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무죄…롯데리아 회동·국회 병력투입 군인 싹 무죄 [사회혁신]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왼쪽), 방정환 전 국방혁신기획관(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12·3 불법계엄 당시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계획을 논의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준장) 등 군인 8명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2부(부장판사 정수영·최영각·장성진)는 30일 내란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 이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이 비상계엄 선포 약 6시간 전 경기 안산시 롯데리아 매장에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만나 계엄을 모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관련 임무를 받았다는 게 특검팀의 주장이다. 또한 특검팀은 이들이 비상계엄 선포 후 정보사령부 산하 여단으로 이동해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내려오는 각종 지시와 보고를 들었기 때문에 상황의 위법성을 인식했다고 봤다. 계엄 해제 이후까지 제2수사단과 관련한 인사명령을 기다린 점도 내란에 가담한 주요한 근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에 대해 롯데리아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합동수사본부 단장과 부단장을 맡게 되고 임무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들었다 면서도 갑작스러운 단장, 부단장 임명 내정과 임무 하달로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던 걸로 보인다 고 판단했다. 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정보사 산하 모 여단으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계엄 이후 선관위 조사가 예정됐다는 등 이유만으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이동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정보사 요원들 소집 임무 부여, 준비 과정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바 없고 실제로 정보사 소집 병력들도 피고인들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는 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않았다 면서 명목상 단장, 부단장에 불과하고 세부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 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장성급 군 지휘관들이 현역 군인도 아닌 민간인 전직 정보사령관을 만나 대략적인 임무 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상원 전 군군정보사령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이들에게 임무를 전한 노 전 정보사령관은 12·3내란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로 군 복무 시절 인연이 있을뿐 아니라, 계엄 전 수차례 국방부 장관 공관을 드나들었던 인물이다. 정치인·언론인 등 500명 수거 대상으로 적시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 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가 적은 수첩은 법원에서 증거 능력까지 인정됐다.
또한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1심 법원은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함께 부정선거 수사 등에 관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민간인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정보사 인원 등 다수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입혔다 고 판시한 바 있다. 주도면밀하게 불법 계엄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전직 장성 출신 민간인을 만나서 현역 장성급 장교들이 임무 까지 듣고, 정보사 산하 여단에 모였음에도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몰랐다고 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검팀 관계자가 선고 결과를 두고 이 사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평균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는 헌법재판소 및 다른 관련 사건 재판부의 일관된 판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 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상황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설령 계엄 계획의 위헌·위법성을 사전에 몰랐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위배되는 부당한 임무를 따르는 데 대해 면책이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 특검팀 관계자는 임무 수명(受命) 당시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해도, 이후 이런 인식이 생겼음에도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것 이라며 재판부는 지시를 받을 당시만을 기준으로 좁게 판단했다 고 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불법계엄 선포 당일 병력을 국회, 선관위, 여론조사꽃 등에 투입한 혐의로 기소된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 김정근 전 특전사 3공수여단장, 안무성 전 9공수여단장, 김상용 전 국방부조사본부 차장,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 김세운 전 특수작전항공단장 등에 대해서도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계엄을 사전 인지하지 못했고, 위헌·위법성과 관련해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이들에 대한 무죄 선고 역시 마찬가지다. 12·3내란 당일 일반인도 헌법기관 점거에 맞섰던 사안에 대해, 무장 병력을 이끈 군 지휘관들이 상부의 명령을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태에서 얼마든지 같은 이유로 빠져나가는 나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정질서 파괴 행위에 가담해도 명령대로만 한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면죄부를 법원이 만들어주는 게 맞냐는 지적이다.
김현태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이끄는 계엄군 병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 본관 안에 들어와 국회의원 보좌진 등과 대치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대변인은 햄버거 가게에 모여 선관위 장악을 위한 조직을 논의한 장성들이 그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며 계엄 비선과 수사단 조직을 모의한 정황이 분명한데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의 판단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고 했다. 그는 상부 명령 복종을 내세워 내란 실행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궤변 이라며 국민이 목격한 국회 침탈과 선관위 점거의 책임을 지워버린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고 했다.
진보당 노혜령 대변인도 법원은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사법적 책무를 망각한 것이냐 면서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정의로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계엄 선포 직전 수사조직 구성을 논의하고 헌법기관에 군 병력을 투입한 군 지휘관들은 불법성을 몰랐다는 법원의 판단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느냐 고 따졌다.
노 대변인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불법 계엄 실행에 관여한 군 지휘관들에게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다는 변명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며 군인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에 가담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면죄부를 준다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것 이라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그날 밤 평범한 시민들은 티브이(TV) 뉴스를 접하자마자 국회로 달려가 몸을 던졌거늘, 온 국민이 헌정 붕괴를 직감하고 분노한 명백한 위헌적 상황을 군의 최고 지휘관들이 몰랐다는 것이 과연 법원의 상식적인 결론인가 라고 물었다. 이어 내란은 단독범으로 성립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우두머리가 그림을 그리면 가담자들이 조각을 나눠 맡는다 며 자기가 맡은 파편적 임무 외에는 전체 음모를 몰랐다 는 핑계로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면, 앞으로 내란죄로 단죄할 수 있는 자는 정점의 몇몇 우두머리 외에 누구도 남지 않게 된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조희대 사법부 가 차근차근 그려가고 있는 밑그림의 실체 라며, 항소심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형량이 징역 23년에서 15년으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형량이 25년에서 9년으로 각각 줄어든 데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조희대 사법부 가 사법 정치 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며 집권 민주당은 여기에 끌려가기만 할 것인가 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260만원대 로저비비에 가방을 선물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30. 연합뉴스
한편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에게 당대표 선거 지원 대가로 명품 가방을 선물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게도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에게 무죄를, 배우자 ㄱ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우자 ㄱ 씨가 2023년 3월 8일 이뤄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의원을 지원해준 대가로 같은 달 17일 김건희 씨에게 267만 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ㄱ 씨가 여당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와 관련해 그 배우자인 김건희에게 가방을 제공했다 며 청탁금지법 위반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의례적 선물에 불과했다는 ㄱ 씨 측 주장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ㄱ 씨가 남편의 관여 없이 직접 직원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며, 김 의원의 공모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배우자가 김 씨에게 가방을 전달했다고 인정했음에도 김 의원의 공모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기현이 김건희에게 클러치백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경우의 수를 추론할 수 있지만, 공모나 전달 사실을 직접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고 관련자 진술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당 대표 선거 지원의 대가로 건넨 선물이라면 그 이익을 누린 사람은 김 의원 본인 이라며 배우자가 남편과 아무런 상의 없이 혼자 판단해 영부인에게 명품 가방을 건넸다는 판단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고 질타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최근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국민적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각종 인사·이권 청탁과 함께 고가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는 1심 징역 7년에서 2심 징역 5년으로 감형됐고, 상고심 선고는 미뤄지고 있다. 이번 판결이 김건희 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며 특검은 즉각 항소해 김 의원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고 했다.
특검팀은 선고 결과가 나온 직후 즉각 반발했다. 김한수 특검보는 배우자가 당 대표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당 대표 명의로 대통령 부인에게 명품을 선물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이를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 이라며 항소심을 통해 바로잡을 것 이라고 밝혔다.
법정 출석한 김건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의원은 선고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법원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며 부정한 청탁을 한 적도 없고, 할 까닭도 없다 고 밝혔다. 그는 아내는 벌금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가 여러 활동을 할 때 남편과 의논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리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고 덧붙였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