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회가 만든 위치 가치 부동산 장부서 분리를 [사회혁신]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3 연합뉴스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시작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는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고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시민 등 140명이 모였다. 토론은 오후 1시 13분까지 약 190분 넘게 이어졌다.
공급,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전세대출, 보유세와 양도세,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비아파트, 민간 장기임대까지 웬만한 쟁점은 거의 다 나왔다. 대통령도 발언을 끊어 묻고, 몇몇 제안에는 관계부처가 검토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오히려 190분 뒤에는 정부가 고민하는 범위가 또렷하게 보였다.
보유세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누구에게 어느 정도 부과할 것인지, 양도세를 손댈 것인가보다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 어느 정도 퇴로를 열어줄 것인지, 대출을 규제할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예외를 둘 것인지가 중심이었다.
거칠게 줄이면 결국 이런 질문이었다. 누구를 얼마나 때리고, 누구에게 얼마만큼 퇴로를 열어줄 것인가. 물론 당장 세제와 금융대책을 설계해야 하는 정부에는 필요한 토론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들이 왜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20년, 30년의 미래소득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지, 정부가 철도를 놓고 학교와 병원을 만들고 용적률을 높일수록 왜 그 가치가 다시 민간 집값에 붙는지, 우리가 집값 이라고 부르는 숫자가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끝내 중심 의제가 되지 못했다.
이날 가장 흥미로웠던 제안 가운데 하나는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의 것이었다. 신규 차주에게만 강화된 금융규제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기존 대출자까지 관리대상에 넣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도 생애 1회로 제한하자는 제안이었다. 재건축·재개발 총량을 관리하고, 규제지역을 옮겨 다니는 방식 대신 투기 목적 거래라면 지역과 관계없이 같은 원칙을 적용하자는 주장도 했다. 이 대통령도 일부 제안에 대해 새로운 발상이라며 검토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의 문제 제기도 눈에 들어왔다.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인다고 최근 집값 상승이 이뤄진 15억 원 이하 시장까지 안정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서울시가 토론회 직전 발표한 자료를 보면 6월 서울 아파트 거래의 77.9%가 15억 원 이하였고,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33% 상승했다. 6월 아파트 임대차에서는 월세 비중이 54.1%로 전세를 넘어섰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과 전월세 품귀로 빌라의 매매,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빌라 단지의 모습.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주택 가격은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올해 들어 1∼5월까지 3.37% 상승했다. 전셋값은 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감소한 이후 상승폭이 커지기 시작해 지난 5월 한 달 동안 0.59% 상승했다. 2012년 10월(0.61%)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연립·다세대를 포함한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작년 1∼5월 62만9천107건에서 올해는 70만1천756건으로 11.5% 증가했다. 2026.7.12 연합뉴스
이 수치들을 놓고 보면 초고가·다주택·비거주 를 정교하게 골라내는 핀셋 세제가 정치적으로는 이해돼도 시장 전체를 움직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초고가 기준을 높게 잡고 그 안에서 다시 실거주와 다주택 여부를 걸러내면 실제 강한 세율을 맞는 대상은 빠르게 줄어든다. 높은 가격대의 수요를 누르면 그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 가격대로 압축될 수도 있다.
말이 좋아 핀셋이다. 핀셋 규제가 효과를 내려면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대상이 그 핀셋 끝에 있어야 한다. 대출도 같은 문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낮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과도한 빚을 끌어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비정상적인 수요를 정상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돈이 충분한 사람이 자기 돈으로 좋은 집을 사는 것까지 국가가 막을 일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가면 다음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고액대출을 끌어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비정상이라면, 왜 집 한 채를 사는 데 30년 빚이 필요한지부터 고쳐야 하지 않나. 보유세는 조세저항을 이유로 실거주인지, 초고가인지, 다주택인지 세밀하게 구분하겠다고 하면서 LTV와 DSR은 아직 집 한 채 없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은 기존 자산을 들고 있으면 되고 현금이 충분한 사람은 살 수 있다. 그 사이 20대·30대·40대 무주택자는 소득이 있어도 자산이 부족하면 금융규제의 벽에 막힌다. 그러면 무주택자는 평생 임대로 살라는 건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가 민간 장기임대 공급과 공급자 금융을 별도 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대통령이 던진 질문도 중요했다. 서울처럼 땅값이 비싸고 분양하면 수익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데 사업자가 왜 토지를 사서 수십 년 장기임대로 묶어두겠느냐는 취지였다.
정확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장기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비싼 토지를 민간사업자가 통째로 매입하게 해놓고 분양이익을 포기하라고 하면 장기임대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도 좋은 입지에 공급하려면 결국 비싼 토지비를 감당해야 한다.
비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토지매입비, 건축비, 전세보증금, 사업자대출을 한 덩어리로 묶어놓고 공급만 늘리라고 하면 다시 레버리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집값의 장부를 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 한 채의 가격에는 건물의 유효가치와 토지 자체의 기초가치가 있다. 여기에 지하철·도로·학교·병원·일자리·상권과 도시집적이 만든 위치가치가 붙는다. 재건축 가능성, 용적률 상향, 역세권 개발 같은 미래 기대도 가격에 들어간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성숙 국무총리, 이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26.7.23 연합뉴스
현재는 성격이 전혀 다른 가치들이 하나의 주택가격으로 거래되고, 담보가 되고, 상속된다.
정부가 철도를 놓으면 주변 토지가격이 오른다. 용적률을 높이면 개발기대 가치가 올라간다. 높아진 총가격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이 다시 떠받친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대출을 막고 세금을 올린다. 거래가 얼면 다시 금융과 세제를 푼다.
그 과정에서 공공과 사회가 만든 위치가치는 이미 개인의 자산가격과 담보가치 속으로 들어가 있다. 수십 년째 같은 도돌이표다.
내가 제안해 온 국민토지기금 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존 소유자의 토지를 몰수하거나 전국의 토지를 한꺼번에 국유화하자는 제안이 아니다. 기존 권리자의 적법한 가치청구는 보호하되, 건물의 가치와 토지관련 가치, 공공·사회가 만든 위치가치, 미래 개발권을 정책회계에서 분리해볼 수 있는지 국가 데이터로 먼저 검산하자는 것이다.
특히 제도 시행 이후 철도·도시개발·용적률 상향 등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위치가치와 개발가치까지 언제나 민간 토지가격으로 전액 자본화되어야 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그 일부를 국민토지기금의 공공계정에 남길 수 있다면 다음 세대가 같은 위치가치를 다시 주택가격과 30년 대출로 사는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전국 시행을 요구할 이유도 없다. 국토교통부·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이 가진 실거래·담보·전세·토지·정비사업 자료를 결합해 비아파트, 신규 정비구역, 공공택지 몇 곳에서 먼저 분리회계를 해보면 된다. 성립하지 않으면 버리면 된다.
23일의 190분 토론이 의미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공급·금융·세제의 거의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렸기 때문에 다음 질문이 더 선명해졌다.
얼마나 더 걷을 것인가. 얼마나 더 빌려줄 것인가.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 이런 질문들만 반복해서는 집값을 만드는 장부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
집값을 잡기 전에, 집값의 장부부터 쪼개야 한다.
공공과 사회가 만든 위치가치를 왜 다음 세대가 다시 30년 빚으로 사야 하는가?정윤기 시민기자 dktmzmf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