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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밤 한 톨을 머금은 볼, ‘밤볼’

밤 한 톨을 머금은 볼, ‘밤볼’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밤볼 어제는 밤알을 싸고 있는 가시투성이 겉껍데기 ‘밤송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밤철이 되면 밤송이가 벌어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밤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밤송이 속에 들어 있는 밤알 하나하나를 가리키는 말, 밤톨 부터 잠깐 만나 보려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밤톨’을 ‘낱낱의 밤알’이라고 풀이합니다. ‘밤톨이 굵다’, ‘밤톨이 잘 여물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밤톨이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동그랗고 단단한 밤알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여러분과 함께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말은 ‘밤톨’이 아니라 ‘밤볼’입니다. 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한 볼 ‘밤볼’은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살이 볼록하게 찐 볼’이라고 풀이합니다. 입 안에 밤 한 톨을 넣고 있으면 볼 한쪽이 볼록하게 튀어나오겠지요. 다람쥐가 도토리나 밤 같은 먹이를 볼주머니에 넣어 둔 모습을 떠올려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을 사람의 볼에 빗대어 ‘밤볼’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 ‘밤볼’이라는 말을 처음 듣더라도 뜻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한 볼. 말을 듣는 순간 얼굴 모습이 그려지니까요. 아이들의 토실토실한 볼을 뭐라고 부를까요? 둘레에 있는 아기들을 가만히 보면 이런 ‘밤볼’을 가진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양쪽 볼이 볼록한 아이를 보면 괜히 한 번 만져 보고 싶어지기도 하지요. 볼이 참 토실토실하네.”  볼이 통통해서 참 귀엽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밤볼’이라는 말을 하나 보태 보면 어떨까요? 밤볼이 참 예쁘구나!” 참 정겨운 말이 되지 않나요? 말 하나를 알게 되면 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방법도 하나 더 생깁니다. 그저 ‘통통한 볼’이라고만 하던 것을 이제는 ‘밤볼’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니까요. ‘밤볼이 지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밤볼’은 명사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밤볼(이) 지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뜻은 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볼의 살이 볼록하게 찌다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볼이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밤볼이 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옛글에서도 이 말이 쓰인 보기가 있습니다. 제 어머니를 닮아 예쁘게 밤볼이 진 사촌 누이 머루같이 까만 눈에 눈물이 괴었다.   송기숙의 《녹두 장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 ‘밤볼이 진’이라는 말이 단순히 볼의 모양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얼굴 전체의 모습을 함께 그려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볼이 통통하다’고 하는 것과 ‘밤볼이 지다’고 하는 것은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밤볼에는 동그랗고 도톰한 밤알의 모습이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밤톨’과 ‘밤볼’을 나란히 놓아 보면 오늘은 ‘밤톨’을 지나가듯 만났지만, 두 말을 나란히 놓고 보면 재미가 있습니다. 밤톨은 낱낱의 밤알을 가리킵니다. 밤볼은 밤을 입 안에 문 것처럼 볼록하게 살이 오른 볼을 가리킵니다. 하나는 밤알 자체를 빗대었고, 다른 하나는 밤알의 모양을 사람의 얼굴에 빗댄 것입니다. 밤이라는 하나의 열매를 가지고 이렇게 다른 모습의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밤송이에서 밤톨이 나오고, 그 밤톨 하나가 사람의 볼을 떠올리게 하여 밤볼이라는 말까지 이어집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제 만났던 ‘밤송이’에서 오늘의 ‘밤톨’과 ‘밤볼’까지 밤 하나를 둘러싼 말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밤송이 → 밤톨 → 밤볼 말의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낱말이 또 다른 낱말을 데리고 오는 재미가 있습니다.  말은 우리가 본 모습을 오래 간직합니다 제가 ‘밤볼’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까닭은 단순히 재미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우리말에는 우리가 눈으로 본 모습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나타내는 말이 참 많습니다. 밤톨처럼 동그랗고 단단한 모습을 사람이나 사물에 빗대기도 하고,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한 모습을 ‘밤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알고 있으면 사람의 모습을 바라볼 때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게 됩니다. ‘통통하다’라는 말 하나로 지나칠 수 있는 볼을 보면서, ‘아,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하네. 밤볼이 졌다고 할 만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말을 많이 안다는 것은 어려운 말을 많이 외운다는 뜻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모습을 더 자세히 바라보고, 그 모습에 어울리는 말을 하나 더 알고 있는 것. 그것도 말을 잘 알고 쓰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올가을에는 아이들의 ‘밤볼’을 만나 보세요 햇밤이 나오는 이즈음에는 길을 걷다가 밤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시장에서 밤을 만나기도 합니다. 밤을 보면 어제 이야기했던 밤송이도 떠올려 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밤톨도 한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곁에 토실토실한 볼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밤볼’이라는 말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볼이 참 통통하구나”라고 말하던 자리에 밤볼이 참 예쁘구나” 하고 말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이 말의 뜻을 설명해 주어도 재미있겠습니다. 밤볼이 뭐예요?” 하고 묻는다면, 입 안에 밤을 하나 문 것처럼 볼록한 볼을 밤볼이라고 한대” 하고 알려 주면 되겠지요. 아마 아이도 거울을 보면서 자기 볼을 한번 만져 볼지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밤볼’이라는 낱말 하나가 아이의 얼굴과 함께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주변에서 ‘밤볼’이 예쁘게 진 아이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시 어릴 적 누군가에게 볼이 통통하다”, 볼이 포동포동하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 볼을 오늘 배운 말로 다시 부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밤볼이 참 예쁘구나.” 한번 소리 내어 말해 보면 어떨까요? [한 줄 생각] 밤톨 하나를 닮은 볼을 바라보며 밤볼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는 것, 오래 바라본 사람이 만들어 낸 우리말의 재미가 아닐까요? [오늘의 토박이말] ▶ 밤볼 뜻: 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살이 볼록하게 찐 볼. 보기: 아이는 두 볼에 밤을 문 것처럼 밤볼이 통통하게 졌습니다. 오늘 한마디:  저 아이는 밤볼이 참 예쁘게 졌구나.”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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