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수요 빗나가면 전력망 비용은 누가 내나…美 과대예측 논쟁 [환경]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을 근거로 송전망 투자가 확대되면서, 예상 수요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투자비가 기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쟁이 미국에서 커지고 있다. / 출처=언스플래시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이 빗나갈 경우 전력망 투자비를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미국에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카나리미디어는 9일(현지시각) 오하이오에서 데이터센터 수요를 근거로 발전·송전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들어오지 않으면 이미 확보한 발전설비와 전력망 투자비는 남아 기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AEP 데이터센터 수요 중복계상…용량·송전 비용 동시 압박
쟁점은 아직 가동하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어디까지 반영할 것이냐다.
오하이오 최대 전력회사인 AEP 오하이오는 지난 2월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전력이 2035년까지 17.861GW에 달한다고 밝혔다. AEP 오하이오 전체 고객의 최대전력이 약 8~10.5GW인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센터 계약물량만 현재 최대수요를 웃돈다.
수요 산정 과정에서는 중복계상 문제도 나왔다. 오하이오 제조업협회는 지난 3월 오하이오 공공요금위원회 직원 검토자료를 근거로 AEP 오하이오가 일부 고객군의 수요 증가를 과도하게 잡고 데이터센터 예상 수요를 중복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AEP도 심사 과정에서 조정된 수치를 반영하기로 했다.
수요전망이 높아지면 발전설비 확보 비용도 커진다. PJM 용량시장 가격은 2024~2025년 28.92달러(약 3만9000원)/MW-day에서 이듬해 269.92달러(약 36만2000원)로 뛰었다. 2026~2027년에는 329.17달러(약 44만1000원)까지 올랐다.
송전망 투자비도 남는다. 카나리미디어에 따르면 오하이오의 보조 송전사업은 합계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지만 투자 필요성과 비용 효율성을 독립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는 부족하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예상 수요가 현실화하지 않으면 이미 집행한 투자비가 기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에 최소요금…PJM도 불확실한 수요 낮춰 반영
오하이오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예상 수요에 따른 비용을 더 부담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데이터센터 전용요금은 대형 데이터센터가 계약한 전력을 덜 사용해도 계약용량의 최대 85%를 기준으로 최소요금을 내도록 했다. 일정 신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기간 최소요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담보를 내야 한다. 사업 축소나 철회에 따른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한다.
전용요금은 실제 추진 가능성이 낮은 수요를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AEP 오하이오에는 승인 전 약 30GW의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요청이 접수됐지만 올해 2월 기준 구속력 있는 계약물량은 17.861GW로 집계됐다. AEP는 금융·계약 의무를 통해 실제 사업 가능성이 있는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JM도 수요전망 기준을 강화했다. 2026년 장기 전력수요 전망부터 가까운 시기에 가동할 대형 사업에는 전력공급이나 건설에 대한 확정적인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 사업은 실현 가능성을 따져 수요를 낮춰 반영한다. 신청 단계의 물량을 그대로 미래 전력수요로 잡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국도 2038년 데이터센터 6.2GW 전망…신청물량 검증 중요
한국도 데이터센터 증가를 장기 전력수요와 전력설비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6.2GW로 전망했다. 기존 증가 추세에서 예상되는 1.8GW에 AI 확산 등에 따른 추가수요 4.4GW를 더했다. 기존 수요와 겹치지 않도록 증가분만 별도로 반영했다.
카나리미디어는 계획된 데이터센터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건설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의 예상 전력수요는 그와 관계없이 전기요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