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와 품격 [칼럼] 대통령의 권력은 자신에게 동의하는 사람만을 위해 행사하는게 아니다. 불편한 말을 하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감당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반대자를 제압하는 것은 힘으로 할 수 있지만, 반대자를 설득하는 것은 역량으로만 가능하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늘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부담을 감수하며 자신이 꿈꿔온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아무리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도 모두의 찬성을 얻기는 어렵다. 특히 인사는 바라보는 위치와 경험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역이다. 정부 인사는 하마평에 오르는 순간부터 추천과 반대가 맞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아무런 이견도 없는 인사라면 그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반대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반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해당 인사를 직접 경험한 사람의 반대와 인사를 추천하는 사람의 지지는 판단의 출발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반대하는 쪽에는 경험에서 비롯된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추천하는 쪽에는 나름의 기대와 판단 근거가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의 목소리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결국 인사권자는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검증한 뒤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면 된다.
그것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람의 역할이다. 반대자를 설득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들의 우려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비판의 근거가 타당한지 따지고, 잘못된 주장이라면 사실과 논리로 반박하면 된다. 굳이 반대하는 사람을 겨냥해 인신공격을 하거나, 권한을 앞세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일 이유는 없다.
인사권은 비판을 차단하는 방패가 아니다. 오히려 비판을 견디면서 엄중하고 철저한 검증에 기반해 중심을 잡고 판단하면 된다.
이번 김지용 중수청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서 대통령의 SNS를 통한 추미애 지사 비판과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에 대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감찰 지시는 그런 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인사에 대한 이견을 정책적 논쟁으로 풀기보다 비판자를 향한 압박으로 비치게 한다면, 인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는커녕 권력의 조급함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의 주장이라고 해서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공직자의 발언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객관적인 근거와 일관된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인사에 반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이익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감찰 역시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지, 비판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의심받아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의 권력은 자신에게 동의하는 사람만을 위해 행사하는게 아니다. 불편한 말을 하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감당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반대자를 제압하는 것은 힘으로 할 수 있지만, 반대자를 설득하는 것은 역량으로만 가능하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에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의 찬성을 얻는 완벽한 인사가 아니다. 반대가 있더라도 그 이유를 듣고, 검증을 거쳐 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다. 더 큰 뜻을 품은 정치라면 비판자를 향한 날 선 말보다 정책의 성과로, 겁박으로 읽힐 수 있는 대응보다 설득의 언어로 자신의 판단을 증명해야 한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