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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경제 침체·연료 배급제…전쟁 승패 떠나 러시아는 몰락 중

경제 침체·연료 배급제…전쟁 승패 떠나 러시아는 몰락 중
[뉴스]
우크라이나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건물을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2026.5.17.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년 6개월이 지났다. 3일 안에 키이우 점령 이라는 계획으로 시작된 이 특수군사작전 은 이미 제1차 세계 대전과 독소전쟁의 기간을 넘어섰으며 20세기 이후 러시아 역사상 독소전쟁 다음으로 가장 참혹한 전쟁이 되어버렸다. 이 전쟁은 러시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정치, 경제, 사회, 금융 등 그 어느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이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러시아의 현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 가속화 및 시스템 붕괴 러시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쟁 초기에 러시아 경제는 붐을 이루었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에는 서방의 경제제재 충격으로 -1.2%의 역성장을 기록했으나 그 이후에는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였다. 경제 성장률은 2023년 3.6%, 2024년 4.1%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군사 물자의 과도한 생산으로 인한 일시적인 착시현상일 뿐, 실제 성장은 그리 크지 않다고 경고해 왔다. 2025년 성장률은 1%에 그쳤고 2026년에는 이미 마이너스 영역으로 돌아서 러시아 경제는 통제 불능의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주식 시장은 극소수의 금속 산업 관련 주식에 의해서만 겨우 유지되고 있을 뿐, 전반적인 시장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경제 시스템 붕괴 위협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의 자랑이자 경제의 기둥으로 여겨지는 국가 최대 기업 가스프롬 의 주가는 전쟁 발발 몇 개월 전인 2021년 10월 398루블(당시 환율 기준 약 6700원)에서 2026년 7월 현재 83루블(약 1400원)로 폭락했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무려 80%에 달하는 하락폭이다. 기록적인 재정 적자와 경제 제재 압박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군비 지출과 석유 수출 수익 감소로 인해 2025년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는 5.6조 루블(약 106조 원)에 달했다. 2026년 전망치는 약 7조 루블 (약 132조 원)로 예상된다. 순수 금액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치다. GDP 대비 비율로 따져도 2025년에는 전체 국가 GDP의 2.6%, 2026년에는 3.2%에 달할 전망이다. 이 수치 자체만으로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달리 현재 러시아는 전 세계로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서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역 역시 크게 제한되어 있고 석유와 가스의 해외 수출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앞으로 호재로 작용할 만한 요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GDP의 3.2%라는 수치는 경제에 훨씬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모스크바 본부 청사 옥상에 국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 불안과 은행 위기 고조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부분 역시 매우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부실 대출 비율이 4%까지 치솟은 가운데 은행권에서 기록적인 현금 유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루블화의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전문가들은 2026년 하반기 무렵 시스템적인 은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 부자들의 머니는 자국을 피해 안전한 유럽이나 중동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기준금리가 14.25%에 달하는 상황에서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리 없다. 대출이나 투자는 마비 상태와 다름 없다.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중앙은행 총재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금리를 낮출 경우 인플레이션이 급속도로 치솟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탓에 인플레이션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실정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따른 심각한 연료 위기 지금 당장 연료 위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6월 휘발유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급감했으며 전국 3분의 2 이상의 지역에서 심각한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6월부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석유 및 에너지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내에 연산 1만 배럴 규모의 정유 시설은 총 10곳이다. 2026년 7월 기준, 이 10곳 모두 드론 공격을 받아 운영이 전면 중단되거나 생산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보다 규모가 작은 연산 1000~1만 배럴 규모의 시설은 총 23곳이 있는데 그중 14곳 역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강대국인 러시아가 현재 인도와 중국에서 정유를 수입하게 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정유 시설들의 가동 중단으로 수많은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연료 배급 제한 조치가 시행되었다. 차량에 주유를 하기 위해 24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시민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거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물론 이러한 피해가 당장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피해 복구와 수리에만 급급한 현 상황에서는 지속적이고 안전한 경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정유 시설 공격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쥬유소 앞에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2026.7.9. [EPA=연합뉴스] 사회적 불안과 스트레스 2026년 상반기에만 약 194회의 드론 공격이 보고되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배나 증가한 수치로 전국적인 연료 위기를 촉발한 외에도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핵심 원인이 되었다. 원래 타깃은 정유 시설이었을지 몰라도 드론의 오작동이나 러시아 방공망에 요격되어 추락한 파편으로 인해 아파트 단지 등 민간 시설의 피해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금전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극심한 심리적 불안감을 주고 있다. 드론 공격으로 인해 거의 매일 발생하는 공항 운영 중단, 통신 통제, 인터넷 블랙아웃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하늘을 두려운 눈으로 보게 되는 초조함이 넘치는 사회를 과연 안전하고 잘 사는 사회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극심한 인력난과 기형적 고용 시장 공식 실업률은 2025년에 2.2%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경제적 번영이 아닌 심각한 노동력 고갈을 의미한다. 한창 노동을 제공하고 경제에 기여해야 할 젊은 세대는 전쟁터로 끌려가거나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게다가 2026년부터는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러시아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90년대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의 노동자가 무급 휴직이나 단축 근무, 임금 체불 등 숨겨진 실업 상태에 놓여 있어 실물 경제의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 퇴보 및 IT 산업의 몰락 2010년대에 러시아가 IT 강국으로 발전한 것은 많은 러시아 국민들의 자랑거리였다. 타국보다 일찍 도입한 무선 결제 시스템, 페이스페이 (얼굴 인식 결제), 드론 및 로봇 음식 배달 등 일상 속 첨단 기술은 모스크바를 찾는 관광객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26년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속적인 경제 제재와 핵심 인재 유출로 인해 IT 시장의 성장률은 기존 20%에서 3~4% 수준으로 급락했다. 최근 11개월 동안에만 약 630개의 IT 기업이 파산했으며 이중 용도 장비 및 소프트웨어 수입 금지로 인해 산업 고도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해외 SNS 사용 금지, AI 개발 지연 및 해외 AI 서비스 접속 차단, 지속적인 통신망 교란 및 모바일 인터넷 차단 등이 전체 시장을 위축시켰다. 한때 이 분야의 선두 주자였던 Yandex 는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를 떠났고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민길에 올라 외국에 정착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서비스의 질은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사회의 급진적 변화와 대규모 두뇌 유출 러시아 사회는 극도로 군사화 되고 양극화 되었다. 무엇보다 수십만 명의 고학력 전문 인력이 징집과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Brain Drain)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 및 사회 기반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군사화가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역사 교과서가 현 정부의 입맛에 맞게 수정되었고 일반 과목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체제 선전 성격의 과목(예: 조국 지키기 , 러시아 종교 입문 , 드론 운영 기술 등)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026년 오스카상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Mr. Nobody against Putin(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 은 이러한 현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 반대의 목소리를 중범죄 취급하는 절대주의 국가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 러시아는 개전 이후 정치 시스템이 어떠한 반대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절대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반정부 정치인, 활동가, 독립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자행되었으며 군대에 대한 가짜 뉴스 유포 및 명예 훼손 처벌법을 통해 반전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 자체가 중범죄로 취급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금지된 언론 매체를 보았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사건이 나날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처벌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전쟁이나 정치 관련 주제는 금지어가 되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엮이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지만 러시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과정은 불가역적인 상태로 고착화될 위험이 분명하다. 전선에서 무력으로 누가 승리하느냐가 더 이상 무의미해진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 abnormal.ily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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