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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왜 하필 지금 안규백일까?

왜 하필 지금 안규백일까?
[뉴스]
정책보다 인물을 전면에 세우고, 제도보다 논란을 키우는 전략은 때로 정책 논의 자체를 실종시킨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무엇을 말하느냐만큼 언제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는 종종 진실보다 타이밍이 먼저 의심받는다. 국민의힘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40여 년 전 방위병 복무를 다시 꺼내 든 것도 그런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병역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그것이 병역 기피든, 탈영이든, 특혜 의혹이든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당사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하물며 그 대상이 국방부 장관이라면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안규백 장관은 이미 1년 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당시에도 복무기간 논란은 제기됐고, 장관은 자신의 해명을 내놓았다. 물론 그 해명이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병적기록 공개 요구 역시 정치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40년 전 병역기록을 다시 전면에 세워 정권의 국방 수장을 흔드는 모습은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을 비롯한 군 교육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육군·해군·공군으로 분리된 장교 양성체계를 합동교육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학교 통폐합이 아니다. 장교를 길러내는 방식과 군의 조직문화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국방개혁의 일환이다. 여기에는 찬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해군과 공군의 전문성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지, 각 군의 특수성이 희석되지는 않는지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국방개혁은 속도보다 완성도가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마주한 질문도 있다. 왜 군은 특정 조직과 특정 인적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는가. 왜 군 내부의 폐쇄성은 반복해서 문제로 지적됐는가.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의 군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비상계엄은 단지 일부 지휘관의 일탈만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었다. 군의 권력이 어떻게 집중되고, 어떤 조직문화 속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사회 전체가 목격한 사건이었다. 그 이후 군 교육과 인사 시스템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관학교 개편은 전통을 허무는 작업이라기보다, 군이 미래전과 민주적 통제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볼 수도 있다. 개혁안의 완성도는 충분히 검증되어야 하지만,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금기처럼 취급할 이유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안규백 장관 개인에게 집중되는 정치적 공세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개혁의 내용보다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의 자격을 먼저 흔드는 방식은 우리 정치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정책보다 인물을 전면에 세우고, 제도보다 논란을 키우는 전략은 때로 정책 논의 자체를 실종시킨다. 물론 야당은 장관의 병역 이력은 그 자체로 엄격한 검증 대상이며, 국방개혁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할 것이다. 그 주장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는 의도보다 결과를 남긴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사관학교 개편의 장단점보다 탈영 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공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작 논의되어야 할 국방개혁의 방향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군은 어느 한 군종의 것도, 어느 한 사관학교의 것도 아니다. 더욱이 특정 인맥이나 조직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 군의 존재 이유는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시대가 변하면 군도 변해야 하고,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 장교를 길러내는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개혁은 언제나 불편하다. 기존 질서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관 한 사람의 과거를 둘러싼 정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이 어떤 조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사회적 토론이다. 그 토론이 사라질 때, 가장 큰 손실은 특정 정치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방의 미래가 될 것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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