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정당으로 추락하는 민주당 [뉴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가 유행이지만, 국민은 호랑이이고 정치인은 사육사라는 말도 있다. 사육사가 아무리 잘 해도 한번 못하면 호랑이는 사육사를 물어버린다. 그러니 국민이 호랑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충고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종필(JP) 전 총리가 사석에서 즐겨 했던 얘기다. 그의 화법을 듣노라면 솔직히 불쾌한 기분이 든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떠받들기보다 조련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섬겨야 하는 하늘이 아니다. 그저 우리 속에서 사육하는 애완용 동물에 불과하다. 호랑이가 거칠어지지 않도록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며 길만 잘 들이면 그만이다.
호랑이를 길들이려 드는 민주당 당권 세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바로 그런 사육사 같은 정치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20일 당 대표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의 본질”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었다. 그러나 그는 3일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조사 결과 3자 비밀연합의 증거는 없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7월~8월 전당대회에서 했던 ‘반·분·신’ 주장이 증거 없는 흑색선전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종교의 정치 개입을 없애기 위한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신천지 정치 개입이 없었다면서 무슨 제도 개선을 한다는 거지? 그저 당 대표의 눈물어린 사과라는 고깃덩어리에 침묵하기를 바라는 건가? 그 어디서도 호랑이를 무서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 대표 후보가 8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6.8.8
국민은 애완용 호랑이가 아니다. 우습게 봐도 되는 미생이 아니다. 12.3 내란 당시 여의도와 광화문, 한남동, 남태령으로 몰려갔던 호랑이들의 포효를 잊었는가?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다. 진실과 상식이 존중받고 정의가 넘치는 나라다. 민주당이 그런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당권을 잡기 위해 허위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거짓말을 일삼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김 대표는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않는다. 설마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문제는 죄송하다는 말 몇 마디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당법 52조 2항은 당대표 경선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희대와 보수언론 앞세운 내란세력의 대반격
정당법보다 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율을 보자. 김 대표는 당 대표가 되면 100일 안에 민주당 지지율을 10%포인트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직전 41.9%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뒤처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시원시원하게 개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 의석 수는 161석이다. 과반수를 넘어 역대 민주 정부 중 최대 의석을 갖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 민생 개혁은 물론 사법개혁과 언론개혁, 정치개혁 등 뭐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국가보안법 독소 조항 삭제도 과반수 의석이면 가능하다. 시급히 처리해야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 밤을 세워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집단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은커녕 국정조사마저 연기했다. 오로지 갈라치기 내부 정치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다.
집권 여당이 어영부영하는 사이 내란세력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와 보수언론이 선봉에 섰다.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은 항소심에서 무려 16년이나 감형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시장은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내란 당시 ‘햄버거 회동’에 참석하고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군 간부 8명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2026.10.23. 연합뉴스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건 내란청산과 개혁
대한민국호가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김민석의 민주당은 팔짱만 낀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을까? 왜 민주당을 식물정당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내년에 행사할 공천권에 눈이 멀어 머뭇머뭇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
‘3자 비밀연합’이 없었다면 김민석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순리다. 반대로 비밀연합이 있었다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국민 앞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제3의 길은 없다. 여기에 복잡한 정치이론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과 국민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내란청산과 개혁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환골탈태하고 새 출발하기를 원한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좋은 돌파구일 수 있다. 국민은 집권 여당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자신을 사육사라고 생각하며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동물원 호랑이들도 화가 나면 아예 우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 kk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