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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나고야와 서울에서 같은 시각 열리는 두 무대

나고야와 서울에서 같은 시각 열리는 두 무대
[행사]
스무 해 전에도 드래프트를 통과한 적이 있다. 야구를 해서는 아니었다. 얼마전  책장 구석 박스에서 상패 하나가 나왔다. 2006년 제2기 KBO 대학생 객원마케터 리더상. 새겨진 날짜는 그해 12월 19일이다. 시즌이 다 끝나고서야 받은 상이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주최하고 잡코리아가 주관했는데, 지원은 구단별로 받았고 나는 KIA 타이거즈를 통해 응시했다. 당시 8개의 프로 팀마다 열 명씩 모두 여든 명, 전 해 1기 모집에는 4000명 넘게 몰렸다고 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1280명이 참가해 최대 110명이 지명된다. 9퍼센트다. 경쟁률만 놓고 보면 그때 우리 쪽이 좁았다. 다만 우리가 뚫은 건 야구가 아니라 취업 시장이었고, 우리가 받은 건 계약금이 아니라 장학금 30만원이었다. 뽑히고 나니 과제가 주어졌고, 국내 전 구장에 들어갈 수 있는 AD카드가 한 장 나왔다. 그 카드로 2006년의 야구장을 돌아다녔다.    자 =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무 해가 지났고 나는 여전히 그 팀을 응원한다. 여름 내내 내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한 팀이고, 가을야구에 못 나가면 어쩐지 서운할 팀이다. 부모님과의 안부 전화에서도 팀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김도영을 비롯한 선수들 이름을 종종 꺼내신다. 홈런 1위를 달리던 김도영이 지난 9일 번트 타구에 코뼈가 부러졌을 때는 걱정이 더 길어졌다. 이쯤 되면 어머니의 아들은 내가 아닌 김도영 선수임이 분명하다. 그 팀이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세 번째로 선수를 고른다. 지난해 8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한 결과이며, 공교롭게도 올해 진짜 선택이 시작되는 자리가 그 세 번째다. 한 해 성적이 나빴다는 이유로 이듬해 좋은 선수를 먼저 고른다.  3년 연속 1순위 지명권을 받다 9월 21일 오후, 두 개의 무대가 함께 열린다. 일본 나고야에서는 아시안게임 야구가 시작되고,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는 2027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진행된다. 그 호텔에서 멀지 않은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헐린다. 1982년에 문을 열어 마흔다섯 해를 버틴 자리다. 철거는 12월에 시작된다. 가을야구 구도는 이미 굳었다. 상위 다섯과 하위 다섯 사이가 벌어질 대로 벌어졌고, 리그의 긴장은 위쪽에만 남아 있다. 정작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쪽은 드래프트다. 키움 히어로즈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2025년 정현우, 2026년 박준현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유력한 이름은 부산고 하현승. 메이저리그의 제안을 뿌리치고 국내에 남기로 한 투타 겸업 자원이다. 해설위원들의 전망도 1순위 하현승, 2순위 서울고 김지우까지는 대체로 일치한다. 예측이 갈리는 건 3순위부터다. 앞의 두 자리는 사실상 정해져 있고, 구단의 고민은 세 번째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키움은 올 시즌도 최하위가 사실상 확정이어서 내년에도 1순위를 받는다. 4년 연속이다. 제도가 한 구단을 이렇게까지 아끼는 경우도 흔치 않다. 여기서 익숙한 비판이 나온다. 만년 꼴찌가 최고 유망주를 독식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절반만 맞다. 못 키우는 구단이 아니다 히어로즈는 강정호를 키웠고 박병호를 키웠다. 김하성과 이정후, 김혜성도, 지난 해 송성문까지 이 구단을 거쳐 메이저리그로 갔다. 육성을 못 하는 구단이 만들 수 있는 명단이 아니다. 결국 히어로즈 구단은 키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지키지 못한다. 자식 농사는 잘 지어놓고 죄다 남의집으로 보낸 셈이다. 그건 구단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구조 탓이다. 히어로즈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구단 이름을 파는 네이밍스폰서 수익과 선수를 파는 포스팅 수익으로 굴러간다. 올해 선수단 평균 연봉은 1억 22만원. 평균 연봉이 1억원 언저리에 머문 구단은 여기뿐이다.   2026 KBO 구단별 선수단 평균 연봉. (자료: KBO 한국야구위원회) 이런 구단에 매년 최고 유망주를 몰아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그 유망주가 성장하면 붙잡을 돈은 없다. 제도는 배분까지만 하고 그 다음은 묻지 않는다. 드래프트는 시장이 아니다. 배분 제도다. 전력이 약한 팀에 먼저 고르게 해 균형을 맞추자는 합의 위에 서 있고, 그 합의는 지명받은 선수가 지명한 구단에서 성장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 그 전제를 확인하는 규칙이 없다. 최하위에게 최고 유망주를 주는 규칙은 있는데, 3년 뒤 그 유망주가 어떻게 됐는지 묻는 규칙은 없다. 1순위 지명권은 권리로만 존재하고 의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규칙을 만든 쪽은 나눠주는 데까지가 자기 일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이름이 불리지 않는 1170명 드래프트 행사장에서 이름이 불리는 건 110명이다. 나머지 1170명은 불리지 않는다. 지명은 이후 개인의 성취로 보도된다. 출신 학교와 부모와 지도자의 이름이 함께 실린다. 불리지 않은 쪽에는 기사가 없다. 통계도 없다. 전국의 고교 야구부는 100개 남짓이고, 그 안에서 열 몇 해를 야구만 해온 3학년들이 해마다 졸업한다. 그중 몇이 대학으로 가고 몇이 독립리그로 가고 몇이 배트를 놓는지, 놓은 뒤에는 무엇을 하는지를 한자리에 모아둔 자료를 나는 찾지 못했다. 없는 것인지 공개되지 않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건 야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 지명은 스포츠 기사로 다뤄지고, 지명되지 못한 뒤의 시간은 어느 부처의 소관도 아닌 채로 남는다. 그 사이를 떠안는 건 결국 학교다. 위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고교 최고 자원에게 선택지는 사실상 둘이다. 드래프트에 나가 순번이 정해주는 팀으로 가거나, 미국으로 가거나. 올해 덕수고 엄준상은 애리조나와 계약해 드래프트에 나오지 않았다. 하현승은 남는 쪽을 택했다. 남는 선수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다음 하현승은 남지 않는다.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공감하고, 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하위에게 자동으로 1순위를 주는 대신 추첨을 섞자는 논의가 오래 있었고, 미국프로농구는 올해 5월에도 최하위 세 팀의 1순위 확률을 낮추는 안을 다시 꺼냈다. 연봉 하한선을 두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리그가 낼 일이다. 다만 분명한 건 고쳐야 할 대목이 누가 먼저 고르느냐가 아니라 고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는 것이다. 그 전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지명 이후를 기록하는 것이다. 몇 라운드에 뽑힌 선수가 3년 뒤, 5년 뒤 어느 팀에서 몇 경기를 뛰었는지, 몇 명이 그만뒀는지를 구단별로 남기고 공개하는 일이다. 어려울 것도 없다. 이미 다 있는 숫자를 한자리에 모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구단이 키웠고 어느 구단이 받아만 갔는지가 드러난다. 제도를 바꾸기 전에 먼저 할 일은 제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곽빈이 대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둔 20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야구장에서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 2026.9.20 연합뉴스 같은 날, 다른 질문 어머니가 안부 전화마다 묻던 그 선수는 지금 나고야에 있다. 김도영은 코뼈 수술 나흘 만에 돌아와 3안타 경기를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2023년 항저우에 나가지 못했던 그는 이번 금메달로 병역을 해결하려 한다. 공교롭게도 내가 AD카드를 들고 다니던 2006년은 야구가 병역 특례를 얻어낸 해이기도 하다. 그해 3월 WBC 4강 직후 KBO의 요청으로 미필 선수 열한 명이 특례를 받았다. 근거는 축구와의 형평성이었다. 형평성이라는 말이 이렇게도 쓰인다. 병역문제는 스포츠 내부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필수적인 국방의 의무를 국제대회 성적으로 대신하게 해주는 제도다. 그리고 이 제도도 드래프트와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누구에게 줄지는 정교하게 정해두고, 준 다음은 한참 뒤에야 챙겼다. 예술체육요원은 34개월 동안 특기를 살린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워야 하고, 분기마다 최소 24시간을 못 채우거나 실적을 허위로 내면 모자란 시간의 두 배만큼 복무가 늘어난다. 규정만 보면 촘촘하다. 다만 그 봉사활동 의무가 병역법에 들어간 건 2014년이다. 특례가 생기고 40년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오는 27일 결승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다. 이기면 좋은 연휴가 되고, 지면 긴 겨울이 된다. 다만 금메달이 정리하는 건 개인의 복무이지 제도의 공백이 아니다. 이제 막 야구에 재미를 붙인 아들에게도 곧 좋아하는 선수가 생길 것이다. 그 선수가 3년 뒤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책장 구석의 상패는 잊혀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지명을 받고 사라진 이름들, 애초에 불리지도 않은 이름들은 남지 않는다. 결국 기록하지 않는 것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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