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에도 매운 맛이 있어요, 된서리 [뉴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어제는 가을에 처음 내리는 여리고 묽은 서리인 ‘무서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서리가 내리는 모습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오늘은 무서리와는 달리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 ‘된서리’를 만나 보겠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된서리
‘된서리’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된장’이나 ‘된밥’에 들어 있는 ‘된’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그 뜻을 어림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오늘의 낱말은 ‘된서리’입니다.
‘된-’은 어떤 뜻을 더할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된서리’를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라고 풀이합니다. 여기서 ‘되게’는 서리가 아주 심하게 내린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제 살펴본 ‘무서리’가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라면, ‘된서리’는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입니다.
‘된-’은 ‘되다’에서 온 말입니다. ‘되다’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반죽이나 밥 따위에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는 뜻, 줄 따위가 단단하고 팽팽하다는 뜻, 일이 힘에 벅차다는 뜻, 몹시 심하거나 모질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처럼 ‘된-’은 뒤에 오는 말에 따라 여러 느낌을 더해 줍니다.
‘된장’은 물기가 적고 되직한 장을 가리키고, ‘된밥’은 물기가 적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말합니다. ‘된더위’는 몹시 심한 더위이지요. 이렇게 여러 낱말을 살펴보면 ‘된-’이 어떤 느낌을 더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서리에서 사람살이로 넓어진 말
‘된서리’는 날씨를 나타낼 때만 쓰이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모두 모진 재앙이나 타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도 함께 풀이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아주 심하게 내리는 서리의 모습이 사람이나 일에 닥치는 큰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잘못을 저지르던 관리들이 큰 벌을 받았을 때 부정을 일삼던 관리들에게 된서리가 내렸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크게 바뀌어 한쪽이 큰 타격을 입었을 때도 디지털화의 된서리를 맞고 필름 카메라가 점차 사라져 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된서리를 맞다’ 또는 ‘된서리가 내리다’라고 하면 단순히 어려움이 생겼다는 뜻을 넘어, 피하기 어려울 만큼 큰 타격이나 매서운 일을 겪었다는 느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된서리’에는 매서운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말에는 자연의 모습을 빌려 사람살이를 나타내는 말이 적지 않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세차게 내리는 모습을 사람이나 일에 닥친 어려움에 빗대기도 합니다. ‘된서리’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리가 식물에 내리면 여린 잎과 꽃이 상할 수 있습니다. 그처럼 사람이나 일에도 갑작스럽고 매서운 어려움이 닥칠 수 있지요. 그래서 ‘된서리’라는 말에는 추운 날씨의 느낌뿐 아니라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의 매서움까지 담겨 있습니다.
저는 ‘된서리’를 살펴보면서 한 낱말 안에 여러 모습이 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늦가을의 서리를 가리키던 말이 사람살이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데에도 쓰입니다. 낱말 하나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연과 사람의 삶이 말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날살이 속에서 ‘된서리’를 만나 보기
날씨가 추워져 밭의 작물에 서리가 아주 심하게 내렸다면 밤새 된서리가 내렸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가게가 큰 어려움을 겪거나 한 분야가 새로운 변화로 큰 타격을 입었을 때에는 그 일로 된서리를 맞았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된-’이 들어간 말도 함께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된장, 된밥, 된더위처럼 익숙한 말에서 ‘된-’이 어떤 느낌을 더하는지 살펴보면 ‘된서리’의 뜻도 더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된서리’라는 말을 날씨를 나타낼 때와 어려움을 빗대어 말할 때, 어느 쪽으로 더 자주 들어 보셨나요? ‘된장’이나 ‘된밥’처럼 ‘된-’이 들어간 다른 말에는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한 줄 생각]
‘된서리’라는 말에는 늦가을의 매서운 추위와 사람살이에 닥치는 큰 어려움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된서리
뜻: ①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
② 모진 재앙이나 타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보기: 밤새 된서리가 내려 밭에 심어 놓은 남새들이 삶아 놓은 것처럼 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준비가 부족했던 회사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오늘 한마디: 된서리가 내린 아침, 밭의 남새들이 괜찮은지 살펴봐야겠어요.”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