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순자산 급증…올 1분기 실질소득은 대부분 하락 [뉴스]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순자산이 9%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주체가 보유한 전체 순자산은 2.2%상승에 그쳤는데, 코스피 급등에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 지분 가격, 즉 대외부채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부동산과 자산 등 자산가격 급등의 이면에는 실질소득 감소라는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1분기 도시 가구 실질소득은 상위 20%를 제외하곤 전부 감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비영리단체 순자산 4년만에 최대폭 증가…가구당 6억 3427만원
한은과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인당 가계 순자산은 2억 7475만원으로 추정됐다. 2024년 말(2억 5184만원)보다 9.1% 증가했다.
이는 전년 증가폭(+3.0%)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에서는 가계 부문만을 따로 추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추정액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전체 순자산(1경 4200조원)을 추계 인구(약 5168만명)으로 나눈 값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순자산은 2024년 말(1경 3000조원)보다 1167조원(9.0%) 증가했다.
역시 전년 증가폭(+3.1%)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2021년(+14.5%)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은 2022년 통계 편제 이래 처음으로 감소(-1.3%)한 뒤 2023년 증가로 돌아섰다. 증가폭도 2023년 +1.8%, 2024년 +3.1% 등으로 확대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규모 및 증가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주식과 주택이 쌍끌이로 순자산 밀어올려
자산 종류별로는 순금융자산이 3767조원으로 1년 사이에 674조원(21.8%)이 증가했다. 이는 2009년 26.5% 증가한 이후 14년 만에 최대폭 증가다.
비금융자산(1경 434조원)도 494조원(+5.0%) 불었다.
이 중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525조원 증가했다. 전년 14조원 감소에서 올해 큰 폭 증가로 돌아섰다.
코스피가 22일 7,000선을 재탈환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4.14포인트(4.51%) 오른 7,052.09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6.7.22, 연합뉴스
주택도 전년 말보다 534조원 늘었으며 현금·예금도 152조원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구성 비중을 보면 ▲ 주택 50.4% ▲ 주택 이외 비금융자산 23.0% ▲ 현금·예금 18.9% ▲ 보험·연금 등 기타 13.3% ▲ 지분증권·투자펀드 11.5% 등이다.
주식 등 금융자산이 비금융자산보다 더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순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2024년 말 74.6%에서 작년 말 71.9%로 떨어졌다.
남민호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 B/S팀장은 2024년에는 가계 주식 등 지분증권·투자펀드가 감소했지만 작년에는 코스피와 해외 증시가 호황을 이어가면서 자산이 증가했다”면서 주택 가격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시장환율(2025년 중 1422원/달러)로 환산한 1인당 가계 순자산은 19만 3000달러다.
주요 선진국(2024년 말 기준)과 비교했을 때 미국(51만 4000달러), 호주(42만 2000달러), 캐나다(29만 7000달러) 등보다는 낮고 일본(17만 2000달러)은 소폭 상회했다.
가구당 가계순자산은 6억 3427만원으로 전년(5억 8761만원)보다 7.9% 증가했다.
이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을 추계가구(약 2239만가구)로 나눠 산출한 값이다.
시장환율로 환산한 가구당 가계 순자산은 44만 6000달러로, 마찬가지로 미국·호주 등보다는 낮고 일본(39만 2000달러)은 소폭 상회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항목별 증감 등, 자료 : 한국은행
국민순자산은 2.2% 증가에 머물러…순금융자산 5년 만에 감소 전환
가계 및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금융·비금융법인, 일반정부의 순자산을 모두 더한 ‘국민순자산’은 작년 말 2경 4561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531조원(2.2%) 증가했다.
전년도에 1142조원(5.0%)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비금융자산(2경 3291조원)이 3.8% 증가했지만, 순금융자산(1271조원)이 전년 말보다 326조원(20.4%) 감소하면서 증가폭이 둔화했다.
순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으로, 국민순자산 중 순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은 2020년(-11.6%)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비거주자가 보유한 국내주식(대외금융부채)이 증가한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국민순자산 증가분을 요인별로 분석한 결과 자산 취득 등 거래 요인으로 319조원, 자산 가격 등락 등 거래 외 요인으로 212조원 증가했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 증가로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172조원)를 중심으로 금융자산 순취득이 160조원 늘었다.
거래 외 요인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비금융자산 명목보유손익이 610조원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보유 국내 주식 등 대외금융부채의 원화표시 가격이 크게 늘면서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505조원)를 중심으로 금융자산(-486조원)이 감소했다.
최필근 국가데이터처 소득통계과장은 2024년 미국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순금융자산이 53.8%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지난해 순금융자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6월 말까지로 봤을 땐 국내 주식 상승률이 해외를 상회해 이러한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해도 순금융자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 자료 : 한국은행
한편 작년 말 전체 국민순자산 중 부동산 자산은 1경 7836조원으로, 전년보다 709조원(4.1%) 증가했다. 부동산이 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6.3%에서 76.6%로 0.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주택시가총액은 7710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571조원(8.0%) 증가했다. 2021년(+18.3%)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택시가총액은 2022년(-4.0%)과 2023년(-1.3%) 2년 연속 감소하다가 2024년(+3.9%) 증가로 돌아선 뒤 지난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주택시가총액 증가율 중 수도권의 기여도는 7.4%p로 대부분(92.8%)을 차지했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분기 소득 1∼4분위 일제히 마이너스 기록해
한편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를 제외한 모든 도시 가구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는 근로·사업소득 부진에도 이전소득 증가로 실질소득이 늘었고, 하위 20%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전소득마저 줄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속에 근로·사업소득과 이전소득 흐름이 계층별로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별 도시 가구당 가계수지 분석 결과, 1∼4분위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작년 동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1∼4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2023년 2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당시에는 상위 20%인 5분위 실질소득도 함께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5분위 소득만 증가했다는 점이 차이난다.
계층별로는 4분위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 폭이 2.3%(-13만 585원)로 가장 컸다. 이어 2분위(-1.7%·-4만 3173원), 3분위(-1.5%·-5만 8601원), 1분위(-1.3%·-1만 3573원) 순으로 감소했다.
반면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1.6%(16만 3368원) 증가했다. 1∼4분위 가구 소득이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5분위만 증가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소득 5분위별 월평균 실질소득 증감액, 자료 : 국가데이터처
세부 소득 항목을 보면 계층별 차이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서 두드러졌다.
1분위(-8.2%·-2만 1443원), 4분위(-7.3%·-28만 8020원), 2분위(-6.8%·-9만 5150원) 등에서 근로소득 감소 폭이 컸다. 3분위는 근로소득이 0.3%(7385원) 늘었지만, 사업소득이 12.5%(-9만 181원) 감소했다.
5분위 역시 근로·사업소득 흐름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근로소득은 0.8%(5만 9239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각각 6.3%(-10만 33원), 11.8%(-1만 5730원) 감소했다.
대신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다.
1분기 5분위 이전소득은 월평균 112만 2065원으로 작년 동분기보다 24.6%(22만 1757원) 증가했다.
연금·수당 등 공적이전소득(73만 4384원)이 9.4%(6만 3351원) 늘었고, 용돈·부양비 등 사적이전소득(38만 7681원)은 69.1%(15만 8406원) 증가했다. 설 명절 등 계절적 요인과 가구 간 사적 이전 규모 증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취약계층인 1분위는 이전소득마저 감소했다. 1분위 가구는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63.6%(65만 3610원)로 다른 계층보다 의존도가 높다.
1분위 사적이전소득은 4.3%(8061원) 증가했지만, 공적이전소득이 3.2%(-1만 5204원) 줄면서 전체 이전소득은 1.1%(-7143원) 감소했다.
주식과 부동산 폭등으로 가구 순자산이 폭증한 이면에는 거의 전 가구에 걸친 실질소득의 감소라는 암종이 자라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폭등이 양극화를 치명적으로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실질소득의 감소 소식은 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소득 격차 (PG), [장현경.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