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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갈라파고스화 일본 상기시킨 나고야 아시안게임

갈라파고스화 일본 상기시킨 나고야 아시안게임
[뉴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으로 분장한 나고야 전통 사무라이 공연단 단원들이 15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항에 도착한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 앞에서 열린 환영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5. AFP 연합뉴스 인지전이나 내러티브전(Narrative Warfare, 서사[이야기] 전쟁)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역사문제는 정치문제로 직결된다. (역사문제는) 2국간 관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제3국에 이용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역사적 지식을 망라할 수는(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에 관여하는 사람은 ‘히데요시는 조선반도와의 관계에서는 신중히 다뤄야 할 인물’이라는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근현대사 연구자인 일본의 평론가 쓰지타 마사노리가 18일 아사히신문 기사 뒤에 붙인 논평에서 지적한 말이다. 히데요시는 1592년에 조선을 침략해 7년간 이 땅을 도륙하고 동아시아 전체를 전란으로 몰고 간 바로 그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그런 사람을 19일 일본 아이치・나고야에서 시작되는 ‘2026 아시안게임’의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15일 선수촌으로 쓰일 대형 크루즈선의 나고야항 가네조 부두 입항에 맞춰 주최한 대회 기념 식전 환영행사에 등장시켰다. ‘나고야 오모테나시(환영) 무장대’의 아이치・나고야 지역을 빛낸 역사적 영웅 3걸로 등장한 인물은 히데요시 외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 그들 모두 현청 소재지가 나고야인 아이치 현 출신들이다. 유러피언 게임에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한다면 독일에서 열린 올림픽경기나 범유럽 경기대회인 유러피언 게임(European Games) 때 대회 조직위원회가 각국 선수들 환영 식전행사에 독일을 빛낸 역사적 영웅으로 아돌프 히틀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항복을 앞당긴 히로시마 원폭 투하의 주인공들과 원폭을 싣고 간 에놀라 게이를 미국 주최 올림픽게임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수단 환영 공식 식전행사 때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전시하면 일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26 아시안게임의 나고야 메인 스타디움. 마이니치신문 9월 18일 대회조직위 지역문화 소개의 일환일 뿐 히데요시를 아시안게임 공식 환영행사에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을 유러피언 게임 공식 환영행사에 히틀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 또는 미국 주최 올림픽경기 환영행사 때 원폭 투하 주인공들과 에놀라 게이를 내세우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화를 내거나 지나치다고 주장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양자 사이에 무슨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게다가 ‘임진왜란’은 쌍방이 힘을 겨룬 ‘전쟁’이 아니라 일본의 일방적인 침략 수탈 전쟁이었다. 일본은 그 400년 뒤에도 똑같은 짓을 했다. 그들의 식민지배 후유증으로 한반도는 아직도 분단당한 채 동족끼리 대치하고 있다. 그 황당한 퍼포먼스가 진행된 환영행사장에는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인 오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 현 지사 등도 참석했다. 일본은 자국의 조선 및 중국 등 동아시아 침략은 히틀러의 유럽과 러시아 침략이나 미국의 원폭 투하 만행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라고 착각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려 애쓰고 있는 듯하다. 2022년 8월 암살된 아베 신조 전 총리 같은 극우인사들은 심지어 일본의 침략을 서구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아시아민족개방전쟁이나 무지한 아시아를 근대화로 이끈 선행 내지 희생적인 자비행으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게 일본의 문제 말썽이 나자 아이치・나고야 대회 조직위원회는 히데요시가 지역문화 소개의 일환으로 출연”한 것이라며 역사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선수들이) 참가한 만큼 (그 행사를) 다양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국제대회에 걸맞은 프로그램이 실시되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히데요시를 한국, 중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안게임 환영행사 주인공을 등장시킨 대회 조직위원회의 역사에 대한 무지나 무감각을 평론가 쓰지타 마사노리는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일본의 진짜 문제는 그것이 왜 문제인지조차 모른다는 데에 있다. 히데요시를 국제대회 환영행사장에 지역문화 소개 행사의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것이 뭐가 문제냐는 투의 대회 조직위원회 공식 논평이 그것을 말해 준다. 조직위의 논평은 ‘역사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 아닌 순수 지역 전통행사고 별것도 아닌데, 그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들도 있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조심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일본 역사인식의 ‘갈라파고스화’라고 할까. 매우 이질적이다. 한국 선수들도 참가하는 대회의 그런 행사에 히데요시를 내세울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한 쓰지타 평론가의 논평도 그런 일은 국가간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히데요시나 그를 영웅화해서 지역관광 인기상품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인식 자체를 문제삼진 않았다. 일본의 문제는 그것이 문제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데에 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회 조직위 논평은 그런 것을 문제삼는 쪽이 문제라는 전도된 인식 내지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부도칸 홀에서 열린 일본 패전 날 행사에서 전몰자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다. 2026. 8. 15 연합뉴스 전쟁범죄 공감대가 없고 견제세력도 없다 독일이 유러피언 게임 선수단 환영행사에 아돌프 히틀러를 내세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히틀러와 나치독일의 전쟁범죄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나라 안팎에 형성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히틀러와 그의 광기를 영웅시하거나 지역 관광 인기상품으로 등장시키는 걸 용납하지 않는 유럽 역내의 강력한 견제도 존재한다. 미국도 원폭 투하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일본이 히데요시를 국제대회의 환영행사 인기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그런 인식과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고, 주변에 그것을 제대로 문제삼고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견제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히려 그런 일본을 옹호하고 대일 견제세력의 등장을 견제해 왔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2차 세계대전,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 80년이 지나도록 전후 처리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역내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동아시아의 뒤틀린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는 무엇보다 일본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제 사람들은 일본의 재무장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를 걱정하고 있다. 쓰지타 마사노리 평론가는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만주사변이나 일ㆍ중전쟁의 발단이 된 날, 난징사건과 관련된 날 등은 조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제 관동군이 중국대륙 침략을 위해 날조한 사건들을 구실 삼아 자행한 만주침략(‘만주사변’)과 중국본토 침략(‘일ㆍ중전쟁’), 난징 대학살이 시작된 날들에 조심하는 것만큼이라도 한국(조선) 침략과 관련된 날이나 사건들에 신경 좀 쓰라는 얘기일까. 그러면서 그는 논평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참고로 오늘 9월 18일은 만주사변이 발발한 날입니다. 여러분은 의식하고(알고) 있었나요?”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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