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 땅부자들이 전국 땅값 52% 해당 토지 보유 [사회혁신]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토지소유 불평등 지표가 겉으로는 소폭 나아진 듯 보이지만, 최상위 1%의 견고한 독점 구조는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서울 강남구 한 곳의 땅값은 하위 82개 시군구를 합친 것과 같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토지소유현황〉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토지 자산의 개인간, 지역간 불평등의 민낯을 짚어보고자 한다.
전체 35.6%는 무토지 세대… 지니계수 개선에도 상위 1%는 요지부동
국토교통부의 〈2025년 토지소유현황〉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주민등록 2430만 세대 가운데 토지를 소유한 세대는 1565만 세대(64.4%)다. 토지를 가진 세대 비율은 전년의 63.4%보다 1.0%p 높아졌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집을 소유한 세대는 건물뿐 아니라 그에 딸린 토지(대지지분)를 함께 소유하므로 모두 이 토지 소유 세대에 포함된다. 정부의 공식 발표 통계는 이처럼 땅을 가진 세대만을 100분위로 나누어 집계하지만, 국민 전체의 실제 자산 현실을 보려면 땅이 한 평도 없는 35.6%(865만 세대)의 무토지 세대를 포함해야 한다. (2025 토지소유현황 통계의 소유기준은 연말이며 가격기준은 연초의 공시지가이다)
무토지 세대까지 포함해 전체 세대를 줄 세워보면 토지 소유의 격차는 확연하다. 가액 기준으로 상위 1% 세대가 개인 토지 전체 가액의 27.6%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5%는 52.1%로 절반을 넘고, 상위 30%의 몫은 90.0%에 달한다. 땅이 없는 하위 약 36%를 빼면, 중간층 34% 세대가 남은 토지가액 10%를 쪼개어 갖고 있는 구조다.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불평등은 더욱 극단적이다. 보유 면적 상위 1%가 개인 토지 면적의 40.7%를, 상위 30%가 99.0%를 소유한다. 나머지 70% 세대의 몫은 고작 1.0%에 불과하다.
물론 긍정적인 지표도 있다. 가액 기준 지니계수는 2024년 0.804에서 2025년 0.797로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나타내므로, 수치상으로는 소폭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상위 10%의 점유율이 67.1%에서 66.3%로 0.8%p 낮아지는 동안 상위 1%는 27.7%에서 27.6%로 0.1%p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17년과 비교해도 상위 10%의 몫은 68.1%에서 66.3%로 줄었지만, 상위 1%는 27.6%로 8년 전과 정확히 같은 수준이다. 전반적인 분위 점유율이 낮아지는 와중에도 최상위 1%의 견고한 독점 구도는 8년째 흔들리지 않고 있다.
100세대 마을로 보면… 최상위 1세대의 땅값이 하위 87세대 전체와 같아
토지를 가진 세대 중 상위 1%의 평균 토지가액은 공시지가 기준 57억 8,000만 원으로, 시가로 환산하면 약 88억 3,000만 원에 달한다. 전체 세대 평균(1억 6,318만 원)의 약 35배다.
대한민국을 100세대의 마을로 줄이면, 땅을 가장 많이 가진 1세대의 토지가액(27.57%)은 하위 87세대가 소유한 땅값 전체(27.94%)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을 100세대 마을로 환산한 토지가액 비교. 하위 87% 세대의 가액 점유율 합(27.94%)이 상위 1%(27.57%)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남구 1곳 의 땅값이 하위 82개 시군구를 합친 것과 동일
토지 소유의 불평등은 누가 얼마나 가졌는가 에 그치지 않고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가 라는 공간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개인 토지뿐 아니라 법인, 국유지 등 지역 내 모든 토지의 지가총액을 시군구별로 합산해 보았다.
2025년 전국 250여 개 시군구 중 토지가액 상위 10개 지자체가 전국 토지가액의 23.8%를 차지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의 비중만 12.2%였다. 특히 강남구 한 곳의 토지가액은 전국의 5.5%로, 가액이 낮은 하위 82개 시군구의 땅값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다. 2018년에는 하위 71개 시군구를 합쳐야 강남구 하나와 같아졌는데, 2025년에는 그 수가 82개로 늘어났다. 강남구 한 곳의 가치에 견주기 위해 합쳐야 하는 지역의 수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시군구 통계가 공표된 2018-2025년 8년간 수도권 집중은 단 한 해도 멈추지 않았다. 전국 토지가액 중 수도권 비중은 62.4%에서 64.7%로, 서울은 30.6%에서 33.2%로 높아졌다. 범위를 좁혀갈수록 집중 속도는 더 빨라져서 8년간 가액 비중 증가율은 수도권 3.7%, 서울 8.4%, 강남 3구 19.7%, 강남구 22.9%에 달했다.
각 자치단체의 실제 면적이 아니라 토지가액에 비례하도록 지도를 변형한 카토그램(Cartogram)을 보면 이 왜곡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이 지도의 64.7%를, 면적 0.6%인 서울이 지도의 33.2%를 집어삼키고 있다.
지도상 면적은 실제 토지 면적이 아닌 가액 비중을 의미한다.
토지 불평등과 지역 편중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토지는 국민 모두의 생산과 생활에 필수적인 기반이자 총량이 제한된 자산이다. 토지 소유가 일부에 집중될수록 대다수 국민의 토지 접근 기회는 줄어들고, 토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지대와 지가상승분 역시 소수에게 독점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토지가치의 일정 부분을 보유세 등 세제를 통해 사회에 환류하는 한편 개발토지를 공공이 지속적으로 보유·임대하는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도권과 강남으로 쏠리는 토지가치의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와 공공기능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고강도로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작성한 토지+자유리포트 29호 「2025년 토지 소유 불평등 현황」(2026년 9월 9일 발간)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보고서 전문은 다음 토지+자유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landliberty.or.kr/report/land-dist-2025/)
이진수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leejinsu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