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때문에 미국에 볼모 잡힐 것인가 [국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란 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답할 것인가 연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올해 2월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란이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물류 흐름에 문제가 생기자 세계 경제에 타격이 발생했고, 미국은 동맹국과 원유 수입국들에게 호르무즈 해상 안전 확보에 참여하라고 요구하며 사실상 피해자인 동맹국들에게 사후 처리 참여를 강요했다.
하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동맹국들은 명분이 부족한 전쟁에 자국의 군대를 보내는것을 거부하는 등 사실상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 상당수가 미국이 요구하는 군사작전 참여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국회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도 미국으로 부터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군사작전 지원을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이 이란 전쟁 지원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동맹국들에게 안전 유지에 동참하라던 일반적 요구 수준을 넘어, 수십 년간 한반도 평화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미군사협력 자체를 협상 카드로 꺼내든 형국이다.
촛불행동이 토요일인 12일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병 강요를 규탄한 뒤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2026.9.12 촛불행동 제공
해방 후 냉전시대에 비극적 한국전쟁을 거친 뒤 한미군사협력은 한국의 안보 확보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역대 정부마다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나 관계가 언론에 집중 조명되고 평가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런 사정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 후 절대 강국 으로 떠오른 패권 국가 미국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적으로 관세를 매기거나 안보를 명분으로 다른 나라 영토에 대해 무리한 발언을 일삼으며 나토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이스라엘이 촉발한 이란 침략 전쟁의 피해를 동맹국들에게 전가시키려 해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을 앞으로도 계속 신뢰할 수 있는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그러면 지금 우리에게 미국이란 동맹은 어떠한가? 한미군사협력, 속칭 한미동맹 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영국, 캐나다 및 유럽의 다른 국가들보다 더 특별했다. 1953년부터 7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휴전 때문이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약 2만 8000명으로 일본과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미군이 가장 많이 배치된 국가다. 그만큼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은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미국의 일방적인 아메리카 퍼스트 는 많은 동맹국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고, 최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인 제이비어 브런슨 대장이 우리 영토를 고정된 항공모함 아시아의 단검 으로 표현한 발언은 작전 환경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는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인과 군인들이 한미동맹을 북한의 군사도발 억제 및 한반도 평화유지의 수단에 한정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위한 군사작전 기지로 이용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이란 전쟁과 한미군사협력을 연결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동맹의 역할 범위에 대한 국내 논쟁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과 관계없이 파병 이슈와 관련해서 우려되는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이란 전쟁을 언급할 당시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정부 시절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친분을 과시했고, 북한과 대화 재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연내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았다.
그렇다면 호르무즈 파병 여부가 향후 성사될지 모르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 외교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호르무즈 파병 여부에 따라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될 시 한국을 협상에서 배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사실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태도를 여러 차례 보여왔던 만큼 정부가 파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든 파병을 결정했으나 국회 동의를 구하지 못하든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언젠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한다면 그때 한국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 요구는 부당하므로 반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미동맹 이 가지는 의의와 후에 열릴지도 모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자간 정상회담을 고려한다면, 현재 상태로서는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이 사진을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올렸다. 2026.8.15
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