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는 전기가 모자란다는 신화부터 깨자 [칼럼] AI 시대에는 전기가 모자란다?”
요즘 이 말은 거의 자동으로 다음 말을 불러온다. 전기가 모자라니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 송전선을 더 깔아야 한다.
앞말과 뒷말 사이에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도, 마치 한 문장인 것처럼 붙어 다닌다. 전기가 모자란다는 진단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니 더 만들자”는 그 진단에서 저절로 나오는 결론이 아니다. 그 사이에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이 하나 빠져 있다. 전기를 쓰는 쪽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먼저 짚을 것이 있다. 우리가 AI 전력수요”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은 성질이 정반대인 두 가지다.
하나는 계산이 먹는 전기 즉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다. 한 곳에 모여 있고, 끊기면 안 되고, 양이 많다. 24시간 일정하게 돌아야 하고, 굵은 송전선에 물려 있어야 하며, 한번 자리를 잡으면 수백 메가와트짜리 덩어리 부하가 된다. 우리나라 데이터센터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그래서 지금 송전선을 놓고 갈등이 벌어진다.
다른 하나는 몸을 가진 AI, 곧 로봇이 쓰는 전기다. 요즘 이것을 피지컬AI라고 부른다. 화면 속에서 글과 그림만 다루는 AI와 달리, 몸을 갖고 실제 물건을 만지는 AI라는 뜻이다. 이쪽 전기는 흩어져 있고, 띄엄띄엄 쓰고, 양이 적다. 논에서, 축사에서, 공사장에서, 병실에서 쓴다. 한 대가 쓰는 것은 기껏해야 킬로와트 단위다.
같은 AI 전력수요”인데 성질이 이렇게 다르다. 그런데 우리 논의는 이 둘을 한 덩어리로 놓고 발전소 수를 센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사람 크기 로봇 한 대가 걷고 물건을 드는 데 순간순간 300~800와트가 든다. 하루 종일 일한다고 치면 하루에 7~19킬로와트시가 필요하다. 그런데 로봇 몸에 햇빛이 닿는 면적은 넓어야 0.3~0.5제곱미터다. 우리나라 햇빛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전기가 0.2~0.35킬로와트시쯤이다. 필요한 양의 1~2퍼센트다. 태양전지 효율을 두 배로 올려도, 면적을 열 배로 늘려도 메워지지 않는다.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연합뉴스
그러나 로봇에는 데이터센터에 없는 성질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수요가 잘게 쪼개져 있고 사람이 사는 자리에 있다. 논 위의 로봇은 논 위의 태양광 패널로 먹일 수 있다. 굵은 송전선을 멀리서 끌어올 이유가 없다.
둘째, 충전을 미룰 수 있다. 햇빛이 나면 충전하고, 흐리면 기다려도 대개 일에 지장이 없다. 태양광과 풍력의 최대 약점은 전기가 나는 시간을 우리가 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로봇에게는 그것이 약점이 되지 않는다. 기다려줄 수 있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서 옮겨야 할 것은 전기가 아니다. 전기를 계산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계산을 전기가 있는 곳으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구글은 2020년부터 이런 시스템을 돌린다. 급하지 않은 계산 — 사진 필터를 만들거나 동영상을 변환하거나 번역기에 단어를 추가하는 일 — 을 태양광과 풍력이 많이 나오는 시간대로 미룬다. 검색이나 지도처럼 사람이 화면 앞에서 기다리는 일에는 손대지 않는다.
2021년에는 시간뿐 아니라 장소로도 넓혔다. 지역별로 깨끗한 전기가 얼마나 나올지를 하루 전에 예측해, 옮겨도 되는 계산을 데이터센터 사이로 이동시킨다. 당시 구글이 올린 글의 제목이 이 칼럼의 요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깨끗한 에너지가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계산한다.” 구글 연구진의 2021년 논문과 후속 연구들은 시간을 옮기는 것만으로 탄소 배출이 8~19퍼센트 줄었다고 보고한다.
AI 산업의 성장은 전력, 물, 탄소크레딧이라는 세 가지 제한적인 자원을 동시에, 그것도 지수적으로 소모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중국에는 ’동수서산(東數西算)’이라는 말이 있다. 동쪽의 데이터를 서쪽에서 계산한다는 뜻이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국가 인프라 전략이다. 베이징·상하이·광둥 같은 동부 연안에서 생기는 데이터를, 땅이 넓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부 내륙으로 보내 처리한다. 발전한 동부 지역과 낙후한 서부 지역을 함께 거점으로 지정했고, 2020년대 말까지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의 8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앞으로 5년간 용량을 두 배로 늘린다.
우리나라에서도 AI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나누어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이제 막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다 옮길 수는 없다. 사람이 화면 앞에서 기다리는 서비스는 못 옮긴다. 신호가 먼 곳을 오가면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법도 있다. 구글 스스로 이 두 가지를 한계로 밝힌다.
그리고 옮길 수 있다는 것과 옮겨서 이익이라는 것은 다르다. 중국 서부의 데이터센터들도 가동률이 낮아 경제성 논란을 겪는다. 그러니 옮길 수 있는 것은 계산 전부가 아니라 미뤄도 되는 계산이다. AI를 학습시키는 일, 쌓아둔 자료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일, 큰 모의실험 같은 것들이다. 다행히 전기를 가장 많이 먹는 쪽이 바로 그쪽이다.
그런데 지방에는 왜 전기가 안 깔리는가
여기서 이 글의 진짜 질문이 나온다. 계산이 지방으로 간다는 것은, 그 지방에 전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농촌과 어촌에 전기를 만들 방법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햇빛도 바람도 물도 있다. 그런데 왜 안 깔리는가.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다. 만들어도 사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사업을 안 되게 만드는가. 이 질문을 붙들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를 만났다. 중국의 로봇 산업이다.
중국 업계 집계로는 사람 모양 로봇 출하량이 2025년 1만 8천 대로 전년보다 650퍼센트 늘었고, 올해는 10만 대를 넘볼 것으로 중국 정부는 전망한다. 올 상반기 세계 출하량의 97퍼센트가 중국산이다. 그러나 그 로봇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요의 70퍼센트 이상이 아직 연구·교육용이고, 실제로 일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로봇이 지역의 전기를 꾸준히 사주는 큰 손이 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대신 다른 것이 보였다. 네 발로 걷는 로봇의 가장 큰 시장이 전력설비 순찰이었다. 중국의 한 업체가 이 분야 점유율 1위다. 로봇이 전기를 쓰는 쪽이 아니라, 전기 설비를 지키는 쪽으로 먼저 들어간 것이다. 분산의 약점은 물리가 아니라 사람 손이었다. 이 발견이 중요하다. 여기서 앞의 질문에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기를 잘게 나누어 만드는 방식이 지금까지 큰 발전소를 이기지 못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나. 발전 단가는 이미 뒤집혔다. 태양광으로 1킬로와트시를 만드는 비용은 이미 원전보다 싸다. 그런데도 분산이 이기지 못했다. 뒤집히지 않은 것은 관리 비용인 것이다. 원전 하나는 수백 명이 지킨다. 같은 양의 전기를 지붕 수십만 개로 만들면, 그 수십만 곳을 점검하고 닦고 고치러 다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곳에 모여 있으면 한 사람이 여러 대를 본다. 흩어져 있으면 한 대마다 사람이 찾아가야 한다. 작게 나눌수록 사람 손이 더 든다.
지붕 위 패널 한 장은 먼지가 쌓여도 아무도 모른다. 마을 앞 소수력 발전기는 낙엽이 걸려도 누군가 보러 가야 안다. 그 누군가의 인건비가 발전 수익보다 크면, 그 설비는 애초에 지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재생에너지가 안 되는 이유를 날씨에서, 땅값에서, 주민 반대에서 찾았다. 그런데 정작 계산서를 무너뜨린 것은 돌보는 데 드는 사람 손이었다. 에너지 문제의 뿌리에 노동력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더 나빠진다. 농촌은 늙어가고 지킬 사람은 줄어든다. 설비는 늘리자면서 그 설비를 돌볼 사람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이 방향의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태양광 패널을 닦는 로봇은 우리나라 업체가 이미 2016년부터 일본 시장에서 해왔고, 닦고 나면 발전 효율이 18퍼센트 올랐다는 실증 보고도 있다. 새로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규모다. 이것이 분산과 집중의 경제성 비교 자체를 뒤집을 만큼 커질 수 있는가. 아직 아무도 그 계산을 내놓지 않았다.
만약 그 인건비가 내려가면, 지금까지 규모가 작아 수지가 안 맞는다”며 물린 것들이 한꺼번에 계산에 다시 들어온다. 마을 물레방아 자리의 소수력, 축사 지붕, 논밭 위 태양광, 농로 옆 빈 땅, 폐교, 저수지. 기술이 없어서 못 한 것이 아니라 돌볼 손을 못 붙여서 못 한 것들이다.
로봇은 쓰는 쪽이면서 지키는 쪽이다
여기서 앞에 말한 로봇의 성질이 두 번째로 쓰인다. 로봇은 설비를 돌보는 쪽이면서, 동시에 그 자리에서 전기를 쓰는 쪽이다. 충전을 미룰 수 있으니 햇빛 있을 때 먹고 어두우면 기다린다.
잔디밭을 관리하는 피지컬AI. 전기자동차 V2G와 같은 에너지 매개 역할도 할 수 있다. 사진 엑스업 제공.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다. 요즘 전기차에 담긴 전기를 필요할 때 거꾸로 꺼내 쓰는 기술을 V2G라고 부른다. 로봇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몸에 전기를 담았다가 필요한 곳에 되돌려주는 것이다. 이름을 붙이자면 R2G쯤 되겠다. 전선을 깔 수 없는 자리에도 전기가 걸어 들어가는 셈이다.
지금 지역 태양광이 겪는 가장 큰 손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이 성질의 값어치가 보인다. 전기는 만들어지는 즉시 쓰여야 한다. 저장해두지 않으면 남는 전기는 버려진다. 그래서 햇빛 좋은 날 낮에 전기가 넘치면 발전기를 강제로 멈춘다. 이것을 출력제어라고 한다. 애써 만든 전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다. 그 자리에 기다려줄 수 있는 손님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산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AI 시대에 전기가 모자란다”는 말과 그러니 더 짓자”는 결론 사이에는 아무 간격이 없다. 그 사이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6년째 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전략으로 삼았는데, 우리 논의에는 그 선택지 자체가 없다.
다만 이 전환이 저절로, 제때 오지는 않는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2027~28년 이후일 것이고, 조건이 무르익는 것은 2030년대 중반일 것이다. 그런데 2030년대와 2040년대에 어떤 발전소로 전기를 만들지는 지금 결정되고 있다. 지금 결정해서 2030년대 중반에 완공되는 원전은 60년을 돌린다. 2090년대까지 간다. 시간대가 맞지 않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할 일
첫째,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10여 년 뒤에 조건이 달라질 것을 알면서 60년짜리 결정을 지금 확정할 이유가 있는가.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언제 정할 것인가가 먼저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일수록 늦게 내리는 편이 낫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아까운 손실은 잘못 지은 것이 아니라, 조금만 기다렸으면 안 지어도 됐을 것을 지어둔 것이다. 원전 증설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배전망이다.
발전소에서 도시까지 전기를 나르는 굵은 길이 송전망이라면, 거기서 집집마다 나눠주는 잔가지가 배전망이다. 발전 설비는 3년이면 짓지만 배전망을 다시 설계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지금 배전망은 전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만들어져 있다. 양쪽으로 오가는 길로 바꿔야 V2G도 R2G도 가능하다.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배전망은 전기만 다니는 길이 아니다. 흩어진 것들이 서로 주고받으려면 통신도 함께 깔려야 한다. 전기와 데이터가 같은 길로 다니도록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손댈 일이다.
셋째, 지금 있는 설비에 지금 있는 로봇부터 붙이는 것이다.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 순찰과 세척부터 시작해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그 데이터 자체가 다음 단계의 밑천이다. 어느 설비가 언제 어떻게 고장 나는지를 아는 쪽이 결국 그 일을 맡게 된다.
넷째, 로봇을 전기 먹는 쪽으로만 잡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로봇은 전기를 쓰고, 설비를 지키고, 전기를 나르는 쪽으로만 이야기했다. 그런데 로봇에는 계산 장치가 달려 있다. 한 대에 100~200와트급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놀린다. 그 노는 시간에 급하지 않은 계산을 나눠 맡기면 어떻게 되는가. 셈은 간단하다. 로봇 한 대의 계산 장치를 밤에 대여섯 시간 돌리면 1킬로와트시쯤 쓴다. 로봇 10만 대면 하룻밤에 10만 킬로와트시, 곧 100메가와트시다. 중형 데이터센터 하루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100메가와트시에는 부지도, 송전선도, 냉각탑도, 주민 동의도 추가로 들지 않는다. 이미 사놓은 기계의 노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계산이나 되는 것은 아니다. 수천 개 반도체가 매 순간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 대규모 AI 학습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를 견디지 못한다. 가능한 것은 조각으로 쪼개서 따로 돌려도 되는 계산이다. 이 글을 관통한 기준이 여기서도 그대로다. 급하지 않은 것만 흩어질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특히 눈에 띈다. 로봇이 일하는 시대에 가장 귀한 자원은 현실 세계에서 모은 데이터인데,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그 로봇들이다. 지금 구조라면 마을에서 모은 데이터를 서울로 보내 학습시키고 결과만 내려받는다. 농산물과 다르지 않다. 실체는 지방이 대고 가공과 이윤은 도시가 가져간다. 로봇이 자기가 모은 것을 자기가 쉬는 시간에 자기 지역 전기로 가공한다면, 그 고리는 마을 안에서 닫힌다. 그렇게 되면 계산을 전기 있는 곳으로 보낼 필요조차 없어진다. 이미 가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소유다. 이것이 가장 중요할지 모른다. 지붕 천만 개에 패널이 깔려도 그 소유와 운영이 몇 군데에 몰려 있으면 그것은 분산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것은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작은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누구에게 팔 수 있는지, 전력망에 연결하는 절차가 얼마나 걸리는지가 실제 장벽이다.
그리고 이제 소유해야 할 목록이 하나 늘었다. 마을의 로봇 백 대가 밤새 돌린 계산의 결과는 누구 것인가. 기계도 마을에 있고 전기도 마을 것인데, 주문한 쪽과 결과를 가져가는 쪽이 바깥이라면, 마을은 다시 자리를 빌려주고 삯을 받는 처지가 된다.
설비는 나중에 바꿀 수 있지만 소유 구조는 한번 굳으면 바꾸기 어렵다. 지금 지역 발전을 어떤 소유 형태로 깔아두느냐가, 2040년에 그 전기와 그 계산이 누구의 힘이 되는지를 정한다.
옛날 마을의 물레방아는 마을 것이었다. 물도 마을 것이고, 돌리는 사람도 마을 사람이고, 찧은 곡식도 마을로 돌아왔다.
이제 그 자리에 다시 발전기를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돌보는 일은 기계가 맡는다. 그런데 물이 마을 것이고 기계가 마을에 있어도, 그 전기와 그 계산의 결과가 낳은 열매가 바깥으로 나간다면, 그 마을은 여전히 그것을 자기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은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