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역대급 실적에도 코스피 폭락…반전은 언제쯤 [뉴스] 증시가 피바다를 방불케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2일 3.65% 급락해 결국 두 달 만에 다시 6,300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거둔 믿을 수 없는 규모의 영업이익조차 외국인의 ‘팔자’ 행렬을 돌려세우진 못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서 코스피에서만 물경 200조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장을 끌어내리고 있다. 현재 한국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수급 균형이 완벽히 붕괴한 것인데. 매수 주체가 나타나야 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듯 싶다. 그리고 그 계기는 금리 상승 추세의 안정이 아닐까 싶다.
전장 보다 3.65%폭락해 6,384.24에 장을 마감한 코스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47.76포인트(0.72%) 내린 6,578.17로 개장한 뒤 단숨에 낙폭을 키웠고 6,500선과 6,400선을 차례로 내줬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6,300대에 마감한 것은 지난 8월 11일(6,345.53)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하락률은 지난달 2일(-3.99%) 이후 최대치다.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43.08포인트(4.83%) 하락한 849.19에 장을 마쳤다. 시장 변동성이 비교적 컸던 지난 7월 29일(-6.12%) 이후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최근 지수 부진 속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 전망에 선방했던 LG에너지솔루션(-0.75%), 삼성SDI(-1.41%) 등 이차전지 관련주도 이날은 약세 마감했다.
외국인이 이날도 매도 우위를 보이자 지수가 힘을 못 쓴 모양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250억원 순매도했다.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다. 기관은 1107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1조 4674억원 순매수했다.
반도체주가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 부문에서도 외국인은 1조 705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기관 역시 5787억원 순매도했고 개인만 1조 6313억원 순매수했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코스피는 전장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장을 마치며 지난달 2일(-3.99%)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43.08포인트(4.83%) 내린 849.19로 장을 종료했다. 2026.10.12. 연합뉴스
분기 영업이익 100조 넘겨도 무너지는 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4.39%), SK하이닉스(-4.52%) 등 반도체 대장주가 크게 떨어지며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조 431억원, 삼성전자를 5331억원 순매도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TOP2(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오픈AI발 ‘거품론’을 소화하며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오픈AI의 연 매출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200억달러가 적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나스닥종합지수가 1.25% 빠지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실제 매출 감소가 아닌 회계상 매출 집계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고, 이튿날인 9일 나스닥 지수가 0.64% 반등한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의 부진을 오픈AI발 거품론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듯 보인다.
지난 8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증권가의 호평이 잇따른 후에도 지수가 오히려 낙폭을 키운 것 역시 아픈 대목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실적 자체를 넘어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해소,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인 등을 종합적으로 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고려하면 코스피 분위기 전환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4일 ASML, 15일 TSMC 실적 발표에 이어 27일 SK하이닉스 실적발표, 29일 삼성전자 컨퍼런스콜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전망 등이 구체적으로 뒷받침돼야 지수 반등의 계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메모리 중심의 실적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미국은 AI서비스와 인프라 전반에 걸쳐 주도주가 존재한다”며 (두 국가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수혜라는 공통점에도 기업별 수익구조와 밸류체인 내 위치는 상이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 약화로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글로벌 자산배분 변화와 한국 반도체의 상대 밸류에이션, 향후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 차이 등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14일 밤 발표되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 변화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9월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야 유의미한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표 확인 전까지 지수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철저한 박스권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코스피는 전장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장을 마치며 지난달 2일(-3.99%)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43.08포인트(4.83%) 내린 849.19로 장을 종료했다. 2026.10.12. 연합뉴스
견조한 실적이 주가상승·외인매수로 연결될 것이란 판단 부적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기업의 호실적에도 불구,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증시와 동떨어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 하단을 단단히 받치고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외국인의 투매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2.5% 증가한 107조 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업황이 견조한데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관련주 주가가 크게 내린 탓이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당일 2.42% 내린 데 이어 이날도 4% 넘게 급락해 한때 24만원대로 주가가 밀렸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연합뉴스 자료사진]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4거래일 연속으로 2.4∼4.5%씩 급락해 180만원대 중반에서 160만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 5000억원 상당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기관도 1조 700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과 기타법인은 4조 6000억원과 5조 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반도체 실적이 아닌 외국인 수급”이라며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를 상회했고 메모리 가격과 AI 인프라 투자도 견조하지만, 외국인 매도 지속에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는 6월 하순에서 7월까지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조정 이후 주요국 증시 대비 현저히 낮은 회복탄력성을 보여왔다.
코스피 이날 종가는 전고점(6월 22일·9,114.55) 대비 30%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달 8일 장 마감 기준 11.05배로 2023년 1월 6일(11.02배)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반면, 지난 7월 29일 10,445.44까지 추락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현재 12,572.42로 전고점(6월 22일·14,655.29)과의 간격을 14.21%까지 좁혔고, 대만 가권지수는 49,301.96으로 전고점(6월 23일·48,218.87)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였던 코스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51.49%로, 대만(70.22%)에 역전됐다.
7월 급락장 여파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있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제한되며 수급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외국인이 연일 ‘팔자’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99조원을 순매도했다. 상반기에 177조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7∼8월에는 매도 강도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9월에는 21조 5000억원으로 순매도 규모가 다시 커졌다.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가와 금리의 움직임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
한편 이 연구원은 최근 고금리, 고유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매도를 ‘강화’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외국인 이탈을 매크로 변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이탈을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견조한 실적이 곧바로 주가 상승과 외국인 순매수로 연결될 것이라는 판단 역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금리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CCC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생존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테크 내 분산이 중요한데 코스피는 메모리 완성업체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스피를 위시한 우리나라 증시의 최대 문제점은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수급균형이 무너진 것인데, 수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매수 주체가 등장해야 본격적인 반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매수 주체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폭등 중인 금리가 진정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물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까닭이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PG)[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