB
산업 감축기술은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에 머문 기업이 많았다.
기후테크 DB에서 저탄소 철강 10개사와 차세대 원전 20개사 등 30개사를 분석한 결과, TRL 9에 도달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가장 앞선 단계인 TRL 8도 뉴스케일파워와 그린아이언 두 곳뿐이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표준설계승인을 받고 첫 모듈용 단조품 생산에 들어갔지만 실제 발전소 운전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린아이언도 스웨덴 산드비켄에서 생산 규모 환원로를 시운전하고 있지만 반복적인 상업생산 실적은 아직 없다.
테라파워와 오클로, 카이로스파워, 보스턴메탈, 알로아토믹스는 TRL 7로 분류됐다. 착공과 인허가, 산업 규모 실증까지 진행됐지만 실제 상업운전이나 반복 생산 단계까지는 추가 검증이 남아 있다.
기술 유형별로도 상용화 속도 차이가 컸다. 기후테크 DB 856개사의 TRL 9 비중은 60.9%였지만, 소프트웨어는 88.8%인 반면 공법·기법은 25.4%에 그쳤다. 공정 전환이나 대형 설비 구축이 필요한 기술일수록 실제 사업장에 반복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저탄소 철강과 차세대 원전은 이런 격차가 두드러진 분야다. 기술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된 기업도 적지 않지만, 실제 상업운전과 반복 생산까지 넘어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기후테크 856개사를 기술 유형별로 보면 TRL 9 도달 비중은 소프트웨어가 88.8%로 가장 높았고, 공법·기법은 25.4%로 가장 낮았다. 생산공정을 직접 바꾸는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임팩트온 기후테크 DB
공정 바꿔야 하는 기업은 달랐다…상용화 전부터 들어갔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다른 흐름도 나타났다. 임팩트온 기후테크 DB에서 투자 이력이 확인된 기업을 성격별로 나눠 보면, 자체 공정 전환이 필요한 사업회사가 투자한 대상은 재무투자자가 투자한 대상보다 낮은 기술성숙도 단계에 더 많이 분포했다. 투자 대상의 섹터와 설립연도, 기술 유형을 나눠 비교해도 같은 방향이 유지됐다.
산업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처럼 상용화가 덜 진행된 분야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됐다. 공정이나 설비를 직접 바꿔야 하는 기업들이 기술 검증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보다 개발 단계부터 지분투자와 공동개발에 들어간 사례가 나타났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빌 게이츠와 함께 테라파워의 7억5000만달러(약 1조5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을 공동 주도했다. SK 투자액은 2억5000만달러(3675억원)였다. 이후 테라파워는 올해 1월 한국수력원자력이 투자자로 합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HD현대는 투자 이후 제조 공급망으로 협력을 넓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약 420억원)를 투자한 뒤 원자로 용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제조 인프라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포스코는 더 이른 단계의 저탄소 철강 기술에 들어갔다. 올해 4월 미국 일렉트라와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하고 포스코인베스트먼트를 통한 전략적 투자도 병행했다. 일렉트라는 연산 500톤 규모 파일럿 공장을 건설 중이며 기후테크 DB에서는 TRL 6으로 평가됐다.
해외에서도 셸과 지멘스, BHP 등 자체 생산공정이나 설비 전환이 필요한 기업들이 상용화 이전 단계의 기후기술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술 상용화를 기다리지 않고 개발 단계부터 투자와 사업 협력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상용화 전 투자는 실패 위험도 크다. 분석 대상인 울트라세이프뉴클리어는 실증과 인허가를 추진했지만 상업운전에 도달하기 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에너지기술전망 특별보고서 ‘청정에너지 혁신’에서 새로운 에너지기술이 첫 시제품에서 의미 있는 시장 보급에 이르기까지 20년에서 약 7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부 기업은 개발 단계부터 기술과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 분석은 임팩트온 기후테크 DB 에 수록된 856개 기업을 기반으로 했다. 기후테크 DB에서는 10개 섹터별 기업 목록과 기술성숙도, TRL 판정 근거, 주요 투자자, 자금조달 방식, 실증·사업화 현황을 기업별로 확인할 수 있다. 상세 데이터와 검색 기능은 임팩트온 유료 구독사에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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