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인은 있는데 청년은 왜 당에서 사라졌나 [사회혁신] • 지금의 민주당은, 청년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는 정당이다
• ❌ 아니다 (부정) 74% / ⭕ 그렇다 (긍정) 6%
• 지금의 민주당은, 청년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인가
• ❌ 아니다 (부정) 70% / ⭕ 그렇다 (긍정) 8%
• 지금의 민주당은, 청년의 삶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정당인가
• ❌ 아니다 (부정) 70%
• 지금의 민주당은,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바꾸는 정당인가
• ❌ 아니다 (부정) 69%
• 지금의 민주당은, 말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정당인가
• ❌ 아니다 (부정) 60% / ⭕ 그렇다 (긍정) 13%
정당이 청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청년 간담회를 열고, 청년정책을 발표하고, 지도부에 청년 정치인을 한 명 세우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과 정치인이 정말 청년의 목소리를 당의 의사결정에 전달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 청년 당원들의 삶과 정치적 권한이 실제로 달라지고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참석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5기 청년 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청년들의 상징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2.14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청년미래분과가 실시한 ‘청년 권리당원 온라인 인식 조사’는 이 질문에 상당히 불편한 답을 내놓았다. 7월 23일부터 8월 13일까지 진행된 이 조사에는 20·30대 권리당원 2380명이 참여했다.
‘지금의 민주당은 청년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는 정당인가’라는 질문에 74%가 부정적으로 답했고 긍정은 6%에 그쳤다. ‘청년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인가’에는 70%가 부정, 8%가 긍정이었다. ‘청년의 삶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가’에도 7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여기에 익명 제안만 5670건이 모였다.
물론 온라인 자발적 참여 방식의 조사이므로 민주당 전체 청년 당원의 의견을 통계적으로 대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외부 청년의 평가가 아니라 민주당이 직접 실시한 조사에서 자기 당의 20·30대 권리당원들이 내놓은 응답이라는 데 있다.
특히 질문의 내용이 특정 정책 하나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듣고 있는가’, ‘참여할 수 있는가’, ‘청년의 삶을 이해하는가’라는 정당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청년위원회가 있고 대학생위원회가 있으며 청년 정치인이 있다. 그런데 정작 청년 당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민주당에 청년 정치인이 몇 명 있느냐가 아니라, 청년 정치인이 존재하는데 왜 청년은 당 안에서 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4.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서는 6~7년 전 민주당이 청년정치를 이야기하던 시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당시 민주당의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청년 최고위원이었던 김해영 전 의원은 이미 청년정치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2019년 그는 당시 2030세대가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데도 국회에서는 그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며, 지역구에서 청년 정치인의 진출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비례대표를 통해서라도 2030세대가 상당한 비율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발전이 없으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쇄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해영이 던진 문제의식은 단순히 ‘청년 의원을 몇 명 만들 것인가’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2020년 청년정치에서 생물학적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 정신’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며, 기성의 질서와 사회 통념에 질문을 던지고 필요하다면 자신이 속한 조직을 향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청년정치를 강조했다.
바로 이 기준으로 오늘의 민주당 청년정치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청년정치인이 있다는 것과 청년정치가 살아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젊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갔다고 해서 정치가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 청년 최고위원이 한 명 있다고 해서 청년의 정치적 권한이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청년정치의 핵심은 나이가 아니라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에게 권한을 주며, 기존 질서에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청년이 들어온 뒤 실제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26년 민주당 청년 권리당원들의 답변은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청년 당원의 70%가 청년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을 키웠다는 사실과 청년 당원들이 정치적 주체로 성장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간극을 이해하려면 민주당 청년정치의 ‘경로’를 들여다봐야 한다. 민주당의 청년정치에는 오랫동안 하나의 익숙한 경로가 존재해 왔다. 총학생회장 → 대학생위원회 → 전국대학생위원장 → 청년위원회 → 전국청년위원장 → 당직 → 선거캠프 → 공천. 물론 모든 청년 정치인이 이 경로를 거쳤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이 경로를 거쳤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도 아니다.
문제는 이 경로가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청년 정치인의 자격을 증명하는 사실상의 주요 통로처럼 굳어질 때 발생한다.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고, 대학생위원장이 되고, 청년위원회로 올라가고, 청년위원장이 되고, 당직을 맡고, 선거캠프를 거쳐 공천을 받는 구조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정당 내부에서 만들어진 경력이 다시 정당 내부에서 다음 경력을 만들어내는 자기복제 구조가 형성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정당이 만든 경력이 다시 정당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격을 증명하는 구조가 과연 청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가. 전용기 의원의 정치 경로는 이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사례다. 전 의원은 2020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당시 28세의 전국대학생위원장으로 소개됐고, 중앙위원회 순위투표에서 비례대표 6번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이 공개한 당시 자료에도 그의 대표 경력은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으로 명시돼 있다. 이후 국회의원이 된 그는 전국청년위원장을 거쳤고, 2023년에는 청년 공천 확대와 청년의 실질적 정치 참여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31일 국회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검사 회유 의혹 추가 녹취 공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 의원은 이날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추가 녹취를 공개했다. 2026.3.31. 연합뉴스
이 말 자체는 지금도 유효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2026년 8월 민주당은 전용기 의원을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앞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한 명을 청년 최고위원으로 별도 선출하는 방안이 전준위에서 의결됐지만 최고위에서 부결됐고, 이후 지명직 최고위원 가운데 한 자리를 청년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이것은 전용기 의원 개인의 정치적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전국대학생위원장이라는 출발점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전국청년위원장을 거쳐 최고위원까지 올라온 정치적 경로가 과연 새로운 청년들에게도 열려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한 명의 청년 정치인이 그 사다리를 성공적으로 올라갔다는 것과 그 사다리 자체가 청년 전체에게 열려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청년의 주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인가. 청년이 당 안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청년 최고위원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 최고위원이 청년 당원의 요구를 실제 당의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청년위원회가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그 위원회의 의견이 정책과 공천, 예산과 조직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봐야 한다. 청년 간담회를 몇 번 열었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온 요구 중 몇 개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청년정치는 참여가 아니라 전시가 된다. 청년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청년을 ‘정치인’으로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청년은 대학생위원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 안에도 있지만 정당 밖에는 훨씬 더 많은 청년이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이 있고,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이 있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청년이 있으며, 연구실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쌓는 청년이 있다. 지역에서 부모의 가업을 이어가는 청년이 있고, 아이를 키우며 직장과 육아를 동시에 버티는 청년도 있다. 노동 현장에서 일한 청년, 시민사회에서 활동한 청년, 전문직으로 살아온 청년, 공공기관에서 정책을 집행해본 청년,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한 청년도 있다.
그런데 정치에 들어오기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당에서 무엇을 했느냐’가 된다면 정치의 문은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총학생회장 출신인지,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했는지, 청년위원회에서 직책을 맡았는지, 당직 경험이 있는지, 어느 캠프에서 활동했는지가 정치적 경력의 핵심이 된다면 사회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는 상대적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정당이 사회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정당 안에서 사람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된다.
이것이 청년정치의 경로의존성이다. 한 번 만들어진 경로가 다음 사람을 선발하는 기준이 되고, 그렇게 선발된 사람이 다시 다음 세대의 선발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당이 청년정치라고 인정한 사람’이 청년을 대표하게 될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이제는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한다. 정당에서 만든 이력을 전부 지우고 나면 그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가. 대학생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지워도 사회에서 쌓은 전문성이 있는가. 청년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빼도 실제로 해결한 사회문제가 있는가. 당직과 캠프 경력을 모두 내려놓아도 직업적 경험과 연구 성과, 지역사회 활동, 노동 경험, 조직 운영 경험으로 국민에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특정 청년 정치인을 깎아내리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필요한 질문이다. 청년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은 정당 내부에서 이미 활동해온 청년에게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뜻이 아니라, 정당 밖에서 살아온 청년에게도 정치의 문을 열자는 뜻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해영이 이야기했던 ‘청년 정신’도 결국 이 지점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정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에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잘못했을 때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영이 당시 민주당의 쇄신을 강조하면서 발전이 없으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오늘 민주당의 청년정치를 돌아보면서 물어야 한다. 청년 정치인들은 민주당의 기존 질서에 질문하고 있는가. 자신을 정치적으로 키워준 조직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청년 당원의 74%가 ‘청년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답했을 때 그 숫자를 정말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70%가 ‘청년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답했을 때 청년 정치인들은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년 정치인 개인의 충성도나 정치적 성향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권한을 얼마나 많은 청년의 권한으로 전환했는가다. 이것이 청년정치의 성과를 측정하는 훨씬 정확한 기준이다.
전용기 의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국대학생위원장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전국청년위원장을 거쳐 2026년 청년 몫 최고위원에 지명됐다. 그렇다면 이제 그에게 던질 질문은 ‘청년 최고위원이 될 자격이 있느냐’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당신이 올라온 그 길을 이제 다른 청년들에게 얼마나 넓혀놓았는가. 대학생위원장을 거치지 않은 청년도 들어올 수 있는가. 청년위원회 경력이 없는 청년도 정치적 기회를 얻을 수 있는가. 당직이나 캠프 경력이 없는 청년도 사회에서 쌓은 경험만으로 공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가. 그리고 청년을 위한 정치가 지금 민주당의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전용기 의원 한 사람에게만 던질 질문이 아니다. 민주당에서 청년을 대표한다는 이름으로 권한을 얻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청년정치가 특정 인물의 성공적인 정치 경력 코스로 굳어지는 순간 청년정치는 생명력을 잃는다. 대학생위원장, 청년위원장, 국회의원, 최고위원이라는 하나의 사다리가 있고 그 사다리를 올라간 사람들이 계속해서 청년 대표성을 독점한다면, 그 아래에 있는 청년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청년정치의 실종’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달라진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6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김대중정치학교 주최로 열린 청년리더십학교 워크숍 특강에 나서고 있다. 2026.6.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년이 정치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청년은 여전히 많다. 민주당의 권리당원 가운데에도 수많은 청년이 있고, 2380명이 이번 조사에 직접 응답했으며 5670건의 익명 제안을 남겼다. 사라진 것은 청년이 아니라 청년의 영향력이다. 청년의 목소리는 있는데 결정권이 없고, 청년의 문제는 있는데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청년 정치인은 있는데 청년 당원은 자신들이 대표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이것이 지금 민주당 청년정치가 직면한 가장 큰 모순이다.
그렇다면 답은 또 하나의 청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의 청년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청년 최고위원 한 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리의 이름이 아니다. 선출직이냐 지명직이냐만으로 청년정치의 성패를 판단할 수도 없다. 핵심은 그 자리가 실제 권한과 연결돼 있는가다. 청년 최고위원이 청년 당원의 의견을 최고위에 전달하고, 그 의견이 당의 정책과 조직 운영에 반영되고, 반영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다시 당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을 논의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미 민주당 청년미래분과 조사에는 수천 건의 목소리가 모였다. 그렇다면 이제 민주당은 그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무엇을 받아들였는가.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왜인가. 어떤 요구를 정책으로 만들 것인가. 언제까지 할 것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것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된다. 청년정치의 성패도 이제 청년 정치인의 숫자로 측정해서는 안 된다. 몇 명의 청년이 국회에 들어갔는지가 아니라 몇 명의 청년이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몇 개의 청년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바뀌었는지, 정치에 처음 들어오는 청년에게 새로운 경로가 열렸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이 올라온 사다리를 후배들에게 얼마나 열어주었는지를 봐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김해영이 말했던 ‘청년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묻는 방식일 것이다. 청년정치는 젊은 얼굴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기존 질서에 질문하는 정치다.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필요한 말을 하는 정치다. 당이 틀렸다면 당을 향해서도 틀렸다고 말하는 정치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자리를 다음 사람에게 열어주는 정치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청년정치가 회복해야 할 것은 청년 몫 한 자리가 아니다. 청년이 말할 수 있는 권리,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다. 74%, 70%, 70%라는 숫자는 청년이 민주당을 싫어한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아직 당 안에 있는 청년들이 민주당을 향해 보내는 질문이다. ‘우리 말을 듣고 있는가.’ ‘우리에게 결정할 권한을 주고 있는가.’ ‘우리 삶을 알고 있는가.’ 정당은 자신에게 박수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들을 때 변화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변화한다.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과 박성민 전 최고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을 촉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5.12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서 지금 민주당의 청년정치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청년 정치인을 한 명 더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이 만들어온 청년정치의 경로부터 의심하는 것이다. 총학생회장 출신이 아니어도, 대학생위원장 출신이 아니어도, 청년위원장 출신이 아니어도, 당직 경력이 없어도, 선거캠프 경력이 없어도 사회에서 살아온 경험을 가지고 정치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한 청년에게도, 일해본 청년에게도, 창업한 청년에게도, 실패해본 청년에게도, 지역에서 살아온 청년에게도, 정당 밖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해온 청년에게도 정치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이 사회를 닮는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은 점점 자기 자신을 닮게 된다. 그리고 그때 청년정치는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가 아니라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는 기성정치가 된다. 김해영이 과거 말했던 ‘청년 정신’의 의미를 지금 다시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이란 나이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용기이고,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라면, 지금 민주당 청년정치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청년정치의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부터 진짜 청년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청년정치인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청년에게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에게 권한을 주는 것,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청년이 스스로 대표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이 민주당 청년정치가 지금 회복해야 할 본래의 의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청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청년정치라는 이름만 남은 것이다.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